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티닙로 美 공략 본격화…유한양행, 혁신형제약 수상
국산 표적항암제가 미국 규제 장벽을 넘어선 성과가 정부로부터 공식 인정받았다. 신약 개발과 플랫폼 기술 내재화를 앞세운 연구개발 중심 전략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면서, 국내 제약 산업의 수출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일어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미국 식품의약국 허가를 확보한 국산 항암제가 향후 기술수출과 공동개발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한양행은 2025년 보건산업 성과교류회에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했다고 28일 밝혔다. 행사는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했으며, 보건의료 연구개발 30주년을 기념해 유공포상 시상과 대표 성과 발표로 구성됐다. 혁신형 제약기업 포상은 정부가 연구개발 역량과 신약 개발 성과를 기반으로 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한 기업을 선정해 부여하는 제도다.

유한양행이 이번에 주목받은 핵심 성과는 3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이다. 레이저티닙은 국내에서 렉라자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인 표적항암제로,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폐암 환자를 정밀하게 겨냥해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효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설계된 약물이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이 약물은 국산 항암제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 허가를 획득해, 한국에서 출발한 혁신 신약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행사에서 유한양행 RND전략팀 이준형 이사는 회사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과 렉라자의 개발 과정을 중심으로 성과를 공유했다. 유한양행은 외부 바이오벤처와 학계,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연구 및 기술제휴를 확대하는 개방형 혁신 모델을 통해 후보물질 발굴부터 글로벌 임상, 상업화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구축해 왔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후속 임상 과제 상당수가 이러한 오픈이노베이션의 결과로, 단일 기업 중심 개발 방식의 한계를 보완한 사례로 소개됐다.
국산 항암제가 미국 허가를 받은 점은 시장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는 선진국 시장에서 제네릭 의약품과 일부 기술수출에 주로 의존해 왔다. 레이저티닙 사례는 해외 파트너십을 전제로 하더라도 국산 신약 자체가 글로벌 임상과 규제 심사를 통과해 현지 판매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업계는 레이저티닙을 계기로 한국 제약사가 기술료 수취를 넘어 공동 상업화, 지분 투자 등 다양한 수익 구조를 설계할 여지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폐암을 포함한 항암제 분야에서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다국적 제약사는 대형 임상과 병용요법 연구를 통해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산 신약이 미국 허가를 확보했다는 점은 한국 제약사의 임상 설계 역량과 데이터 신뢰도를 일정 수준 검증받은 사례로 해석된다. 다만 미국과 유럽에서 실제 처방 확대와 보험 등재를 이끌어내려면 추가 임상 데이터와 가격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과 포상 제도는 정부가 신약 파이프라인과 수출 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선별해 연구 투자와 글로벌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장치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보건의료 연구개발 지원, 임상 인프라 확충, 해외 규제 대응 컨설팅 등을 통해 제약사의 미국 식품의약국과 유럽 규제기관 진입 허들을 낮추겠다는 방향을 제시해 왔다. 다만 실제 상용화 단계에서는 각국 약가 규제와 리스크 분담 계약 등 별도 제도 장벽이 존재해, 기업의 자체 협상력과 파트너십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이번 수상이 환자 중심 혁신을 위한 장기 연구개발 투자와 글로벌 진출 전략이 인정받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레이저티닙 이후 후속 파이프라인이 미국을 포함한 선진 시장에서 추가 허가를 획득할 경우, 국산 항암제가 기술수출 대상에서 글로벌 경쟁 제품으로 위상이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산업계는 유한양행의 사례가 한국 제약사의 신약 수출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으며, 기술 혁신과 제도 환경의 조화를 새로운 성장 조건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