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00만원 미만 AI 안경으로 승부”…알리바바, 메타와 스마트안경 가격 경쟁 점화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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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8일, 중국(China)에서 알리바바(Alibaba)가 인공지능(AI) 기능과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안경 ‘쿼크 AI(Quark AI)’를 공개하며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이번 출시는 미국(USA) 메타플랫폼(Meta Platforms)의 소비자용 스마트안경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보다 가격을 크게 낮춘 점이 부각되며,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시각 기준 28일 오전, 알리바바는 중국 내에서 ‘쿼크 AI’의 판매 개시를 알리며 표준형 모델 S1과 보급형 모델 G1의 구체적인 가격을 제시했다. S1 기본가는 3천799위안(약 78만원), G1은 1천899위안(약 39만원)으로 책정됐다. CNBC 등 주요 매체는 메타플랫폼이 9월 선보인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의 시작가 799달러(약 117만원)와 비교할 때 알리바바 제품이 30~70% 수준 저렴한 가격대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알리바바가 중국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가격 우위를 앞세워 소비자 저변 확대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알리바바, 100만원 미만 ‘쿼크 AI’ 스마트안경 출시…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에 정면 경쟁
알리바바, 100만원 미만 ‘쿼크 AI’ 스마트안경 출시…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에 정면 경쟁

쿼크 AI 스마트안경은 렌즈에 디스플레이와 카메라를 내장하고, 알리바바가 자체 개발한 범용 AI 챗봇 ‘큐원(Qwen)’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사용자는 안경을 착용한 채 외국어 문구를 실시간 번역하거나 회의 내용을 자동으로 기록할 수 있으며, 음성이나 시각 정보를 기반으로 ‘큐원’에 질문을 던져 검색 결과를 받아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시야에 밀착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스마트안경은 그동안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 후보로 거론돼 왔다. 업계에서는 사용자의 시선과 일상 환경에 밀착된다는 특성 때문에, 카메라와 센서, AI 기능이 결합될 경우 스마트폰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해 왔다. 알리바바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넘어 AI 기반 하드웨어 영역으로 발을 넓히는 행보는 중국 빅테크 전반의 사업 다각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경쟁사인 메타플랫폼의 움직임도 스마트안경 시장 확산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메타플랫폼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그동안 스마트안경과 혼합현실 기기에 강한 관심을 보여왔으며, 글로벌 안경 업체 에실로룩소티카(EssilorLuxottica)가 보유한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Ray-Ban)’과 협력해 관련 제품을 개발해 왔다. 저커버그는 9월 중순 미국에서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를 직접 소개하면서,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통해 친구와 영상 통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별도의 손목 밴드로 AI 챗봇을 호출하고 음악 재생 볼륨을 조절하는 등 사용자 경험을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저커버그는 당시 발표 현장에서 “이 안경은 여러분이 보고 듣는 것을 AI가 보고 듣고, 이미지나 동영상과 같이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AI가 생성할 수 있는 유일한 폼팩터”라고 언급하며 스마트안경을 차세대 AI 인터페이스로 규정했다. 알리바바의 쿼크 AI는 자체 챗봇 큐원을 디바이스에 심어 넣는 방식으로 유사한 방향성을 취하고 있어, 양사 간 기술·서비스 구성이 향후 어떤 차별화를 보일지 주목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는 스마트안경의 글로벌 출하량이 내년에 1천만대를 넘어 올해의 두 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중국, 유럽(Europe)을 중심으로 주요 IT 기업들이 잇따라 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알리바바는 이달 중순 출시한 큐원 베타 앱이 첫 주 만에 1천만건 다운로드를 기록했다고 밝히며, 이미 확보한 AI 서비스 이용 경험을 하드웨어와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다만 스마트안경 시장은 성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난제를 안고 있다. 기기 내 AI 기능이 자연스럽게 작동하지 않을 경우 사용자 불편이 커질 수 있고, 경량화와 배터리 효율 개선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카메라 탑재에 따른 사생활 침해 우려는 가장 민감한 이슈로 꼽힌다. 과거 미국 구글(Google)이 2011년 첫 AI 안경 ‘구글 글라스(Google Glass)’를 공개했지만, 성능 한계와 ‘몰래카메라’ 논란이 겹치면서 소비자용 시장 확대에 실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스마트안경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 구도도 점차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구글은 현재 한국(Korea)의 삼성전자와 협력해 차세대 스마트안경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 아마존(Amazon)과 애플(Apple) 역시 이르면 내년 말 관련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메타플랫폼과 알리바바의 선제적 출시로 시장이 열리면, 후발 주자들 역시 AI 생태계와 하드웨어를 결합한 플랫폼 전략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 주요 매체들은 알리바바의 쿼크 AI 출시를 두고 “중국 빅테크가 글로벌 스마트안경 경쟁에 본격 가세했다”고 보도하며, 가격 경쟁력이 메타플랫폼 제품과의 차별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과거 구글 글라스 사례를 거론하며 개인정보 보호 규제와 사회적 수용성이 상용화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점도 짚었다.

 

전문가들은 알리바바가 전자상거래·클라우드·AI 챗봇을 결합한 자체 생태계를 바탕으로 스마트안경을 ‘AI 포털’로 키울 경우, 중국 내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넓힐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서구권의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 규제와 경쟁사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동시에 넘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스마트안경을 둘러싼 미중 IT 기업 간 신경전이 앞으로 AI 웨어러블 패권 경쟁의 새 전선이 될지, 국제사회는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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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메타플랫폼#쿼크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