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함께 걷고, 함께 느낀다”…제주 가족 여행지에서 만난 계절의 순간들

배진호 기자
입력

여행을 고르는 기준이 달라졌다. 과거엔 단순한 관광지 방문이었다면, 이제는 가족끼리 몸과 마음을 쉬어갈 수 있는 ‘경험’이 중요해졌다. 그만큼 제주는 사계절 내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특별한 공간이다. 특히 선선한 바람 부는 가을엔 섬 전체가 천천히 걸으며 머무는 여행지로 변신한다.

 

요즘은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제주 곳곳의 테마형 명소를 찾는다. SNS엔 식물원부터 동물 체험장까지 다채로운 ‘인증’이 오간다. 실제로 서귀포의 여미지식물원은 동양 최대 온실정원을 내세워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식물원의 테마별 온실을 걸으면 1,300여 종의 식물을 만날 수 있고, 야자수가 늘어선 야외정원에서는 각국의 정원 양식이 어우러진 장면을 자연스럽게 포착하게 된다. “나들이 전에는 늘 실내카페나 놀이동산을 떠올렸는데, 예쁜 숲길과 향기 가득한 온실이 아이에게도 좋은 추억이 됐다”며 한 부모는 가족 여행의 진짜 매력을 이렇게 고백했다.

여행의 맛도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제주시 올리버팬케이크는 제주 감성이 깃든 미국식 팬케이크 전문점으로, 촉촉한 식감과 특제 버터의 풍미가 여행의 소소한 즐거움으로 꼽힌다. 비슷한 일상에 지쳐 있다가도, 아늑한 공간에서 식사를 하며 가족끼리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순간, “여기가 제주다운 시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한다.

 

동물과의 특별한 교감 역시 변화된 가족 여행 풍경이다. 애월읍의 새별프렌즈는 자연 속에서 동물을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체험형 테마파크다. 블랙노즈 양을 직접 케어하거나 다양한 동물들과 교감하는 시간을 통해 아이는 물론 어른까지 일상에서 벗어난 힐링을 경험한다. “처음엔 동물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직접 먹이주기나 산책 체험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이야기도 많다. 동물 친구와 함께 뛰놀다 보면 “함께 움직이는 이 순간이 얼마나 귀한지 다시 느끼게 된다”는 반응이 SNS에 이어진다.

 

최근에는 교육적 체험도 빼놓을 수 없다. 서귀포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에선 우주의 탄생과 항공 기술을 실감나게 접할 수 있다. 입체영상, 시뮬레이션부터 과학 체험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넓은 공간에 잘 어우러져 있다. 실제로 “아이 눈이 반짝일 정도로 즐거워했고, 부모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돼 뜻깊었다”고 표현하는 가족들이 많다. “여행지에서 얻는 영감이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좋은 성장의 시간”이라는 의견도 공감대를 얻는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제주에서 이런 공간들이 있는 줄 몰랐다”, “식물원과 박물관, 동물체험까지 하루에 다 즐길 수 있다면 최고의 코스”라는 호응이 이어진다. 무심코 떠난 여행에서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하게 된다는 점에 “이럴 때 가족이라는 게 얼마나 든든한지 다시 느낀다”는 고백도 적지 않다.

 

여행은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이지만, 그 속에서 가족은 다시 서로를 돌아보고 소중한 순간을 채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도가 아닌 마음이 이끄는 곳, 제주에는 지금 그런 ‘함께의 계절’이 머무르고 있다.

배진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제주#여미지식물원#새별프렌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