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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경부암 영상 알고리즘…분당서울대병원, RSNA서 진단 패러다임 제시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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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경부암 치료 후 추적 관리를 정교하게 돕는 영상 진단 기술이 글로벌 학술무대에서 주목을 받았다. 방사선 치료 이후 조직 변화와 재발 징후를 영상으로 조기에 구분하는 알고리즘이 핵심으로,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국내 의료진이 제시한 이 관리 전략은 두경부암 생존율과 삶의 질을 동시에 높이는 도구로 평가되며, 두경부 영상 분야 글로벌 표준 논의의 분기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영상의학과 배윤정 교수가 3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북미영상의학회 연례 학술대회 RSNA 2025에 공식 초청돼 두경부암 치료 후 관리 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고 18일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공식 연자로 초청된 것으로, 두경부 영상 분야 연구 성과를 세계적으로 다시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미영상의학회 RSNA는 1915년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영상의학 학술단체로, 연례 학술대회에는 매년 100개국 이상에서 5만여 명의 의료진, 연구자, 기업 관계자가 참가한다. 최신 영상 장비와 AI 기반 판독 기술, 정밀 영상 진단 프로토콜까지 전 주기 기술이 공유되는 자리로, 글로벌 영상의학 기술과 산업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무대로 꼽힌다.  

 

배윤정 교수는 두경부와 신경 영상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전문가다. 유럽두경부방사선학회 ESHNR를 비롯한 다수의 국제 학회로부터 반복적으로 연자로 초청돼 왔으며, 특히 방사선 치료 후 영상 변화 양상과 재발 감별 영상 알고리즘 연구에서 차별화된 업적을 쌓아왔다. 두경부암은 해부학적 구조가 복잡하고 기능 보존이 중요해 치료 후 영상 해석이 까다로운데, 이런 특수성을 반영한 정교한 판독 기준을 제시한 점이 이번 RSNA 초청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번 강연에서 배 교수는 두경부암 치료 이후 나타나는 조기 영상 변화와 장기 후유 변화 패턴을 실제 임상 사례를 중심으로 제시했다. 방사선 치료 후 정상 조직이 보여주는 부종, 섬유화, 혈류 변화 같은 소견과, 재발을 시사할 수 있는 비대칭 조영 증강, 경계 불분명 종괴, 주변 조직 침윤 소견 등을 단계별로 비교해 설명했다. 기존에는 이런 변화가 혼재돼 재발 여부를 판독자가 경험에 의존해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배 교수는 특정 시기별로 주목해야 할 핵심 영상 소견을 알고리즘 형태로 구조화해 재발 감별 정확도를 높이는 접근법을 제시했다.  

 

기술적 측면에서 배 교수의 진단 전략은 다중 모달리티 통합에 방점을 찍고 있다. 강연에서는 MRI 기반 DWI 확산강조영상과 PET-CT 양전자단층촬영을 비롯해 고해상 CT까지 아우르는 통합 평가 프레임워크가 소개됐다. DWI는 조직 내 물 분자의 확산 정도를 수치화해 세포 밀도가 높은 악성 병변을 민감하게 포착할 수 있는 기법이고, PET-CT는 포도당 대사를 기반으로 한 종양의 대사 활성을 추적할 수 있어 기능적 정보에 강점이 있다. 배 교수는 두 기법의 장점을 결합해 단순 구조 관찰을 넘어 미세한 재발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는 알고리즘을 제안했다.  

 

특히 RSNA 강연에서는 두경부암 환자 관리에 적용 가능한 표준화된 최신 진단 알고리즘이 구체적으로 공유됐다. 예를 들어 치료 후 특정 기간마다 어떤 영상 기법을 우선 활용하고, 어떤 상황에서 DWI와 PET-CT를 추가해 위양성을 줄이거나 불필요한 조직검사를 피할 수 있는지 단계별 의사결정 경로가 설명됐다. 이를 통해 의료진이 병원마다 다른 관행에 의존하지 않고, 근거 기반 프로토콜에 따라 안정성과 정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료 체계를 정비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두경부암은 수술, 방사선, 항암치료 등 복합요법이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생존율은 개선되고 있지만, 치료 후 재발과 합병증 관리가 여전히 큰 과제로 지목된다. 방사선으로 인한 연부 조직 손상, 연하곤란, 혈관 합병증 등은 영상에서 늦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고, 재발과의 구분도 쉽지 않다. 배 교수는 강연에서 두경부 혈관 파열 위험 소견, 이식피판 관련 합병증 등 예상치 못한 중대한 합병증을 조기에 파악한 사례를 소개하며, 체계화된 영상 추적 관리가 환자 안전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두경부암과 같은 고난도 영역에서도 AI 기반 영상 판독 지원 기술 도입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DWI와 PET-CT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재발 위험을 수치화하는 연구가 확산되고 있고, 일부 기업은 전용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이번 RSNA에서 한국 의료진이 제시한 진단 알고리즘은 향후 AI 모델 학습을 위한 표준 레퍼런스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과의 연계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경부 영상 분야는 환자 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난도가 높고, 치료 실패 시 기능 저하와 재수술 부담이 커 주요 대학병원과 글로벌 영상 장비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영역이다. 유럽 ESHNR,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여러 두경부 영상 학회에서는 치료 반응 평가와 재발 감별을 주제로 한 공동 가이드라인 프로젝트가 진행돼 왔다. 이런 가운데 배 교수 연구가 방사선 치료 후 영상 변화 패턴을 정량적, 정성적 지표로 체계화하고, 모달리티별 최적 조합 전략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국제 가이드라인 논의에도 참고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두경부암 치료 후 추적 검사 주기와 영상 기법 선택이 의료기관마다 다르게 운영되는 상황이다. 영상 판독 역시 고도의 전문 경험이 요구돼, 숙련된 두경부 영상 전문의가 부족한 병원에서는 일반적인 두부·경부 영상 프로토콜로 환자를 추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배 교수의 알고리즘과 같이 표준화된 평가 체계가 도입될 경우, 지역 간·병원 간 진료 격차를 줄이고 환자 예후를 균질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윤정 교수는 이번 RSNA 강연에서 한국의 두경부 영상의학 수준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도 주력했다. 배 교수는 강연 뒤 질의응답에서 다기관 공동연구 확대와 임상 데이터 공유를 통해 알고리즘을 고도화할 계획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에는 치료 직후부터 장기 추적까지 전 과정을 포괄하는 정밀 영상 진단 기준을 구축해, 두경부암 환자의 생존과 삶의 질을 함께 개선하는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배 교수는 이번 초청에 대해 한국 두경부 영상의학 진단 역량을 글로벌 무대에서 확인받은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앞으로도 두경부암 치료 후 관리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영상 진단 기준과 알고리즘을 제시해, 영상의학 분야의 새로운 진단 패러다임 형성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이 같은 연구 성과가 실제 임상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에 어떻게 접목될지, 그리고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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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정교수#분당서울대병원#rs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