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재무장하는 포털 다음…AXZ 출범, 플랫폼 경쟁 재점화
포털 다음이 카카오 품을 떠나 독립 플랫폼으로 재편되며 국내 포털 시장 구도가 다시 요동칠 전망이다. 카카오에서 분사한 자회사 AXZ가 다음의 주요 서비스를 모두 넘겨받고, 인공지능과 숏폼 중심의 종합 콘텐츠 플랫폼 전략을 본격 가동하면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메신저와 모빌리티, 핀테크 중심으로 사업 축을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포털 부문의 자율성과 책임을 동시에 키우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포털 전성기 이후 트래픽과 광고 매출이 정체된 상황에서, AI 기반 개인화와 이용자 참여 강화 전략이 플랫폼 체류시간과 광고 효율을 얼마나 끌어올릴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포털 다음 서비스의 법적 제공 주체가 카카오에서 AXZ로 변경된다. AXZ는 2025년 5월 카카오 사내독립기업으로 운영되던 다음 조직을 떼어내 설립한 ‘다음준비신설법인’의 공식 사명이다. 이로써 2014년 카카오와 다음커뮤니케이션 합병 이후 11년간 이어져 온 포털 사업의 직접 운영 체제가 막을 내리고, 별도 법인 중심의 독립 경영 구조가 자리잡게 된다.

AXZ는 다음의 핵심 서비스인 메일, 카페, 검색, 뉴스, 쇼핑, 게임, 티스토리 등 대다수 트래픽·광고 수익원이 되는 서비스 운영을 전담한다. 카카오는 AXZ가 독립적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서비스 개편과 투자 속도를 높여, 포털 사업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복안이다. 조직을 카카오 내부 수많은 사업 라인업과 분리해 성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시장 대응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법적 서비스 제공 주체 변경에 따라 이용약관과 개인정보 처리 체계도 손질된다. 카카오의 기존 개인정보 처리방침과 이용약관에서 다음 관련 조항이 빠지고, AXZ가 별도 방침을 통해 데이터 수집과 활용 책임을 진다. 이 과정에서 오는 30일 오후 11시부터 다음 달 1일 오전 5시까지는 시스템 전환 작업으로 일부 다음 서비스의 로그인이 일시 중단된다. 데이터 이전과 인증 구조 조정 과정에서 보안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목적이 깔린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이용자 관점에서 로그인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카카오가 그동안 유지해온 통합 계정 체계가 계속 쓰이기 때문에, 기존 카카오 회원은 동일한 ID로 다음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다. 통합 로그인 인프라는 유지하되, 서비스 제공과 데이터 처리 주체만 AXZ로 이원화하는 방식이다. 카카오 생태계 전반에서 쌓인 이용패턴 데이터와 다음 플랫폼의 콘텐츠 소비 데이터를 연결해, 광고 추천과 개인화 품질을 끌어올릴 여지도 열어두는 셈이다.
AXZ는 연내 영업 양수도 절차까지 마무리한 뒤 내년부터 본격적인 체질 개선과 서비스 재편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목표는 다음을 검색 중심 포털에서 종합 콘텐츠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숏폼과 인공지능 같은 새로운 소비 포맷과 기술을 적극 도입하며, 젊은 이용자층과 모바일 중심 트래픽을 다시 끌어오겠다는 전략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들이 동영상·숏폼에 트래픽을 집중시키는 추세와 궤를 같이하는 행보다.
AXZ의 AI 전략을 대표하는 서비스가 AI 기반 콘텐츠 큐레이션 챗봇 디디다. 디디는 이용자가 관심을 보이는 키워드와 주제, 과거 클릭 이력 등을 분석해 맞춤형 뉴스와 정보를 요약·추천하는 서비스다. 기존 포털이 제공하던 일괄 편집형 뉴스 배열과 달리, 개별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춘 대화형 큐레이션을 제공해 뉴스 소비 효율과 체류시간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챗봇 인터페이스를 통해 긴 기사를 요약해 주거나, 관련 이슈를 질문·응답 형태로 탐색할 수 있게 하는 기능도 결합될 가능성이 있다.
