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중 보이스피싱 차단”…SKT, 온디바이스 AI로 보안 강화
인공지능 기반 통화 보안 기술이 이동통신 서비스의 새로운 차별화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SK텔레콤이 자사 AI 전화 서비스에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을 더하면서, 통신사가 통화 품질을 넘어 금융·개인정보 보호까지 책임지는 구도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온디바이스 방식으로 통화 내용을 단말기 내부에서만 분석해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줄인 점도, AI 보안 기술 상용화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금융 사기 고도화에 맞선 통신사 간 AI 보안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 전화 서비스 에이닷 전화에 통화 보안 기능 AI 보이스피싱 탐지를 새롭게 추가했다고 1일 밝혔다. 에이닷 전화는 통화 녹취, 자동 응답 등 AI 기반 통화 편의 기능을 제공해 온 서비스다. 여기에 보이스피싱 의심 통화 실시간 감지 기능까지 더해지면서, 통화 전 주기를 아우르는 AI 보안 서비스로 확장하는 행보다.

AI 보이스피싱 탐지는 통화 중 대화 내용을 실시간 분석해 의심스러운 패턴을 포착하면 즉시 사용자에게 경고한다. AI 모델이 의심 키워드 포함 여부, 대화 흐름, 말투·요구 방식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통화를 두 단계로 분류한다. 위험도가 낮으면 의심, 고위험으로 판단되면 위험으로 구분해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위협 정도를 파악할 수 있게 돕는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키워드 필터 중심 스팸 차단 방식의 한계를 넘어서, 맥락 기반으로 통화 내용을 해석하며 탐지 정밀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개인 간 정상 통화나 기업 고객센터 이용 등 일상 통화가 과도하게 필터링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장치도 들어갔다. 이용자의 연락처에 저장된 번호나 에이닷 전화 비즈연락처에 등록된 공식 번호는 분석 대상에서 제외된다. 고객센터처럼 반복 이용되는 공식 번호는 기본적으로 신뢰 대상으로 분류해 과탐을 줄이는 구조다.
경고 전달 방식은 팝업창, 알림음, 진동 등으로 구성된다. 사용자가 통화 중 보이스피싱 아님을 직접 선택하지 않을 경우, 통화 종료 후 해당 번호에 피싱탐지 라벨이 자동 부착된다. 라벨은 최근기록 및 번호 검색 화면에서 확인 가능하다. 경고 라벨이 붙은 번호로 사용자가 다시 전화를 걸려고 하면 사전 확인 팝업이 나타나고, 반대로 해당 번호가 다시 수신될 때는 수신 화면에 보이스피싱으로 탐지된 통화라는 안내 문구가 표시된다. 반복 접촉 상황에서도 경각심을 유지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번 기능의 핵심은 온디바이스 AI 기술이다. 통화 내용 분석부터 경고 알림까지 전 과정이 사용자 단말기 내부에서 처리된다. 통화 데이터가 외부 서버를 거치지 않아 별도 저장·삭제 과정이 필요 없고, 대화 내용이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되지 않기 때문에 정보 유출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고 SK텔레콤은 설명했다. 통신 구간뿐 아니라 AI 처리 구간까지 단말 내부로 국한해, 개인정보 보호 규제와 이용자 프라이버시 요구에 부합하는 구조를 갖춘 셈이다.
AI 보이스피싱 탐지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는 에이닷 전화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고, 아이폰 사용자는 에이닷 앱 내 전화 메뉴에서 기능을 쓸 수 있다. 다만 안드로이드의 경우 에이닷 전화 앱이 기본 탑재된 SK텔레콤향 단말에서만 지원된다. iOS 기본 전화 앱과의 직접 연동은 불가능해 애플 생태계 제약이 여전한 상황이다. 사용자는 설정 메뉴의 AI 보안 항목에서 기능을 활성화해야 하며, 활성화 이후에는 별도 조작 없이 AI가 백그라운드에서 통화를 분석한다.
SK텔레콤은 보이스피싱 탐지를 포함한 AI 보안을 통합 관리하는 구조도 마련했다. 에이닷 앱의 AI 보안 메뉴에는 AI 보이스피싱 탐지, AI 안심차단 등 주요 기능이 묶여 있다. 여기에 새롭게 악성 앱의 전화 가로채기 시도를 탐지하는 기능도 추가됐다. 안드로이드 전용인 이 기능은 악성 앱이 발신 번호를 다른 번호로 위장하거나 연결을 탈취하려는 패턴을 감지해, 사용자 모르게 연결이 우회되는 상황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스미싱 등 문자 기반 금융 사기에 대한 대응 장치도 강화하고 있다. 검색 화면에서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의 키워드를 입력하면 관련 피해 신고 기관의 연락처를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연동해, 피해 발생 시 신속 신고를 지원한다. 또 모바일 보안 솔루션 짐페리움을 1년간 무료 제공하며, 단말기 보안 취약점 탐지와 악성코드 방어를 병행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공공기관과의 협력 기반 보안 체계도 병행된다. SK텔레콤은 경찰청과 협력해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활용된 전화번호를 10분 이내 차단하는 긴급차단 제도를 운영 중이다. 통신망 레벨에서의 번호 차단과 단말 레벨에서의 AI 탐지가 결합되면서, 사후 차단과 사전 경고를 아우르는 다층 방어 구조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금융기관의 출입국·계좌 이상 거래 탐지와 유사하게, 통신사도 네트워크와 단말 양단에서 이상 징후를 포착하는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통신 시장에서도 AI 기반 보이스피싱·스팸 방지 기술 고도화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통신망 수준에서 발신 번호 진위 검증을 강화하는 규제와 함께, 스마트폰 제조사가 단말 내부에서 스팸·사기 전화를 식별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흐름이 병행된다. 중국·동남아 지역 역시 보이스피싱 피해가 급증하며 통신사와 빅테크 기업들이 AI 스팸 필터링 기술 상용화를 서두르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의 온디바이스 탐지 전략은 통신사 입장에서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고려한 현실적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AI가 통화 내용을 실시간 분석하는 구조인 만큼, 개인정보 처리 근거와 투명한 안내, 오탐과 미탐에 따른 책임 소재 등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금융 피해와 직결되는 보이스피싱 특성상, 탐지 정확도와 신속성이 모두 요구돼 AI 모델의 지속적인 학습과 고도화가 필수로 보인다. 규제 당국도 향후 AI 기반 통신 보안 서비스가 확산될 경우, 알고리즘 검증 기준과 이용자 동의 범위 설정 등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조현덕 SK텔레콤 에이닷전화 담당은 에이닷 전화의 보안 강화를 위해 지난 9월 스팸·피싱 의심 문자를 탐지·경고하는 AI 메시지를 도입한 데 이어, 통화 보안 기능 AI 보이스피싱 탐지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조 담당은 앞으로도 AI 기반 보안 기능을 지속 고도화해 고객이 언제나 안전하고 편안한 통화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통신사 주도의 AI 보안 서비스가 실제 보이스피싱 피해 감소로 이어질지, 그리고 타 통신사와 금융권으로까지 어떤 방식으로 확산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