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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가 공장에 투입된다…포스코·현대차·삼성·LG, 피지컬 AI 각축전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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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이 실험실을 벗어나 제조 현장의 주력 인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BMW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02가 11개월간 하루 10시간씩 가동되며 3만대 이상 차량 생산에 참여했다. 9만개가 넘는 판금 부품을 적재한 이 사례는 사람이 아닌 로봇이 위험하고 반복적인 공정을 떠맡는 새로운 제조 패러다임을 보여준다. 글로벌 투자은행은 휴머노이드가 산업용 로봇 시장의 판도를 바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며, 업계는 이를 피지컬 AI 경쟁의 분기점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국내에서는 포스코그룹, 현대차그룹, 삼성, LG 등 주요 대기업이 미국 휴머노이드 및 AI 스타트업에 잇따라 투자하며 로봇이 일하는 공장을 현실화하고 있다. 각 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는 스마트팩토리와 자율제조,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고도화해 공장과 물류센터에 휴머노이드·로봇을 연동하는 산업용 피지컬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로봇 도입을 넘어 센서와 AI, 제어 기술을 결합해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협업하는 자율 공장 구조가 목표로 제시된다.

포스코그룹은 미국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페르소나 AI에 약 44억원을 투입하고 제철소 고위험 공정용 휴머노이드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페르소나 AI는 미국항공우주국의 로봇 핸드 기술을 응용해 미세부품 조립부터 고중량 핸들링까지 수행 가능한 정밀 제어 기능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다축 촉각센싱과 순응제어를 통해 사람의 손과 유사한 촉감 피드백과 힘 조절을 구현하며, AI 제어 알고리즘을 더해 주변 환경과 자율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정해진 궤적만 반복 수행하는 구조였다면, 휴머노이드 기반 피지컬 AI는 현장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작업 방식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형태로 진화하는 셈이다.

 

포스코DX는 자사가 보유한 산업용 AI와 공정 제어 역량을 페르소나 AI의 하드웨어 플랫폼에 결합해 폭발, 고열, 유해가스 등 극한 환경에서 사람을 대신할 제철소 특화 휴머노이드 레퍼런스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이미 포스코 제철소에서 크레인, 컨베이어벨트, 하역기 등 초대형 설비를 AI로 제어하는 피지컬 AI를 구축해 작업자 개입을 줄이는 실증을 진행 중인데, 여기에 휴머노이드가 접목될 경우 점검, 교체, 현장 조작 등 사람의 직접 접근이 필요했던 공정까지 자동화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제철소 등 중후장대 산업에서 안전 규제 강화와 인력 확보 부담이 커지는 만큼, 휴머노이드 도입은 안전과 비용 절감 양쪽에서 주목받는 대안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미국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약 1조원에 인수한 데 이어 지분율을 87.6%까지 확대하며 사실상 완전 자회사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차량 조립과 물류 이송, 공장 내 자율 주행 등 다양한 작업 환경에서 활용 가능한 4족 보행 로봇과 휴머노이드 플랫폼을 동시에 확보해 그룹 제조 현장에 단계적으로 적용하려는 구상이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울타리 안에서 고정된 동작을 수행했다면, 보스턴 다이내믹스 계열 로봇은 공장 전체를 이동하며 상호작용하는 이동형 작업자에 가깝다는 점에서 패러다임 차이를 보여준다.

 

그룹 IT서비스 계열사 현대오토에버는 AI 기반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과 네오팩토리 플랫폼을 통해 완성차, 부품, 철강 등 계열 공장의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 왔다. 센서, 설비, 공정을 소프트웨어로 통합한 뒤 디지털트윈으로 시뮬레이션하는 구조를 갖추고, 여기에 사물인터넷, 엣지 컴퓨팅, 로봇 관제 기능을 묶어 자율공장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향후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와 모바일 로봇이 이 플랫폼과 연결되면, 생산량 변화와 라인 전환에 따라 로봇이 스스로 작업 위치와 동선을 재조정하는 자율제조 모델 구현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오토에버는 피지컬 AI와 로보틱스를 결합해 단순 공정 자동화를 넘어 로봇이 데이터를 학습하고 공정 최적화까지 참여하는 구조를 제시한다. 공정 품질 데이터, 설비 상태, 물류 흐름을 학습한 로봇이 불량 위험을 사전에 감지해 작업 속도나 경로를 스스로 조절하는 식이다. 이 같은 접근은 대형 완성차 공장뿐 아니라 자동화 투자를 망설여온 중소·중견 제조업에도 모듈형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운다.

