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직 대통령 공과 평가” 노무현·박정희 긍정 우세…윤석열 순지수 -65 최저

조수빈 기자
입력

과거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다시 정치권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국갤럽이 전직 대통령 11명의 공과를 순지수로 분석한 결과, 세대와 정당 지지 성향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의 정치 전략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28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 공과 순지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53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 +41, 김대중 전 대통령 +40이 상위권을 형성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16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순지수 하위권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 -10, 이명박 전 대통령 -11, 문재인 전 대통령 -11, 노태우 전 대통령 -32, 박근혜 전 대통령 -48, 전두환 전 대통령 -52 순으로 조사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65로 11명 가운데 순지수가 가장 낮았다.

전직 대통령 공과 순지수…노무현 +53·박정희 +41, 윤석열 -65 최저 (한국갤럽)
전직 대통령 공과 순지수…노무현 +53·박정희 +41, 윤석열 -65 최저 (한국갤럽)

순지수는 전직 대통령별로 ‘잘한 일 많다’는 응답 비율에서 ‘잘못한 일 많다’는 응답 비율을 뺀 값이다. 수치가 양수일수록 긍정 평가가 우세하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의 직전 결과가 제공되지 않아 직접적인 등락 비교는 어렵지만, 한국갤럽은 지난 10년 사이 일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인식 변화가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2015년 별세 직후 인식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순지수는 -26에서 +16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과거 부정적 평가가 많았지만 사후 재평가를 거치면서 공적이 상대적으로 더 부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과거 -52에서 -11로 상승해 부정 평가는 줄고, 여전히 낮지만 평가가 완화된 흐름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대와 정치 경험에 따라 전직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갈렸다. 특히 이승만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정당 지지층별로 정반대 양상이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두 인물 모두 순지수가 +50 안팎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50 내외를 기록해 공과 인식이 극명하게 갈렸다.

 

정당별로 선호하는 전직 대통령도 뚜렷하게 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87로 가장 높게 평가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 +79, 문재인 전 대통령 +36, 김영삼 전 대통령 +26 순으로 긍정 평가가 강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18 수준으로 제한적 호감을 보였다.

 

반대로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96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 +51, 이승만 전 대통령 +49, 박근혜 전 대통령 +16, 김영삼 전 대통령 +12 순으로 긍정 평가가 높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7로 일부 긍정 인식이 확인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16을 기록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각각 -1, -5로 집권 여당 핵심 지지층에서도 부정 평가가 소폭 우세했다.

 

한국갤럽은 과거 대통령 평가 구도가 향후 선거 국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갤럽은 “내년 지방선거 국면에서 과거 대통령의 이미지가 정치권의 지지층 결집 전략으로 재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여야 모두 자당 출신 대통령에 대한 인식은 지지층 내부에서 큰 차이 없이 공유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전직 대통령을 상징으로 삼아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전략이 강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과거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를 둘러싼 상징 경쟁이 치열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무현·김대중·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정치 노선을 계승한다는 메시지를 강화해 왔다. 국민의힘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성과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건국 공적을 강조하는 데 힘을 실어 왔다. 여기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인식이 완화되는 흐름이 겹치면서 보수 진영의 과거 재정비 작업도 한층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순지수가 모든 전직 대통령을 통틀어 가장 낮게 나타난 점은 여권에 부담 요인이 될 전망이다. 정권 중반 이후 국정 지지율 부진과 각종 정치 현안이 누적되면서 공과 평가에서도 부정 인식이 크게 앞선 결과로 풀이된다. 야권에서는 이를 현 정부 심판론 강화의 근거로 삼을 가능성이 크고, 여권은 전직 보수 대통령들의 긍정 이미지를 앞세워 방어막을 구축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는 2025년 11월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방식은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조사원 인터뷰였고, 응답률은 11.9%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정치권은 과거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 인식을 면밀히 분석하며 내년 지방선거 전략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는 향후 정국에서 전직 대통령 평가를 둘러싼 이념 대립과 지지층 결집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조수빈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노무현#박정희#윤석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