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AI 패권 구도 뒤집힐 수도”…구글 제미나이 3.0에 뉴욕증시 기술주 랠리, 알파벳 시총 3위로 도약

신도현 기자
입력

현지시각 기준 24일,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구글의 인공지능(AI) 서비스 ‘제미나이 3.0’을 둘러싼 기대감이 폭발하며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동반 상승 마감했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둔 통상적 거래 위축 국면에도 기술주와 반도체주로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글로벌 AI 패권 경쟁 구도에 변곡점이 올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랠리가 알파벳 한 종목 중심의 단기 과열일지, AI·완화적 통화정책 기대가 맞물린 구조적 랠리의 전주곡일지에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현지시각 기준 24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2.86포인트(0.44%) 오른 4만6천448.2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02.13포인트(1.55%) 뛴 6천705.12를 기록했고,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종합지수는 598.92포인트(2.69%) 급등한 2만2천872.01로 마감했다. 현지시각 기준 24일 오전부터 제미나이 3.0의 성능과 비용 효율성을 둘러싼 긍정적 평가가 잇따르며, 투자자들은 관련 기술주와 반도체주에 공격적으로 매수 주문을 넣었다.

뉴욕증시, ‘제미나이 3.0’ 호재에 나스닥 2.69% 급등…알파벳 2거래일간 10% 가까이 상승
뉴욕증시, ‘제미나이 3.0’ 호재에 나스닥 2.69% 급등…알파벳 2거래일간 10% 가까이 상승

시장 참가자들은 제미나이 3.0이 AI 산업의 비용 구조와 기술 경로를 동시에 재편할 잠재력을 지녔다는 점을 랠리의 핵심 동력으로 지목했다. 그동안 오픈AI의 챗GPT를 포함한 주요 생성형 AI 툴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크게 의존해 왔고, GPU 구매·유지와 감가상각에 따른 막대한 비용이 AI 기업들의 수익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AI 학습 단계에서의 자본집약적 구조가 장기적인 사업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낳았고,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AI 버블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반면 구글은 자체 개발한 AI 전용 칩인 텐서처리장치(TPU)를 기반으로 제미나이 시스템을 구축했다. 시장에서는 TPU 기반 구조가 외부 칩 조달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서비스 운영 단계에서 비용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해법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주요 AI 서비스들이 이미 대규모 학습(트레이닝) 단계를 상당 부분 마무리한 만큼, 앞으로는 실제 서비스 제공 단계인 추론(inference) 성능과 효율성에 경쟁력이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이 같은 평가 속에서 구글이 AI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자체 내재화한 유일한 빅테크라는 인식이 강화됐다. 구글이 엔비디아 GPU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오픈AI를 앞서는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더해지며, 향후 글로벌 AI 산업의 판도 자체가 재편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다. AI 칩 공급망과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단까지 한 번에 아우를 수 있는 기업이 사실상 알파벳뿐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은 구글 중심의 AI 생태계 확장 가능성을 서둘러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경쟁사의 공개적인 평가도 제미나이 3.0 기대를 키웠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제미나이 3.0을 사용한 뒤 “이제 우리가 쫓아가는 입장”이라고 말하며, 당분간 상황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사실상 오픈AI가 성능 면에서 뒤처졌다는 인상을 준 이 발언은 시장에 파급력을 안겼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도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제미나이의 성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측의 언급은 AI 경쟁을 주도해온 인사들조차 제미나이 3.0의 기술적 도약을 인정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됐다.

 

실제 사용자 경험을 기반으로 한 평가도 호재로 작용했다.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창업자는 “3년 동안 매일 챗GPT를 사용해왔지만 제미나이 3.0은 2시간 정도만 써봤다”고 전제하면서도, “추론, 속도, 이미지, 비디오 등 모든 면에서 더 선명하고 빨라졌다”며 “매우 놀라운 진전이며 (챗GPT로) 다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도입에 적극적인 기업가의 발언이 공개되자, 제미나이 3.0이 기업용 AI 시장에서도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했다.

