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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노하우 알려달라"…이재명, 메르츠와 한독 정상회담서 분단극복 경험 요청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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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갈등과 안보 긴장이 교차하는 한반도 문제를 놓고 이재명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맞붙었다. 통일을 이룬 독일의 경험을 배우려는 한국과, 한반도 정세와 한국의 대중국 인식을 알고자 하는 독일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며 양국 정상회담이 분단과 안보, 경제협력 의제를 포괄하는 장이 됐다.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 참석 차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현지시간 프리토리아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두 정상은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독일 통일 경험, 대중국 전략, 에너지와 핵심광물, 방산 협력 등 폭넓은 의제를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독일의 통일 경험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대한민국은 독일의 경험에서 배울 것이 많이 있다"며 "어떻게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독일을 이뤄냈는지, 그 경험을 배우고 대한민국도 그 길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혹시 숨겨놓은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면 꼭 알려달라"고 말하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에 메르츠 총리는 웃으며 "비밀 노하우는 없다"고 응수했다. 다만 통일 과정에서 독일이 특별한 비밀 전략보다 지속적인 노력과 인내를 통해 통일을 이뤄냈다는 점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두 정상은 통일을 둘러싼 경험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메르츠 총리는 한반도와 주변 정세에 대한 관심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한반도와 주변의 상황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도 궁금한 것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대중국 인식 역시 궁금하다. 저희도 대중국 전략을 고심 중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이며 한국 정부의 대중국 외교 기조와 인식을 공유해 줄 것을 요청했다.

 

비공개 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분단 극복과 통일의 경험을 가진 독일의 지지와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 정착을 위해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양 정상은 안보 이슈를 넘어 실질 협력 분야에서도 접점을 찾았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두 정상은 에너지와 핵심광물 등 공통의 관심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 관계를 강화하자는 데 공감했다. 공급망 불안과 에너지 전환 경쟁이 심화되는 국제 환경 속에서 한독 간 협력을 전략적으로 확대하자는 인식이 공유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독일 내 한국 기업 진출 상황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독일에 약 850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는 점을 들어 "유럽 진출의 거점국이자 유럽 내 최대 교역국으로서 꾸준한 협력관계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독일 정부가 한국 기업의 투자와 활동에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이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산 분야 역시 양국이 협력 잠재력을 공유한 분야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유럽 국가들이 안보환경 변화 속에서 방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전통적인 방산 강국인 독일과 한국 방산 기업 간 협력 심화에 메르츠 총리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한국형 무기체계의 수출 확대와 유럽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정치권에선 통일 독일의 경험을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를 두고 대체로 환영하면서도, 한반도 특수성을 감안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병존하고 있다. 여당 일각에서는 독일과의 통일·안보 대화를 확대해 외교적 지지 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고, 야당에서는 한반도 정세의 긴장도를 고려해 군사적 신뢰 구축 조치와 인도적 협력 등 단계별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중국 전략을 둘러싼 논의는 향후 한독 협력의 또 다른 축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메르츠 총리가 한국의 대중국 인식을 직접 언급한 만큼, 양국은 미중 경쟁 심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중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할지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의견 교환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은 두 정상이 내년 상호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 발전 방향을 보다 심도 있게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독일과의 안보·경제·통일 협력 채널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이며, 국회와 정치권도 관련 의제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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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프리드리히메르츠#한독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