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 따라 걷는다”…대구 도심 속 자연 산책이 주는 여유
요즘 대구의 산책길에 나서는 이들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대구가 뜨겁고 복잡한 도심의 상징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맑은 하늘 아래 자연을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는 장소가 일상의 쉼표가 되고 있다.
오늘 대구의 기온은 29.4도, 습도 53%. 동남동 방향의 바람이 산책길을 시원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내일은 아침저녁으로 더 선선해질 전망이다. 그런 날씨 속에서 옥연지 송해공원은 여유를 찾는 이들로 가득하다. 백세교와 백세정이 놓인 옥연지 한가운데, 백세교를 밟는 순간 수면 위 빛의 춤이 마음을 잠시 멎게 한다는 이들도 있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금동굴, 바람개비 쉼터처럼 소박한 볼거리가 이어진다. SNS에는 “이곳에서 보내는 고즈넉한 시간 덕분에 마음이 한결 차분해진다”는 감상도 흘러나온다.

전통을 품은 남평문씨본리세거지는 또 다른 대구의 시간이다. 이곳 골목을 걷다 보면 가지런한 돌담길과 한옥 처마 아래 쏟아지는 가을 햇살에 저도 모르게 발길이 느려진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옛 마을의 정취에 잠기는 이들이 있다. “여기서는 사진마다 이야기가 담긴다”며 가족, 연인, 혼자 방문한 이들 모두가 오래된 시간을 각자의 감성으로 마음에 담아간다고 고백한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아르떼 수성랜드를 빼놓을 수 없다. 놀이기구와 미니 동물원, 직접 도예와 가죽공예를 해볼 수 있는 공방마을이 조용한 즐거움을 준다. 야외 피크닉 가든에서 펼쳐지는 작은 행사와 넓은 잔디밭의 자유, 각 세대가 자신만의 속도로 하루를 만끽한다. “아이와 함께 웃던 하루가 오래 기억될 것 같다”는 방문객의 공감은 점점 더 많아진다.
이런 변화는 대구의 도시 이미지도 바꾸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심 속 자연 공간은 현대인의 스트레스 해소와 감정 안정에 큰 역할을 한다”고 조언한다. 대구에서 찾은 작지만 확실한 쉼, 그것은 분주함 속에서 어딘가 여유를 찾고 싶었던 많은 사람들의 원동력이다.
작고 사소한 산책과 나들이지만, 그 안에서 대구 사람들의 삶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도시 한가운데 흐르는 물길과 오래된 담장 곁에서, 오늘도 일상의 새로운 리듬이 만들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