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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광고 커머스 본격 실험…CJ메조, 전환형 모델 확산 전망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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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동영상서비스 OTT가 광고와 커머스를 결합하며 수익 모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에는 구독료와 브랜드 인지도 제고가 비즈니스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화면에서 본 상품을 바로 구매하는 구조가 실험대에 올랐다. 시청 데이터와 구매 데이터를 통합한 ‘전환형 OTT’ 경쟁이 본격화되면 광고 단가와 플랫폼 가치가 재산정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2025년을 전후해 OTT가 방송, 커머스, 스포츠 중계, 라이브 참여를 포괄하는 복합 디지털 미디어로 재정의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CJ메조미디어가 발간한 2026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외 OTT 플랫폼들은 광고 요금제를 도입하면서 커머스 연동 기능을 강화하는 추세다. 단순 노출 위주의 영상 광고에서 벗어나, 시청 도중 즉시 상품 탐색과 결제 단계로 이어지게 만드는 구매 전환 실험이 확산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아마존의 OTT 서비스 프라임 비디오는 대표 사례다. 프라임 비디오는 OTT 광고에 등장한 상품을 리모컨 조작만으로 장바구니에 바로 담을 수 있는 쇼퍼블 광고를 적용했다. TV 화면 자체가 상품 전시·구매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전통 TV 광고가 가진 ‘브랜드 인지 후 매장 또는 온라인 검색’ 구조를 크게 단축시키는 시도다.

 

넷플릭스와 티빙, 쿠팡플레이도 자사 콘텐츠를 통해 커머스로 이어지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넷플릭스는 구글과 협업해 오리지널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서 주인공이 착용한 의상을 구글 렌즈로 스캔하면 유사 상품을 판매하는 쇼핑 페이지로 연결하는 기능을 시험했다. 영상 속 패션 연출이 곧 검색과 구매로 이어지도록 만든 셈이다.

 

국내 플랫폼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티빙은 앱 내 숏폼 서비스 쇼츠 탭에 CJ온스타일 쇼츠를 편성하고, 한국프로야구 KBO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이용자가 숏폼 콘텐츠를 보다가 하단 더 보기 버튼을 누르면 CJ온스타일 구매 페이지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짧은 동영상에 상품 정보를 자연스럽게 녹여, 쇼핑몰 방문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쿠팡플레이는 독점 생중계하는 미국프로농구 NBA 개막에 맞춰 NBA 공식 팬샵을 열고 관련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스포츠 중계를 보던 팬이 앱 안에서 바로 유니폼과 응원용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OTT 시청 화면을 자사 커머스 인프라와 직접 연결해, ‘콘텐츠 소비와 상품 구매가 동시에 일어나는 사용자 여정’을 구축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CJ메조미디어는 보고서에서 향후 OTT 시청 데이터와 구매 데이터를 연동한 전환형 OTT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정 프로그램, 장면, 출연자, 스포츠 경기별로 어떤 시청자가 어떤 상품에 반응하는지 정밀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넘어 실질적인 구매까지 이어지는 폐쇄형 데이터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OTT 시장에서는 스포츠 콘텐츠를 둘러싼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스포츠는 고정 팬덤과 정기적인 시즌 운영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시청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구독자 유지와 락인 전략 측면에서 핵심 장르로 평가된다. 광고·커머스와 결합할 수 있는 굿즈, 티켓, 구독형 멤버십 등 부가 수익 모델도 풍부하다.

 

쿠팡플레이는 유료 구독 상품 스포츠 패스를 출시해 프리미어리그, NBA, F1, 분데스리가 등 다양한 종목을 묶은 스포츠 구독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스포츠 팬이 특정 리그가 아니라 플랫폼을 기준으로 콘텐츠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구독 번들 전략에 가깝다. 이후 굿즈 판매와 커머스 연계가 강화되면, 스포츠 패스는 쿠팡 전체 생태계로의 진입로 역할을 할 수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 독점 중계권을 확보해 2025 KeSPA컵과 2026 아시안게임 e스포츠 국가대표 경기를 중계할 계획이다. 젊은 이용자층을 대상으로 한 e스포츠 IP 확보를 통해, 기존 영화·애니메이션 중심에서 라이브 콘텐츠 비중을 늘리고 플랫폼 체류 시간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티빙은 KBO 리그 독점 중계를 기반으로 야구대표자와 같은 야구 예능 오리지널을 제작해 선수들의 시즌 비하인드 스토리를 제공하고 있다. 경기 중계와 예능, 다큐멘터리를 하나의 장르 클러스터로 묶어, 팬이 오프 시즌에도 플랫폼을 떠나지 않게 만드는 병행 편성 전략이다. CJ메조미디어는 OTT들이 이렇게 확보된 구독자를 락인하기 위해 관련 콘텐츠를 계속 추가하고, 현장감을 주는 기능을 고도화하는 등 스포츠 장르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플랫폼 구조 측면에서는 실시간 방송 채널과 라이브 스트리밍 확대가 뚜렷하다. 그동안 OTT는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영상을 골라보는 주문형비디오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시간 스트리밍 채널을 편성해 TV와 유사한 시청 패턴을 재구성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라이브 채널은 광고 재편성, 이벤트 연동, 동시 시청자 기반 마케팅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여기에 투표, 실시간 채팅, 전화 연결 등 인터랙티브 요소를 더해 시청 몰입도를 높이는 시도도 늘고 있다. 시청자가 반응을 보내고 결과를 즉시 확인하며 콘텐츠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게 만들면, 플랫폼 사용 시간이 길어지고 광고·커머스 접점을 반복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티빙이 인기 유튜버 침착맨과 함께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을 동시 시청하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방송인 유병재가 시청자와 스몰토크를 이어가는 라이브를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방송과 개인 방송, 커뮤니티가 섞인 하이브리드 OTT 형식에 가깝다.

 

업계에서는 OTT 시청이 일상화되면서 OTT가 TV, 모바일 광고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새로운 광고 매체로 부상하고 있지만,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한다.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플랫폼, 통신사, 방송 기반 OTT 등이 혼재한 상황에서 주도권을 둘러싼 가격 경쟁, 독점 콘텐츠 확보 경쟁, 데이터 기반 타깃 광고 경쟁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어서다.

 

CJ메조미디어는 경쟁 서비스가 많고 플랫폼 간 이동이 잦은 현재 환경에서는 충성도 높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시청 시간을 늘리는 전략이 필수라고 짚었다. 광고형 요금제와 커머스 결합, 스포츠·라이브 강화, 인터랙티브 기능 도입 등 다양한 시도가 동시에 진행되는 배경이다. 산업계는 전환형 OTT 실험이 실제 매출과 광고 효율 개선으로 이어져 새로운 표준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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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메조미디어#넷플릭스#쿠팡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