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침략’ 명시한 용기”…더불어민주당, 무라야마 전 일본 총리 별세 애도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의 별세 소식에 한일 간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정치적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은 17일 공식 논평을 통해 고인을 “과거사를 ‘침략’으로 명시한 용기 있는 지도자”라고 추모하며 동시에 일본 정치권에 전향적 태도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일본 총리로서 처음으로 과거사를 ‘침략’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역사 인식을 천명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특히, 일본의 식민 지배와 주변국 침략에 대한 반성을 담은 ‘무라야마 담화’에 대해선 “한일 양국이 불행했던 과거를 넘어 상호 이해와 화해,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정신적 토대가 됐다”고 평가했다. 박 대변인은 “단순한 정치적 선언을 넘어 동북아시아 평화와 화해의 길을 제시한 역사적 이정표”라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현재 일본 내 일부 정치 지도자들의 퇴행적 태도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 대변인은 “오늘날 일본 일부 지도자들이 무라야마 전 총리의 진정한 반성과 사죄의 정신을 계승하지 못하고 과거사 문제에 퇴행적 태도를 보이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일본 정치권이 고인의 뜻을 되새겨 역사 앞에 겸허히 서고, 무라야마 정신을 바탕으로 진정한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편, ‘무라야마 담화’는 1995년 당시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을 인정하며 공식 사죄의 뜻을 밝혀 동북아 정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후 일본 내 보수 정권에서 역사 인식 후퇴 논란이 이어지며, 담화의 계승 여부가 한일 양국의 외교 현안으로 떠오른 상태다.

정치권과 외교가는 무라야마 전 총리의 퇴장이 한일관계와 동북아 질서에 미칠 여파에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은 일본 정치권이 담화 정신을 이어받아 진정한 화해와 존중의 길로 나아가길 다시 한 번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