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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mRNA-LNP로 항암·CAR-T 확장…GC녹십자, 신약개발 판도 노린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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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NA 기술이 단순 감염병 백신을 넘어 항암·세포치료제까지 파고들며 바이오 의약품 개발의 전선을 넓히고 있다. GC녹십자가 인공지능 기반 코돈 최적화와 독자적 UTR 특허, 지질나노입자 전달체를 결합한 차세대 mRNA LNP 플랫폼 성과를 학계에 공개하면서다. 업계에서는 이 플랫폼이 국산 mRNA 기반 항암 백신과 CAR T 세포치료제 개발 경쟁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GC녹십자는 최근 국내외 학회에서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한 차세대 mRNA LNP 플랫폼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고 26일 밝혔다. 회사는 자체 보유한 UTR 특허 기술과 인공지능 기반 코돈 최적화 알고리즘을 적용해 메신저리보핵산 형태의 mRNA가 세포 안에서 만들어내는 단백질 양과 발현 지속 시간을 동시에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코돈은 mRNA 염기서열 가운데 실제로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지정하는 구간이다. 같은 단백질이라도 어떤 코돈 조합을 쓰느냐에 따라 세포 내 번역 효율이 달라지는데, GC녹십자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가장 효율적인 코돈 배열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발현량을 극대화했다. UTR은 코돈 앞뒤에 위치해 단백질 생성의 안정성과 속도를 조절하는 비번역 구간으로, 회사는 이 부위를 최적화한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보다 더 오래, 더 안정적인 단백질 발현을 유도했다는 설명이다.  

 

전달체 역할을 하는 지질나노입자 플랫폼도 따로 고도화했다. GC녹십자는 자체 구축한 LNP 조성으로 특정 세포에 선택적으로 mRNA를 전달하는 효율을 높이고, 동물 실험에서 독성 지표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한 결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범용 LNP가 간 등 일부 장기에 비특이적으로 축적되던 한계를 줄이고, 표적 세포 중심으로 약효를 집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관심을 끌고 있다.  

 

회사는 이 같은 mRNA LNP 통합 플랫폼을 기반으로 감염병부터 항암, 유전자 치료까지 파이프라인을 확장 중이다. 코로나19와 독감 등 감염병 예방 백신에 더해, 종양 특이 항원을 표적으로 하는 항암 백신, 단일 유전자 이상이 원인이 되는 희귀질환 치료제, 유전자 편집 치료, CAR T와 같은 세포치료제에도 적용 범위를 넓히는 전략이다. mRNA를 이용하면 세포 안에서 일시적으로 치료용 단백질이나 수용체를 발현시킬 수 있어, 복잡한 세포 조작과 제조 공정을 줄이고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행보다.  

 

항암 백신 분야에서는 플랫폼 성능을 수치로 입증했다. GC녹십자는 자체 LNP를 적용한 항암 백신 후보가 벤치마크로 활용되는 기존 LNP 대비 더 강력한 항원 특이 CD8 양성 T 세포 반응을 유도했다고 밝혔다. CD8 양성 T 세포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세포독성 T 세포로, 활성화 정도가 항암 면역반응의 핵심 지표로 쓰인다. 동물 모델 실험에서는 종양 크기를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까지 줄이는 결과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CAR T 세포치료제 연구에서도 mRNA 기술 결합 효과가 포착됐다. 회사에 따르면 자체 mRNA 기술로 제작한 CAR T 세포치료제 후보는 시험관 내 세포를 이용한 체외 평가에서 B세포를 최대 99퍼센트까지 제거하는 성과를 보였다. B세포 제거율은 혈액암 치료용 CAR T 효능을 가늠하는 대표 지표로, 비정상 B세포를 얼마나 선택적으로 제거하느냐가 실제 항암 효과와 직결된다. mRNA를 통해 CAR 수용체를 세포에 일시 발현시키면, 영구적인 유전자 편집 없이도 항암 효과를 내면서 안전성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제약사들도 관심을 두는 영역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mRNA와 LNP를 결합한 차세대 면역치료제 경쟁이 진행 중이다. 미국과 유럽의 선도 기업들이 감염병 백신 성공을 바탕으로 항암 백신과 자가면역질환 치료로 파이프라인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 GC녹십자는 UTR 특허와 AI 기반 코돈 설계, 자체 LNP 플랫폼을 묶은 통합 기술 패키지로 격차를 줄이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맞춤형 항암 백신과 유전자 편집 치료가 본격 임상 단계에 진입할 경우,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회사가 공동개발과 라이선스 협상의 주도권을 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상용화 과정에서는 규제와 제조 기준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mRNA와 LNP 기반 의약품은 품질 관리와 안전성 검증을 위해 엄격한 생산 공정 관리가 필요하고, 각국 규제 당국은 면역반응, 독성, 유전자 발현 지속 시간에 대한 검증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mRNA 백신과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심사 가이드라인을 정비하는 동시에, 세포유전자치료제 전용 시설과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세분화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GC녹십자는 향후 암과 자가면역질환으로 개발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자가면역 분야에서 mRNA를 활용하면 과도하게 활성화된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을 세포 내에서 직접 발현시키거나, 병인 세포를 정밀하게 제거하는 세포치료제를 설계할 수 있어 새로운 치료 옵션을 창출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학병원 종양내과 전문의는 mRNA LNP 플랫폼이 항암 백신과 세포치료제 개발에 성공적으로 적용될 경우, 기존 화학항암제 중심 치료 패턴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성훈 GC녹십자 MDD본부장은 mRNA LNP 플랫폼은 백신을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축적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혁신 치료제 개발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GC녹십자의 차세대 mRNA LNP 기술이 글로벌 임상과 규제 관문을 통과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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