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로바이러스 겨울 대유행”…식약처, 영유아 시설 집중 관리
노로바이러스가 겨울철 영유아 집단시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며 계절과 무관한 식중독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낮은 온도에서도 장기간 생존하는 특성 때문에 기온이 떨어지는 시기에 감염이 오히려 늘어나는 역설적 양상이 반복되는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영유아를 중심으로 한 집단 발병 패턴을 분석해 겨울철을 식중독 고위험기로 규정하고, 현장 위생관리와 대응 물자 지원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와 방역 당국은 이번 조치를 겨울철 식중독 관리 패러다임을 바꾸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서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의심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5년간 총 234건의 식중독을 유발했으며, 이 가운데 12월부터 이듬해 2월 사이에만 124건이 발생해 전체의 약 53퍼센트를 차지했다. 통상 여름철이 식중독 성수기로 인식돼 왔지만, 통계상 절반이 넘는 식중독이 겨울철 노로바이러스에서 비롯된 셈이다.

노로바이러스는 급성 위장염을 일으키는 대표 바이러스성 식중독 병원체로, 적은 양의 바이러스만으로도 감염이 이뤄지는 높은 전염성이 특징이다. 저온 환경에서도 생존력이 강해 냉장 보관이나 겨울철 기온이 감염 억제에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 감염되면 갑작스러운 구토와 설사, 복통, 발열 등이 수반되며, 일반 성인은 대개 수일 내 회복되지만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와 노약자는 탈수 등 합병증 위험이 커 주의가 요구된다.
주된 감염 경로는 두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첫째는 노로바이러스로 오염된 음식물과 지하수 섭취다. 특히 생굴과 같은 익히지 않은 어패류, 조리 전 충분히 세척되지 않은 과일과 채소, 비소독 지하수가 위험군으로 지목된다. 둘째는 사람 간 직접 또는 간접 접촉이다. 환자의 분변과 구토물, 침에 포함된 바이러스가 손과 환경 표면을 통해 옮겨가고, 이 손이 다시 입과 코 주변을 거치며 감염을 일으키는 구조다.
식약처는 영유아 시설을 노로바이러스 확산의 핵심 관리 지점으로 보고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밀집 환경에서 단체 생활이 이뤄지고, 영유아의 손 씻기 습관이 충분히 자리 잡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한 명의 감염이 수십 명으로 번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특히 구토가 발생하면 공기 중 미세 비말과 주변 표면에 바이러스가 넓게 확산돼 2차, 3차 감염의 매개가 될 수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입자가 매우 작고 표면에 단단히 달라붙는 성질을 가져 일반적인 물 씻기만으로는 제거가 어렵다. 방역 당국은 비누와 세정제를 사용해 흐르는 물에 최소 30초 이상 손가락 사이, 손등, 손톱 밑까지 꼼꼼하게 문지르는 손 씻기 수칙 준수를 강조한다. 과일과 채소류는 물에 잠시 담근 뒤 흐르는 물에 재차 세척해 표면에 남아 있을 수 있는 바이러스를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조리도구와 식기는 열탕 소독 또는 기구용 살균 소독제를 활용해 세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식수 관리 역시 핵심이다. 소독되지 않은 지하수는 반드시 끓여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며, 가열조리용 표시가 붙은 생굴 등 어패류 제품은 중심 온도 85도에서 최소 1분 이상 조리해야 바이러스 불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조리 온도와 시간 기준을 명확히 지키는 것이 겨울철 단체급식에서 집단 감염을 막는 기초 방어선으로 평가된다.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시설 내 뿐 아니라 가정 내 생활습관 전반의 개선이 요구된다. 영유아와 종사자는 평소 손 씻기를 생활화해 바이러스가 손을 매개로 입과 코로 들어가는 경로를 차단해야 한다. 영유아가 하원한 뒤에는 가정 내 화장실과 문손잡이, 수도꼭지 등 손이 자주 닿는 표면을 염소 소독제를 이용해 정기적으로 닦는 환경 위생 관리가 효과적인 방어 수단으로 꼽힌다.
업계와 방역 당국은 구토 상황 대응 능력이 식중독 확산을 막는 관건으로 보고 있다. 구토 시 발생하는 분무형 비말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하면 한 번의 사고가 즉시 집단 감염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식약처는 올해 구토에 의한 2차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린이집 등 전국 영유아 시설에 위생장갑, 마스크, 소독액, 타월 등으로 구성된 구토물 소독 처리키트 3만6천 개를 배포했다. 현장에서 신속히 보호구를 착용한 뒤 구토물을 흡수, 포장, 소독, 폐기까지 표준 절차에 따라 처리하도록 돕는 장비 패키지다.
방역 기준에 따르면 구토, 설사 등 식중독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은 급식 조리와 배식 등 식품 취급 업무에서 즉시 배제해야 한다. 증상이 호전된 이후에도 최소 2일에서 3일간은 휴식을 취하면서 바이러스 배출 가능 기간을 고려한 격리를 유지하는 것이 권고된다. 감염 후에도 일정 기간 바이러스가 분변을 통해 배출될 수 있어, 완치로 보이는 시점에도 위생 관리의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노로바이러스 확산 추세를 고려할 때, 단기적인 시설 단속보다 상시적인 교육과 표준 운영 절차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영유아 시설 종사자와 학부모 대상 위생 교육을 정례화해 손 씻기, 조리 위생, 구토물 처리 요령 등을 생활 수준에서 체득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민의 안전한 식생활을 위해 노로바이러스 등 겨울철 식중독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식중독 예방 요령을 지속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계와 보건 당국은 이번 대책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충실히 이행돼 겨울철 식중독 위험을 낮출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