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보안 챌린지 제패한 KAIST, 상금 기부로 인재 선순환
AI가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스스로 찾아내고 패치까지 제안하는 보안 기술 경쟁이 학계와 산업계를 동시에 자극하고 있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이 연 세계 최대 AI 보안 경진대회에서 한국 연구진이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핵심 인력이 상금 일부를 모교에 기부하며 인재 양성 선순환 구조를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업계에서는 자동화된 취약점 분석 기술 경쟁이 글로벌 사이버 방어 체계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AIST는 23일 전산학부 한형석 동문과 전기및전자공학부 윤인수 교수가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이 주관한 인공지능 기반 보안 경진대회 AI 사이버 챌린지에서 소속된 팀 애틀란타가 거둔 우승 상금 중 1억5000만 원을 학교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AI 사이버 챌린지는 총상금 2950만 달러 규모로 진행된 AI 보안 특화 대회로, 2년간 전 세계 연구팀이 AI 기반 자동 취약점 탐지와 복구 기술을 겨뤄 왔다.

올해 8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결선에는 예선을 거쳐 7개 팀이 진출했다. 삼성리서치와 KAIST, 포스텍, 조지아공대 연구진으로 구성된 팀 애틀란타는 91개 등록 팀 중 최종 1위를 차지하며 400만 달러의 상금을 확보했다. 2, 3위 팀의 점수를 합친 것에 버금가는 격차를 보였고, 가장 많은 취약점을 찾아낸 팀, 최고 점수 획득 팀 등 주요 타이틀을 동시에 석권해 기술 우위를 입증했다.
대회 핵심 과제는 AI가 인간 전문가 개입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자동으로 탐지하고, 신속하고 안전한 패치를 제시하는 전주기 대응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다. 팀 애틀란타는 소스코드와 실행 파일 구조를 AI가 이해하도록 학습시킨 뒤, 잠재 취약 경로를 탐색하는 모델과 이를 즉시 수정하는 패치 생성 모듈을 통합해 효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사람 보안 전문가가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분석과 패치 제안을 AI가 연속적으로 처리했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평가된다.
한형석 동문은 전산학부 학사와 박사 학위를 KAIST에서 취득한 뒤 조지아공대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현재 삼성 리서치 미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회에서는 취약점 자동 탐지 시스템 설계와 전체 시스템 인프라를 총괄하는 팀 리더를 맡아, 탐지 속도와 정확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전략을 주도했다.
윤인수 동문은 KAIST 전산학과 학사, 조지아공대 박사 과정을 마친 뒤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번 대회에서 패치 개발팀 리더를 맡아, AI가 제안한 수정 방안을 실제 시스템에 안전하게 적용하는 로직을 다듬는 역할을 담당해 완성도를 높였다.
두 사람은 우승 상금 가운데 1억5000만 원을 전산학부와 전기및전자공학부에 각각 기부하기로 했다. 전산학부는 장학기금으로, 전기및전자공학부는 학생 교육 프로그램과 연구 지원에 활용할 계획이다. AI 보안 분야 차세대 인재를 위한 장학과 연구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춰 기부 취지를 반영하겠다는 설명이다.
한형석 동문은 AI가 스스로 취약점을 찾아 패치까지 완성하는 시스템 구축을 보안 분야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강조하면서, KAIST 동문이 협력해 세계무대에서 성과를 낸 만큼 모교가 글로벌 기술 발전에 계속 영향을 미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인수 교수는 팀 애틀란타와 지도교수, 연구실 학생들, 함께 기부에 참여한 동료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이번 우승과 기부가 국내 AI 보안 연구 생태계를 더욱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산업계에서는 AI 기반 자동 보안 기술이 상용 시스템에 언제, 어떤 형태로 적용될지 주목하고 있다. AI가 공격과 방어 모두에 활용될 수 있는 만큼, 고도화된 기술 경쟁과 함께 책임 있는 활용을 뒷받침할 교육과 연구 투자가 더 중요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