정치

"통일교 2인자 소환"…경찰, 한학자 측근 정원주 불러 로비자금 흐름 추적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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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로비 의혹과 통일교 자금 흐름을 둘러싸고 경찰과 통일교 핵심 인사가 맞붙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원주 전 비서실장이 경찰에 소환되면서, 금품 수수 의혹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은 18일 오전 9시 43분께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로 정원주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에 착수했다. 정씨는 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인 천무원 부원장 등을 지낸 교단 2인자이자 한학자 총재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정씨는 경찰청사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정치권 금품 전달 여부, 한학자 총재의 지시 유무, 280억원 규모 정치권 로비 의혹, 금고 자금 출처 등에 관한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곧바로 조사실로 향했다.  

 

경찰은 2018년부터 2020년 무렵 통일교 측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현금과 명품 시계 등을 건넨 정황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사팀은 정씨를 상대로 금품 제공 의사 결정 과정과 실제 전달 경로, 내부 보고 체계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찰은 전재수 전 장관이 통일교 행사에 보낸 축전 등을 이미 확보한 만큼, 이를 토대로 전 전 장관과 통일교 간 연관성도 구체적으로 따질 방침이다. 축전 내용과 발송 시점, 행사 성격 등을 종합 분석해 통일교와 정치권 사이의 접점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형성됐는지 규명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사 대상은 금품 수수 의혹에 그치지 않는다. 통일교 산하 재단이 2019년 전재수 전 장관 출판기념회 직후 도서 500권을 권당 2만원, 총 1천만원을 들여 구입한 경위도 들여다보고 있다. 수사팀은 한학자 총재가 이와 관련한 구체적 지시를 내렸는지, 정원주씨 등 측근 라인에 사후 보고가 이뤄졌는지 등 의사 결정 전 과정을 파악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은 전날 오전 서울구치소를 찾아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한학자 총재를 3시간 동안 접견 조사했다. 한 총재를 상대로는 대규모 금품 제공의 동기와 대상, 로비 목적, 정치적 이득을 기대했는지 등에 대한 진술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통일교 내부 자금 운용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이른바 금고지기로 불리는 통일교 관계자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수사팀은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발견된 280억원 상당 현금 뭉치의 출처와 사용처, 관리 책임자, 입출금 기준 등을 확인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금고 관리 체계와 회계 처리 여부도 함께 점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의혹을 촉발한 인물로 지목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 대한 1차 조사는 이미 지난 11일 진행됐다. 경찰은 윤 전 본부장이 진술한 자금 조성 방식과 정치권 접촉 내용, 로비 경로 등에 대해 한학자 총재와 정원주씨, 금고지기 진술과의 교차 검증을 통해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있다.  

 

수사팀은 향후 계좌 추적과 압수수색 영장을 통한 추가 물증 확보도 검토하는 등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한학자 총재를 둘러싼 통일교 자금 의혹은 정치권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정원주 전 비서실장을 시작으로 통일교 핵심 인사 조사가 이어지는 만큼 추가 소환과 신병 처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확보된 진술과 물증을 토대로 관련자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가릴 방침이며, 필요한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에 대한 보강 수사도 계속할 예정이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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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주#한학자#통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