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한관계, 외부 간섭 배제해야”…다이빙 주한중국대사, 미국 견제 메시지

중국과 미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된 가운데, 다이빙 주한중국대사가 양국 관계의 자주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다이 대사는 11일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과 중국 글로벌거버넌스연구원 공동 포럼 축사에서 "중한 관계는 제삼자를 겨냥하지 않고 제삼자의 영향도 안 받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며 한중 양국이 독립적 행보를 약속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셈이다.

다이빙 대사는 구체적으로 "양국은 확고한 전략적 자주성으로 외부 간섭에 대응해야 한다"며 "일방적 패권주의, 보호주의, 디커플링은 중한의 공동 이익을 해치므로 공동으로 반대하고 국제적 공정과 정의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진핑 주석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 참석 자체가 한국 측 회의 개최에 귀중한 지지였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한중 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부각했다.

또한 그는 "경주선언 협의 과정에서도 중국은 한국에 매우 소중한 지지를 보냈다"면서 현안 논의에서 중국이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음을 알렸다. 일부 국가가 세계무역기구와 국제통화기금 관련 내용을 포함하는 것을 반대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는 미국이 중국과 상이한 입장을 보였던 상황임을 간접 시사했다. 이어 그는 "미국이 일으키는 관세·무역·기술 전쟁이 중국에 충격을 주지 못했고, 오히려 자주적 발전과 개방을 이끌었다"며 미국에 대한 견제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같은 자리에서 다이 대사는 최근 대만 해협 유사시 집단 자위권 행사 가능성을 내비친 일본 지도부 발언을 겨냥해 “일본 신임 총리께서 최근 중국과 관련해 부정적 발언을 하는데, 이는 중국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렵고 중일 관계의 발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대만 문제에 관련해 한국이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션웨이중 중국 글로벌거버넌스연구원 부원장 역시 “대만 문제에서 한국은 신중한 언행을 보인다. 일본의 태도와는 뚜렷이 다르다”고 언급했다.

정치권에서는 다이 대사의 발언을 두고 한중 간 전략적 협력 강화와 동시에 미중, 중일 간 경쟁 구도를 더욱 명확히 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며 한중 협력의 재정립을 촉구하는 상징적 메시지”라고 분석하고 있다.

양국 외교 라인은 앞으로의 대외관계에서 독자 노선을 얼마나 견지할지 주목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또한 지원하며, 한중 협력 강화 방안을 계속 모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