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엔 빛을 보러 간다”…함평 겨울빛축제, 일상에 스며든 야간 산책의 설렘
요즘 겨울밤을 ‘빛 보러 나가는 시간’으로 채우는 이들이 늘었다. 예전엔 크리스마스 시즌의 특별한 이벤트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가족과 연인이 함께 걷는 일상의 겨울 산책 코스로 자리 잡는 중이다. 알록달록한 조명과 음악이 깔린 공원을 따라 걷다 보면, 추위보다 먼저 마음이 풀린다.
전라남도 함평군 함평읍 곤재로 일대가 올겨울 또 한 번 빛으로 물든다. 함평군과 재단법인 함평축제관광재단이 2025년 11월 28일부터 2026년 1월 11일까지 함평엑스포공원 일원에서 ‘함평 겨울빛축제’를 여는 것이다. 국향대전에서 사용한 대형 조형물과 엑스포공원 전역을 채운 야간 경관조명이 만나, 낮에는 평범했던 공간이 밤이 되면 환상적인 야간 놀이터로 변신한다.

축제의 가장 큰 매력은 관람객이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장면의 주인공’이 된다는 점이다. 입구에서부터 이어지는 빛의 길을 따라 걸으면 자연스럽게 포토존과 체험존, 공연과 전시가 이어지고, 사람들은 휴대전화 카메라를 켜는 순간부터 축제의 일부가 된다. 가족 단위 방문객은 물론 친구, 연인들과 함께 사진과 영상을 남기기 좋은 구조다.
관람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공간은 ‘빛의 미로체험’이다.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빛으로 꾸며진 길이 얽히고설켜 있고, 걷는 속도에 따라 색과 반사 효과가 다르게 느껴진다. 아이들에게는 숨바꼭질과 술래잡기의 모험 공간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인물 사진과 짧은 영상을 남기기 좋은 무대로 다가온다. SNS에 올릴 한 장면을 찾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이곳에 모이게 되는 이유다.
손으로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도 축제의 분위기를 한층 포근하게 만든다. 루돌프머리띠 만들기와 트리 만들기 체험 부스에서는 준비된 재료를 가지고 각자의 취향을 입힌 머리띠와 작은 트리를 완성해 본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리본을 고르고, 친구끼리 장식을 나누며 웃는 장면이 이어진다. 완성된 작품을 머리에 쓰거나 품에 안고 축제장을 거닐면, 공원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사진 스튜디오처럼 변한다.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산타복 입기 체험이다. 붉은 옷과 모자를 갖춰 입은 아이들이 조형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축제장 곳곳을 뛰어다니는 풍경이 자연스럽게 연말 카드를 연상시킨다. 여기에 야광 팔찌 만들기 체험까지 더해지면, 아이들의 손목마다 작은 별빛이 하나씩 얹힌다. 손을 흔들 때마다 퍼져 나오는 빛이 겨울밤의 공기를 더욱 들뜨게 만든다.
함평 겨울빛축제의 야간 풍경은 음악으로도 채워진다. 크리스마스 마칭밴드 공연이 시작되면 환한 조명 아래로 악기 소리와 규칙적인 발걸음이 겹쳐지면서 관람객의 시선이 모인다. 붉은색과 초록빛이 어우러진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는 연주는 공원의 빛과 뒤섞여 또 하나의 장면을 만든다. 크리스마스 캐럴 버스킹이 시작되면 축제장 곳곳이 작은 음악 무대로 바뀐다. 사람들은 걷다가 멈추고, 멈추다가 흥얼거리며 자연스럽게 공연의 리듬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연극제도 준비돼 있다. 익숙한 캐럴과 이야기를 엮은 공연이 웃음과 잔잔한 여운을 함께 남긴다. 아이들에게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동화처럼, 어른들에게는 오래된 겨울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관객들은 객석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공연이 끝난 뒤 곧바로 빛의 길을 걸으며 방금 전의 감정을 이어가게 된다.
축제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책임지는 것은 무엇보다 야간 경관 조명이다. 중앙광장과 잔디광장에는 형형색색 조명 장식이 설치돼,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배경이 그림처럼 담기도록 연출된다. 나무와 구조물에 반사돼 생겨나는 빛의 패턴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시선을 위로 올리게 하고, 평소보다 한 박자 느린 산책을 유도한다. “조금 더 걷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드는 동선이다.
