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 진입 못하게 사수”…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 시도 막으라 지시 정황 법정 증언
경호권력과 수사기관이 정면충돌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진입을 막으라고 경호처에 지시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오면서, 12·3 비상계엄 이후 정국은 무거운 파장에 휩싸이고 있다. 이날 증언은 내란 특별검사팀이 진행한 형사재판에서 공개돼 정치적 공방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속행 공판에는 이진하 전 대통령실 경호처 경비안전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전 본부장은 지난해 12월 공수처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법원이 발부한 이후의 상황을 상세히 증언했다.

이 본부장은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으로부터 '(수사기관이) 진입할 수 없도록 무조건 사수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특검팀이 '그게 윤 전 대통령의 지시나 지침이었느냐'고 묻자, 이 본부장은 "그렇게 이해했다"고 답했다. 이어 특검팀이 "김 전 처장이 '저놈들 우리가 때려잡아야 한다. 경찰은 수사권이 없다'고 이야기했느냐"고 질문하자, 이 본부장은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대답했다.
또한, 이 전 본부장은 당시 이광우 전 경호처 경호본부장이 "경찰이 위법행위를 하니 체포해야 한다. 내가 총을 차고 다니겠다. 철조망을 설치해야 한다"고 회의에서 발언했다는 특검팀 질문에 대해 "맞다"고 인정했다. 이외에도, 김성훈 전 차장이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등 군사령관의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를 지시했다는 내용도 언급했다. 이 본부장은 "김대경 전 대통령경호처 지원본부장이 (김 전 차장이) 사령관 세 명에 대한 통화기록을 삭제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저에게 상담을 해왔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이날 증언 내용을 두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야권은 "헌정질서를 훼손하는 정황"이라며 진상규명과 처벌을 촉구했으며, 여권 역시 "경찰 진입을 둘러싼 경호처 판단의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경호처와 군의 강경 대응 및 통화기록 삭제 시도 등의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향후 수사 및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의 책임 범위를 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내란 특별검사팀은 계엄령 하 정부 핵심부의 지휘·지시 체계를 집중적으로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법정 공방을 계기로, 국회와 정치권은 12·3 비상계엄 사태의 진상 및 대통령실 경호·안보 관련 절차의 적정성 문제를 다시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은 경호처 전 간부의 증언 파장으로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