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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 2.0 시대 개막”…류진·츠츠이, 한일 재계회의서 공급망·수소·통상 공조 강조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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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 협력 구도의 중대한 시험대로 떠오른 가운데, 한일 경제계 수장이 도쿄에서 맞붙었다. 공급망 안보와 통상환경 변화가 격랑을 예고하는 시점에, 양국 재계는 실질 협력의 틀을 강화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열린 제32회 한일재계회의에서 양국 기업인들은 물리적 교류를 넘어 문화·신산업까지 협력을 전면 확대하는 ‘한일 경제협력 2.0’ 구상에 동의했다.

 

17일 열린 이번 회의에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 한국 측 인사 14명, 츠츠이 요시노부 게이단렌 회장 등 일본 측 인사 11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통상 공동대응, 첨단소재·수소 분야 공조, 디지털과 문화·콘텐츠 협력, 미래세대 교류 강화 등 구체적 과제를 제시했다.

류진 회장은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한일 양국 경제가 공급망 재편, 국제규범 논의에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향후 협력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추진, 수소 및 미래차 표준, 자원 안보 협력 등에서도 공동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츠츠이 요시노부 회장은 “보다 다자적인 자유무역체제 실현을 위해 WTO 개혁과 RCEP, CPTPP 등 경제연계 협정 확대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양국은 미국 관세,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지정학적·통상 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미일 비즈니스 대화와 한중일 FTA 가속화 등 역내 협력 방안도 함께 논의했다.

 

CPTPP 한국 가입의 시급성에 대한 공감대도 확고했다. “한국의 CPTPP 가입은 역내 공급망 안정과 첨단 산업 협력에 실질적인 이득을 가져올 것”이라는 입장에 참석자들이 뜻을 모았다. 수소협력에 대해선 충전소·저장 설비 공동 프로젝트, 운영인력 교육 프로그램 추진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디지털 격차, 초고령화, 재난대응 등 사회현안 해결엔 AI와 디지털 기술 협력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특히 문화·콘텐츠 분야에선 글로벌 OTT용 한일 공동 제작 및 합작 그룹의 제3국 진출, 원작 기반 다양한 콘텐츠 제작(이른바 OSMU 전략), 관광·교환학생 교류 확대 등이 주요 안건으로 올랐다. 이를 위해 자동 출입국 시스템 상호 개방 등 실질 협력 방안까지 제안됐다.

 

이와 관련 공동성명엔 규범 기반의 자유무역질서 유지, CPTPP 추진, 통상·공급망 협력 강화, FOIP 구상 연계, 수소 에너지·탄소 저감 및 공동사회문제 대응 등이 담겼다. 재계는 미래 신산업 주도권 확보와 역내 경제 안정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정치권과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회의가 한일 협력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양국 경제계는 향후 CPTPP 가입 실무, 수소·디지털 분야 공동 프로젝트 구체화에 힘을 쏟기로 했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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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츠츠이요시노부#cpt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