기술과 예술이 만나 완성한 대형 미디어아트 전시는 이번 축제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한다. 이이남 작가가 참여한 작품은 대형 스크린과 조형물을 활용해 영상·빛·소리를 유기적으로 결합한다. 관람객이 작품 앞에 서 있기만 해도 빛이 몸을 감싸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익숙한 풍경과 이미지가 낯선 리듬으로 재구성된다. 겨울밤 공원 한가운데서 느끼는 작은 미술관 경험이다.
함평의 정체성을 담은 전시 공간도 눈길을 끈다. ‘함평추억공작소’와 나비곤충표본전시관에서는 지역의 역사와 상징이 한자리에 모인다. 유리 진열장 속 나비와 곤충 표본은 함평이 가진 자연 생태의 풍요로움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에게는 교과서에서 보던 생태 학습이 실제 눈앞에 펼쳐지는 시간으로 남는다.
식물전시관 안에 자리한 다육식물관과 자연생태관은 화려한 조명과는 결이 다른 차분함을 전한다. 다양한 형태와 색감을 가진 다육식물, 작은 생태 환경을 재현해 놓은 공간은 은은한 조명 아래서 천천히 숨 쉬고 있다. 축제 현장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을 때, 조용한 온실 속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함평군립미술관의 기획 전시 역시 빛과 자연, 사람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가들의 시선을 보여주며 축제에 예술적 깊이를 더한다.
로컬의 맛과 기념품을 찾는 이들을 위한 동선도 탄탄하다. 함평을 상징하는 캐릭터 ‘황박이’와 ‘뽐비’를 활용한 팝업스토어에서는 각종 굿즈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아이들은 인형과 스티커를 고르는 손길이 분주하고, 젊은 세대는 손에 쥐기 좋은 소품을 챙기며 축제의 기억을 가볍게 포장해 간다. 집에 돌아가서도 책상 위와 가방 한켠에서 함평의 겨울밤이 오래 남도록 돕는 역할이다.
편의점과 간식 판매 코너, 다양한 푸드트럭이 모인 공간은 공원을 작은 야간 먹거리 거리로 바꾼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간식과 따뜻한 음료, 지역 색을 담은 메뉴들이 줄지어 서 있고, 사람들은 손에 컵과 꼬치를 든 채 빛의 길을 따라 걷는다. 농특산물 판매 부스에서는 함평에서 자란 농산물과 가공품이 소개돼 여행객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관광객들은 축제에서의 시간을 장바구니에까지 담아가는 셈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겨울 빛 축제는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겨울밤을 즐기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뜻이다. 쇼핑몰이나 실내 공간에 머무르기보다 야외 공원과 로컬 도시를 찾는 흐름이 자리 잡았고, 그 한가운데에 빛과 음악, 지역 자원이 결합한 야간 축제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를 “체험과 감성을 동시에 찾는 계절형 야간 관광” 흐름으로 읽는다. 낮 관광과 다른 ‘밤의 도시’를 경험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커졌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함평 겨울빛축제는 빛과 조형물에 머무르지 않고, 미디어아트와 생태 전시, 미술관, 로컬 푸드와 캐릭터 굿즈까지 묶어 하나의 야간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누군가에게는 아이와 함께 떠나는 작은 겨울 여행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연말을 정리하는 산책이 된다. 축제장 곳곳에 놓인 포토존, 체험 프로그램, 조용한 전시 공간은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겨울밤의 메뉴판처럼 펼쳐진다.
댓글 반응을 상상해 보면 “가족 겨울 사진 찍기 딱 좋겠다”, “차 막히는 대도시 대신 이런 로컬 축제가 더 끌린다”는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실제로 이런 야간 축제는 아이를 둔 부모에게는 ‘멀리 가지 않아도 되는 겨울 여행지’가 되고, 연인들에게는 “한 번쯤 같이 가 보자”고 계획을 세우게 만드는 데이트 코스가 된다. 지역 주민들에게도 퇴근 후 가볍게 산책을 나설 수 있는 새로운 동네 풍경이다.
함평 겨울빛축제는 2025년 11월 28일부터 2026년 1월 11일까지 전라남도 함평군 함평읍 곤재로 27 일대에서 펼쳐진다. 국향대전의 기억을 품은 조형물과 엑스포공원의 야간 경관, 미디어아트와 체험, 공연과 전시, 그리고 사람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시간이 어우러져, 겨울밤의 온도를 조금 더 따뜻하게 올릴 예정이다. 축제가 끝난 뒤에도 관람객의 마음속에는 사라지지 않는 빛의 잔상이 남아, 문득 겨울이 올 때마다 함평이라는 이름을 다시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작고 사소한 밤의 산책이지만, 우리 겨울의 기억은 그 안에서 조금씩 새로 쓰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