 

삼성전자도 휴머노이드 기술 내재화에 적극적이다. 국내 휴머노이드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로서 협동로봇과 이족보행 플랫폼을 동시에 확보한 데 더해, 미국 로봇 스타트업 스킬드AI에 약 146억원을 투자해 휴머노이드 학습용 소프트웨어 역량을 보강했다. 또 다이나 로보틱스 투자에도 참여하며 제조와 물류 자동화를 위한 로봇 풀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투자를 병행해 로봇의 두뇌와 신체를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IT서비스 계열사 삼성SDS는 넥스플랜트 기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으로 설비보전, 공정제어, 품질검사, 자재물류를 통합 지능화하고 있다. 브라이틱스 AI를 통해 설비 이상 징후와 고장을 조기 예측해 정지 시간을 줄이는 구조를 마련했고, 이를 로봇 제어와 연결해 생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물류 영역에서는 컴퓨터 비전과 로봇 제어를 결합한 물리적 에이전트를 앞세워 창고 내 상품 식별, 분류, 포장을 자동화하는 방식을 제안하며, 향후 휴머노이드가 고난도 피킹과 섬세한 포장 업무를 맡는 단계로 진화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한다.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들이 물류 로봇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삼성의 접근은 반도체와 가전, 물류를 하나의 디지털 전환 축으로 묶는 그룹 전략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LG 역시 미국 AI 휴머노이드 스타트업 피규어AI와 다이나 로보틱스 등에 연이어 투자하며 로봇과 AI를 차세대 성장축으로 삼았다. 소비자 가전과 모빌리티, B2B 솔루션을 아우르는 그룹 포트폴리오에 로봇 서비스를 더해 새로운 고객 경험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피규어 02 사례에서 보듯 피규어AI는 공장 라인에 곧바로 투입 가능한 범용 휴머노이드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LG의 제조와 물류 인프라와 결합 시 시범 적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IT서비스 자회사 LG CNS는 로봇의 지각, 판단, 행동을 통합하는 산업용 지능형 자동화를 피지컬 AI로 정의하고, 물류센터와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에 특화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과 로봇 AI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은 대규모 언어모델과 유사한 개념으로, 다양한 작업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작업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설계된 범용 로봇 두뇌에 해당한다. LG CNS는 스킬드AI와 협력해 사진과 영상만으로 휴머노이드를 학습시키는 솔루션을 준비하면서, 고객사가 자체 운영 가능한 로봇 AI 플랫폼을 제공해 제조와 물류 현장에 공급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와 클라우드 인프라, 현장 시스템 통합 역량을 모두 요구하는 만큼 IT서비스 기업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글로벌 금융권도 휴머노이드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이 연평균 63퍼센트씩 확대돼 2035년 약 380억 달러, 한화로 약 54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제조와 물류 분야 비중이 60퍼센트에 달할 것으로 예상해, 공장과 창고가 초기 도입과 수익 창출의 핵심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 안전 규제 강화가 맞물린 환경에서 휴머노이드 수요는 구조적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는 최근 솔트룩스를 중심으로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솔트룩스 이경일 대표는 생성형 AI 이후 단계로 피지컬 AI 시대 도래를 언급하며, 실제 물리 환경에서 축적되는 데이터와 이를 학습하는 파운데이션 모델의 결합이 차세대 AI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언어와 이미지 위주의 기존 생성형 AI가 가상 공간에서의 생산성 혁신을 이끌었다면, 피지컬 AI는 공장과 물류센터, 도시 인프라 등 현실 공간을 대상으로 한 효율성 경쟁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미국과 유럽 주요 완성차, 전자, 물류 기업들이 이미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AI 검증을 시작한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테크 기업과 자동차 기업이 협력해 배터리 공장과 조립 라인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하는 테스트를 진행 중이고, 유럽 역시 안전 규정과 노동 규제를 전제로 한 유연한 도입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은 산업용 로봇 보급률을 앞세워 자국 휴머노이드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데이터, 공정 노하우를 통합하는 플랫폼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노동시장과 안전 규제, 책임 소재를 둘러싼 쟁점도 적지 않다. 산업용 로봇이 사람과 분리된 공간에서 작동하던 시기와 달리, 휴머노이드는 작업자와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협업 구조를 전제로 한다. 이에 따라 안전 인증 기준,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 작업자 재교육과 직무 전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고위험 공정에 로봇을 먼저 투입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반복 작업이 많은 일반 공정까지 대체 범위가 넓어질 수 있는 만큼 제도와 교육 체계 정비가 필수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업계는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AI가 스마트팩토리 이후 제조와 물류 디지털 전환의 다음 단계가 될 수 있다고 바라본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현장에 안착해 안정적인 운영 사례를 쌓을 수 있을지, 그리고 규제와 노동시장, 윤리 논의를 어떻게 풀어낼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산업 구조, 제도와 사회적 합의가 맞물리는 속도가 향후 휴머노이드 산업의 성패를 가를 관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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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그룹#현대차그룹#피지컬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