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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대화 열쇠는 김정은 손에”…트럼프, APEC 앞두고 내외부 기대감 고조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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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을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축으로 양측의 셈법이 거듭 충돌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이 임박한 가운데, 북미대화 재개 여부가 정국의 격랑으로 다시 부상했다. 미국 주요 언론 보도와 국내외 전문가 발언이 이어지면서,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가 출렁이고 있다.

 

미국 CNN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복수의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는 방안이 내부적으로 논의됐다”고 전했다. 다만 CNN은 아직 실무 차원의 준비나 북측과의 직접 소통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밖에 지난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이 깜짝 성사된 전례처럼,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예측불허 리더십이 작동할 수 있다는 점도 관측됐다.

실제로 당시 남북미 정상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DMZ 회동’ 제안을 한 뒤 불과 32시간 만에 이뤄졌다. 북미 양측은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 간 직통전화, 실무진 접촉 등 긴박한 준비 과정을 거쳐 판문점 통일각 회담을 성사시킨 바 있다. 이 때문에 워싱턴 정치권에서는 “기회가 온다면 대화에 열려 있다”는 신호를 트럼프 행정부가 의도적으로 흘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북한의 정중동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미 정상 간 전격 회동의 결정권은 결국 김정은에게 있는 만큼 북한의 의향이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미국이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우리와의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마주할 수 있다”고 밝힌 뒤, 최근에는 대미 자극을 자제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회담 제안을 내놓을 경우, APEC 개최 전후로 북한도 입장 표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무게를 얻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5일 대중매체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결심할 경우 APEC 계기 북미 정상회담 실현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의제 포기’ 요구에 화답하지 않고 있고, 북한이 중국·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에 집중하고 있어 북미대화가 곧바로 본궤도에 오르기는 쉽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북한 내부의 정치 일정도 변수로 꼽힌다. 북한은 올해 말에서 내년 초 9차 당대회를 앞둔 상황이어서, 대내 결속 및 협상력 강화를 우선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만약 북한이 대화를 무산시키려 한다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의 담화 등 강경 입장 표명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임을출 교수는 “김정은은 트럼프와 개인적 유대를 의식해 직접적 거절 대신 김여정 등 측근 담화를 통해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힐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반도 정세가 예측 불가의 국면을 맞는 가운데, 북한이 끝내 관망을 유지할지 아니면 APEC 개최 전후 입장 변화를 시사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부와 외교 당국은 북미 양측의 신호 변화에 주목하며, 향후 외교적 대응 카드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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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트럼프#ap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