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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부터유전자치료제까지…SK바이오, CDMO제조전문가영입으로생산고도화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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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과 바이오의약품 생산 경쟁이 글로벌 CDMO 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한 가운데 SK바이오사이언스가 제조·공정 전문가 영입으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LG화학과 바이넥스, 진메디신 등을 거치며 상업 생산부터 신공장 구축, 기술 이전과 글로벌 GMP 실사 대응까지 경험을 쌓은 조봉준 부사장을 전면에 배치해 백신을 포함한 바이오 원액 생산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이번 인사가 백신 전문기업을 넘어 종합 바이오 CDMO로의 외연 확장 과정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18일 LG화학 출신의 조봉준 신임 부사장을 원액생산실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원액생산실은 백신과 바이오의약품의 유효성분을 실제로 생산하는 핵심 조직으로, 생산 수율과 품질, 규제 대응을 좌우하는 중추 부서다. 회사는 조 부사장 영입을 통해 글로벌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고 생산·공정 체계 고도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조 부사장은 LG화학에서 약 20년간 근무하며 바이오의약품 상업 생산과 신공장 구축, 공정 기술 이전을 두루 담당한 제조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익산과 오송 공장을 중심으로 미생물 기반과 동물세포 기반 바이오의약품 원액 생산을 총괄하며 다양한 생산 플랫폼을 운영했고, 신제품의 상업 생산 전환 과정에서 공정 최적화를 통해 수율과 품질 안정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오송공장 바이오 신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대규모 상업 생산 시설 구축과 공정 스케일업을 이끈 경험이 주목된다. 연구·파일럿 단계에서 확립된 바이오 공정을 수백 리터에서 수천 리터 규모로 확장하면서도 품질과 재현성을 유지하는 스케일업 역량은 글로벌 CDMO 시장에서 핵심 경쟁 요소로 꼽힌다. 조 부사장은 이러한 과정에서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규제기관의 GMP 실사에 대응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SK바이오사이언스의 해외 수주와 파트너십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이후 행보도 바이오 제조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른다. 조 부사장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인 바이넥스에서 오송공장 생산부문장을 맡아 글로벌 제약사의 위탁 생산 프로젝트를 관리했다. CDMO 기업에서는 고객사의 공정 기술 수용과 최적화, 품질 규격 충족이 필수인데, 이 과정에서 축적된 다국적 제약사 대응 경험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CDMO 사업 확대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또한 유전자치료제 개발 기업 진메디신에서는 유전자치료제 생산플랜트 구축과 GMP 체계 수립을 담당했다. 유전자치료제는 바이러스 벡터 생산, 세포주 특성 관리, 고난도 정제 공정 등 기존 단백질 의약품과 다른 제조 난제를 안고 있어, 관련 공장을 처음부터 설계하고 GMP 기준을 적용한 경험은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SK바이오사이언스에 전략 자산으로 평가된다. 조 부사장은 건국대학교 미생물공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분자미생물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미생물·세포공정 전문 인력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백신을 포함한 바이오의약품 원액 생산의 안정성과 글로벌 규제 대응 역량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안동 L HOUSE를 중심으로 구축한 백신 생산 인프라와 송도 글로벌 R&PD 센터를 결합해 연구개발 단계에서 상업 생산까지 이어지는 통합 생산·공정 플랫폼을 정교하게 다듬겠다는 전략이 읽힌다. 연구·공정 개발·임상용 생산·상업 생산으로 이어지는 수직 통합 구조를 고도화하면 신속한 기술 이전과 생산 전환이 가능해져, 백신뿐 아니라 항체, 재조합 단백질, 유전자치료제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의 수주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백신과 바이오의약품 CDMO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유럽과 북미의 대형 CDMO들은 mRNA 백신과 세포·유전자치료제 생산을 선점하며 장기 공급계약을 잇따라 확보해 왔다. 한국 기업 중에서도 백신과 바이오시밀러를 중심으로 한 생산 수주 확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공정 최적화와 GMP 규제 대응, 스케일업 역량에서 글로벌 톱티어와의 격차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다국적 제약사 기준에 맞춘 인력과 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속도를 내는 배경이다.

 

국내외 규제 환경도 바이오 제조 기업의 역량을 시험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각국 규제기관은 GMP 기준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백신과 유전자치료제처럼 인체에 직접 투여되는 생물학적 제제에 대해서는 제조공정 일관성과 데이터 무결성을 특히 엄격히 점검하고 있다. 품질관리와 밸리데이션, 실사 대응 경험을 갖춘 생산 책임자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GMP 기준을 충족하는 생산 거점을 얼마나 빠르게 확충하느냐가 향후 CDMO 시장 점유율을 가르는 핵심 변수라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이번 인사를 계기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확보한 백신 제조 경험을 토대로 비코로나 백신과 일반 바이오의약품, 유전자치료제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도 거론한다. 백신 단일 품목에 치우친 수익 구조를 개선하면서, 고부가가치 CDMO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린 행보로 해석된다.

 

바이오 업계 연구자는 생산 기술 책임자가 LG화학, 바이넥스, 진메디신을 거치며 쌓은 상업 생산과 공정 스케일업, GMP 실사 대응 경험을 한 회사에 집약하는 사례가 흔치 않다며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글로벌 CDMO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제조 부문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인사와 투자 행보가 실제 수주 확대와 생산 파이프라인 다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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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사이언스#조봉준#lg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