 

낙관적 평가가 쏟아지며 알파벳 주가는 이날 6% 넘게 급등했다. 2거래일 연속 상승률을 합하면 약 10%에 달한다.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3조8천300억달러를 돌파해, 약 3조5천100억달러 수준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를 제치고 미국 증시 시가총액 3위에 올랐다. 글로벌 빅테크 순위에서도 알파벳의 위상이 단숨에 격상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AI 경쟁 구도의 새로운 서열 조정이 시작됐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기술주 전반에도 매수세가 확산했다. 나스닥 지수의 급등은 알파벳 한 종목에 그치지 않고 주요 대형주로 번졌다. 엔비디아는 2.05% 상승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0.40% 올랐다. 장 초반에는 제미나이 부상으로 GPU 수요 구조가 장기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엔비디아와 오픈AI에 대한 노출이 큰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매수세가 다소 주춤했지만, 장 마감으로 갈수록 전반적인 기술주 강세 흐름에 동참하는 양상이었다. 테슬라는 6.82% 급등했고, 메타는 3.16% 상승해 성장주 전반에 투자 심리 개선이 확인됐다.

 

제미나이 효과는 반도체주에도 강하게 반영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63% 급등하며 AI 칩 관련 업종 강세를 이끌었다. 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브로드컴은 11.10% 폭등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내 시가총액 순위에서 TSMC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TSMC도 3.48% 상승했고, ASML은 2.20%, AMD는 5.53%,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7.99% 오르는 등 반도체주 전반이 강세를 나타냈다.

 

브로드컴의 가파른 상승에는 구글 TPU 제조의 핵심 협력사라는 점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브로드컴 급등을 놓고 향후 AI 칩 시장에서 업체별 위상 변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GPU 중심의 엔비디아 독주 구도에, TPU와 같은 대체 아키텍처를 활용하는 파운드리·설계업체들이 어떻게 맞설지에 따라 반도체 공급망의 지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종별로는 통신서비스가 3.94% 급등하며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통신 인프라와 플랫폼 기업이 AI 트래픽과 데이터 수요 증가의 직접적인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기술주는 2.49%, 임의소비재는 1.86%, 유틸리티는 1.12% 각각 올랐다. 반면 경기 방어적 성격이 강한 필수소비재 업종은 1.32% 하락했다. 성장주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월마트는 1.20% 내렸고, 코스트코는 1.43%, 홈디포는 1.96% 떨어지는 등 필수소비 및 유통 관련 종목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일라이릴리는 지난주 시가총액 1조달러를 처음 돌파한 뒤 숨 고르기 국면을 거치는 가운데 이날 0.99% 상승으로 마감했다.

 

AI 호재와 더불어 통화정책 기대도 시장 랠리를 뒷받침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12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0.25%포인트(25bp) 인하 가능성을 85.1%로 반영했다. 이는 전날 장 마감 무렵의 71.0%에서 크게 높아진 수치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와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12월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두 인사는 통상 매파 성향으로 분류돼 왔던 만큼, 이들의 완화적 메시지는 연준 내부에서도 긴축 기조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신호로 시장에 받아들여지고 있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 강화는 변동성 지표에서도 확인됐다. 변동성 지표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장보다 2.91포인트(12.4%) 내린 20.52를 기록했다. 옵션시장 변동성이 진정되면서 투자자들이 단기적인 시장 충격보다는 상승 추세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낮아진 변동성이 오히려 과도한 낙관론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심코프의 멜리사 브라운 투자 결정 리서치 담당 디렉터는 “알파벳과 알파벳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일”이라면서도 “시장 상승을 이끄는 종목이 한 종목에 집중될 때는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알파벳이 앞으로 며칠 동안 시장을 계속 끌어올릴 만한 힘을 갖춘 종목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하며, 특정 종목과 섹터에 의존한 상승장이 조정 국면을 예고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AI 관련 기술주가 시장을 견인하는 구조가 장기적으로 분산투자 원칙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뉴욕증시는 글로벌 자금의 방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작용해 왔다. 제미나이 3.0을 계기로 알파벳이 시가총액 상위권에 재진입하고 AI 칩 공급망이 재편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USA) 중심의 기술 패권이 한층 공고해질 수 있다는 예상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동시에 엔비디아, 브로드컴,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위상 변화는 대만(Taiwan), 네덜란드(Netherlands)를 비롯한 주요 제조 거점 국가들의 산업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고금리 정책 종료를 모색하는 가운데, AI 투자 붐과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가 결합할 경우 글로벌 증시 전반에 유동성 랠리가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AI 기술력과 자체 칩 역량을 동시에 갖추지 못한 기업과 국가 사이의 격차가 확대될 경우, 디지털 격차와 공급망 종속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뉴욕증시에서 시작된 제미나이 3.0 효과가 글로벌 자본 흐름과 기술 패권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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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제미나이3.0#브로드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