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타트업 키운다…LGU플러스, 쉬프트데이로 글로벌 동반성장 모색
AI 오픈이노베이션을 내세운 통신사가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를 자처하고 나섰다. 통신 인프라와 클라우드, 글로벌 파트너 네트워크를 묶어 초기 인공지능 스타트업의 기술 검증과 해외 진출을 동시에 돕는다는 전략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AI 인프라 비용과 판로 개척이 최대 애로로 꼽혀 온 만큼, 대형 통신사의 개방형 프로그램이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경쟁 구도에 새로운 변곡점을 만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U플러스는 25일 AI 오픈이노베이션 행사 쉬프트데이를 열고 국내 AI 스타트업의 성장과 글로벌 진출 지원 전략을 공개했다. 쉬프트데이는 LGU플러스가 운영하는 AI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쉬프트의 연간 성과를 공유하고 새롭게 선발한 2기 스타트업 11곳을 공식 소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24일 서울 용산사옥에서 열린 행사에는 홍범식 대표와 주요 경영진, 쉬프트 1기와 2기 참가 스타트업 관계자 등 약 150명이 참석했다.

올해 선발된 쉬프트 2기 스타트업은 AI 에이전트 분야 4개사를 포함해 AI와 기계학습 운영 전반을 포괄하는 11개사로 구성됐다.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지시를 이해하고 스스로 작업을 실행하는 지능형 소프트웨어로, 고객 상담 자동화나 업무 프로세스 자동 수행 등 통신사가 보유한 대규모 서비스 인프라에 즉시 접목 가능한 기술로 꼽힌다. LGU플러스는 내부 서비스 실증과 PoC를 통해 이들 기업의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한편, 상용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는 협력 구조를 단계적으로 설계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의 핵심 차별점은 글로벌 클라우드와 세일즈 네트워크를 전면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LGU플러스는 아마존웹서비스와 협력해 선발 스타트업이 AI 모델 개발과 실험에 필요한 클라우드 사용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AI 학습과 추론에는 대규모 연산 자원이 필요해 초기 기업의 부담이 큰데, AWS 인프라 크레딧과 기술 자문을 결합하면 모델 실험 횟수를 늘리고 서비스 출시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시장 진출 측면에서는 글로벌 CRM 기업 세일즈포스와 연계해 해외 세일즈와 마케팅 기회를 제공한다. LGU플러스의 통신 고객 기반과 세일즈포스의 기업 고객 네트워크를 접목하면, AI 스타트업이 단일 국가에 머물지 않고 아시아와 북미, 유럽 등 다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투자 생태계 조성 전략도 병행된다. LGU플러스는 일본과 동남아에 기반을 둔 투자사 제트벤처캐피탈과 전략적 공동 투자 구조를 구축했다. 쉬프트 2기 기업 가운데 기술성과 사업성을 검증받은 곳을 대상으로 공동 투자를 추진하고, 이후 후속 라운드에서 현지 투자사와 추가 연계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일본과 동남아는 통신·핀테크·리테일 분야에서 데이터 활용형 AI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 초기 단계에서 시장 적합성을 입증한 스타트업에 성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글로벌 전시 연계도 강화하고 있다. LGU플러스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참가를 통해 스타트업의 해외 노출을 늘릴 방침이다. 쉬프트 1기와 2기 가운데 5개사는 내년 개최되는 MWC26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 4YFN에 참가한다. 대형 통신사 부스와 스타트업 전용 전시를 동시에 활용하면, 통신사와 단독 부스를 낸 경쟁사 AI 파트너와의 비교 검증이 가능해지고 글로벌 통신사와 장비사, 빅테크를 상대로 파일럿 프로젝트를 제안할 수 있는 기회도 넓어진다.
LGU플러스는 쉬프트를 장기적으로 글로벌 AI 파트너십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단순한 국내 육성 프로그램을 넘어, 해외 통신사와 클라우드 사업자, 벤처캐피털과 공동 펀드를 조성해 글로벌 투자 생태계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공동 펀드가 현실화될 경우 초기 AI 스타트업은 특정 국가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다국적 투자자와 함께 기술 검증과 시장 확장을 병행할 수 있다.
홍범식 대표는 행사에서 쉬프트를 LGU플러스의 브랜드 철학 심플리 유플러스에 기반한 AI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라고 정의했다. 기술 검증과 사업 협력, 투자 연계 등 스타트업 성장을 위해 필요한 핵심 지원을 한 번에 제공하는 구조를 지향하며, 실제 매출과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이어지는 사업 성과 창출까지 동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통신사가 보유한 네트워크와 고객 데이터를 개방형 파트너십으로 연결하는 시도가 확대되면, 국내 AI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경로가 다변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쉬프트를 중심으로 한 LGU플러스의 AI 협력 모델이 실질적 투자 회수와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