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선두는 구글로 기운다”…알파벳 질주에 엔비디아 흔들, 글로벌 증시 지형 재편 전망
현지시각 기준 25일, 미국(USA) 뉴욕 증시에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인공지능(AI) 성과가 부각되며 주가와 시가총액이 급등하고,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급감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글로벌 AI 경쟁 구도가 구글과 오픈AI, 엔비디아와 구글 TPU로 재편되는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기술주 중심의 세계 증시에 적지 않은 파장이 전해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이달 공개한 최신 AI 챗봇 ‘제미나이3’를 앞세워 AI 경쟁력 회복에 나섰다.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미나이3가 추론 능력과 코딩 성능 등 여러 지표에서 오픈AI의 ‘챗GPT 5.1’을 앞선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텍스트 기반 서비스에 더해 AI 이미지 생성·편집 도구 ‘나노 바나나’의 새 버전도 내놓으면서, 구글은 소비자용 AI 서비스 전반을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새로운 나노 바나나는 현실적인 이미지를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재구성하는 기능이 한층 강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온라인에서는 이용자가 자신의 사진을 활용해 피규어(모형) 형태로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사례가 유행할 정도로 활용이 확산되고 있으며, AI 이미지 도구 시장에서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진다.
AI 반도체 분야에서도 구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구글은 자체 텐서처리장치 ‘TPU’를 전면에 내세워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심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플랫폼(Meta)은 구글 TPU를 수십억달러 규모로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관련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구글은 앞서 AI 챗봇 ‘클로드’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앤스로픽과도 수백억달러 규모 TPU 공급 계약을 맺어, 자체 AI 칩의 대형 고객사를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TPU는 구글이 2015년 처음 선보인 AI 연산 특화 반도체로, 대규모 AI 모델 학습과 추론 작업에 최적화된 설계가 특징이다. 그러나 최근까지는 엔비디아 GPU의 절대적 우위 속에서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았다. 업계에서는 메타가 실제로 TPU를 대규모 도입할 경우 성능과 비용 경쟁력이 증명되면서, 구글이 엔비디아의 유력한 대항마로 부상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AI 경쟁력 재부각 속에 이달 들어 알파벳 주가는 약 15% 상승했다. 현재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약 3조9천억달러 수준으로, 4조달러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에서는 최근 한 달 동안 한국 투자자들이 알파벳 주식을 약 5억6천만달러(약 8천2백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비디아와 메타에 이어 한국 투자자 순매수 기준 세 번째로 많이 사들인 해외 종목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AI 플랫폼·클라우드 기업 선호가 알파벳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포착된다.
반면 메타의 구글 AI 칩 도입 검토 소식이 전해진 25일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약 2.6% 하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엔비디아 시가총액이 약 1천150억달러, 우리 돈 약 168조6천억원 줄었다고 전하며, 그동안 이어져 온 AI 칩 독주 체제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엔비디아는 현재 글로벌 AI 칩 시장에서 90%를 웃도는 점유율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구글 TPU의 부상으로 독점 구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AI 개발과 서비스 상용화 과정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선 기업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한다. 구글은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로 대표되는 초기 AI 혁신 경험을 보유하고 있고, 검색엔진(구글), 동영상 플랫폼(유튜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운영체계(OS)를 통해 글로벌 이용자의 방대한 데이터를 일상적으로 축적해 왔다. 여기에 클라우드 서비스 인프라와 반도체 설계 역량까지 갖추면서, 데이터·연산·배포를 모두 아우르는 풀스택 AI 생태계를 보유한 점이 강점으로 거론된다.
오픈AI의 챗GPT에 쓰인 핵심 기반 기술 ‘트랜스포머(Transformer)’ 역시 원래 구글이 개발한 모델로, 범용 언어 AI 시대의 기술적 토대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구글은 범용 AI 제품 출시 시점을 늦추면서, 스타트업이었던 오픈AI에 서비스 주도권을 내줬다는 비판에 직면해 왔다. 오픈AI가 트랜스포머 기술과 외부에서 조달한 방대한 데이터·전산 자원을 앞세워 챗GPT를 공격적으로 시장에 내놓는 동안, 구글은 범용 AI 서비스가 핵심 수익원인 검색 사업과 충돌할 수 있다는 내부 우려로 상품화 결정을 미루며 속도를 내지 못했다.
2022년 말 챗GPT가 출시된 뒤 구글은 서둘러 AI 챗봇 ‘바드’를 선보였지만, 답변 정확도 부족과 출력 결과 편차가 크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초기 대응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후 브랜드를 제미나이로 통합하고, 제미나이3 출시와 TPU 사업 확대를 병행하면서 전열 재정비에 나선 구글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오픈AI와의 경쟁에서 다시 우위를 되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구글의 가장 큰 강점으로는 데이터 경쟁력이 지목된다. 오픈AI가 챗GPT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로그 외에는 상당 부분 데이터를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 데 비해, 구글은 세계 1위 검색엔진과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검색 질의, 웹 크롤링 자료, 동영상 시청 데이터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장기간 축적해 왔다. AI가 실제 세계를 더 정교하게 이해하고, 로봇 등 물리적 시스템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센서 데이터, 위치 정보, 이미지·영상 등 현실과 밀접한 자료가 필요한데, 스마트폰 등 IT 하드웨어 사업과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Waymo)’를 동시에 보유한 구글이 이 분야에서도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현재 글로벌 증시의 최대 변동 요인 가운데 하나로는 이른바 ‘AI 거품’ 논쟁이 꼽힌다. AI 비즈니스 모델의 수익성이 아직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가운데,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소프트웨어 전반에 걸친 과도한 투자 우려가 이어지며 주요 기술주와 관련 지수가 크게 출렁이는 상황이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구글의 최근 AI 성과와 주가 강세가 AI 산업 성장 잠재력을 가늠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의 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WSJ와 인터뷰에서 구글에 대해 “비유하자면 정말 탄탄한 근육질의 존재”라며 “위태위태한 약골이 전혀 아니다”라고 표현했다. 미국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제미나이3의 성과를 두고 “딥시크(중국의 가성비 AI)가 불러왔던 충격보다 더 미묘하면서도 중요한 사건”이라며 “이제 시장은 구글이 명확한 AI 선두업체라는 관점을 수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구글의 약진이 AI 플랫폼과 AI 반도체 시장의 경쟁 구도를 바꾸면서,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형성된 투자 심리를 재조정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알파벳의 시가총액이 4조달러 문턱에 다가선 가운데, 구글과 엔비디아, 오픈AI와 같은 핵심 플레이어를 둘러싼 기술·데이터·칩 경쟁이 향후 글로벌 증시와 AI 산업 질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사회와 투자자들은 구글의 AI 전략이 실제 수익성과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