콘텐츠 포맷 측면에서도 숏폼 실험이 확대되고 있다. 다음은 올해 4월 루프 탭을 선보인 데 이어, 5월에는 전용 숏폼 콘텐츠 브랜드 숏드를 공개했다. 루프와 숏드는 언론사와 스포츠 채널, MCN 소속 인플루언서 등 다양한 파트너사가 제작한 짧은 동영상 콘텐츠를 한데 모으는 허브 역할을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틱톡과 릴스, 쇼츠가 장악한 숏폼 소비 패턴을 포털 안으로 끌어와, 뉴스·연예·스포츠와 결합한 새로운 광고·커머스 모델을 실험하는 구도다.
AXZ가 숏폼과 AI를 적극 도입하는 배경에는 포털 사업 전반의 성장 둔화가 있다. 검색과 배너 중심 광고 모델은 이미 성장 한계에 부딪혔고, 동영상·인플루언서 기반 광고 예산은 글로벌 빅테크와 쇼트폼 플랫폼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이용자 관점에서도 텍스트 중심 뉴스 소비보다는 짧고 시각적인 콘텐츠 선호가 뚜렷해졌다. AXZ는 디디 같은 AI 큐레이션과 숏드 같은 숏폼 허브를 통해 뉴스·엔터테인먼트·커머스를 아우르는 체류시간 경쟁에서 다시 존재감을 키우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용자 참여 기능에서도 변화가 진행 중이다. 다음은 6년 만에 연예 기사 댓글을 다시 열면서, 실시간 소통 기능 타임톡 베타 서비스를 연예 카테고리에 먼저 적용했다. 타임톡은 기사 작성 시점을 기준으로 48시간 동안만 댓글을 남길 수 있는 구조를 도입해, 구독형 악성 댓글과 장기 어뷰징을 줄이는 장치를 마련했다. 댓글 노출 기간을 제한함으로써 이슈가 오래 쌓이며 갈등과 혐오 표현이 증폭되는 기존 포털 댓글 구조의 부작용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타임톡에는 운영정책 위반 댓글 자동 가림 기능인 세이프봇이 결합돼 있다. 세이프봇은 욕설·비하·성적 표현 등 사전에 정의된 금칙어뿐 아니라, 문맥 기반 혐오 표현과 인격 모독성 발언을 AI로 탐지해 자동으로 숨기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여기에 시간 제한과 어뷰징 방지 시스템이 더해져, 소수 이용자의 반복 도배나 조직적 댓글 공세가 여론을 왜곡하는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사람이 사후 모니터링하던 방식보다 훨씬 빠른 차단이 가능해진 점도 차별점이다.
국내 포털 산업은 그동안 연예·스포츠 기사 댓글을 둘러싼 논란으로 큰 변곡점을 겪었다. 다음과 네이버는 악성 댓글이 연예인 극단 선택 등 사회적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비판 이후 연예·스포츠 댓글 노출을 잇따라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포털이 여론의 장으로서 기능을 축소하고, 참여 기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AI 기반 욕설·혐오 탐지 기술이 미세한 문맥까지 판별할 수준으로 고도화되면서, 포털이 댓글과 소통 기능을 다시 꺼내드는 흐름이 관측된다.
글로벌 플랫폼도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소셜·뉴스 플랫폼이 기계학습을 활용해 혐오 발언·허위정보를 사전 차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대신, 논쟁적 이슈를 무조건 봉쇄하기보다 투명한 필터링 기준과 신고 절차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AXZ가 타임톡과 세이프봇 조합을 통해 연예 기사 댓글을 제한적 범위에서 재개한 것도, 이용자 참여와 안전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AXZ가 AI와 숏폼, 댓글 재개 전략을 통해 네이버 중심으로 고착된 국내 포털 시장에 어느 정도 균열을 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 역시 AI 검색과 동영상·쇼핑 강화에 나선 상황에서, 포털 간 경쟁은 검색 점유율보다 체류시간과 광고 전환율, 창작자 생태계 확보 경쟁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AXZ의 독립과 다음 브랜드 재정비가, 카카오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포털 부문의 존재감을 어느 정도까지 회복시킬 수 있을지도 핵심 변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향후 포털 시장 경쟁에서 AI 기반 개인화와 콘텐츠 포맷 혁신 못지않게, 데이터 보호와 표현의 자유, 혐오 표현 규제 사이의 균형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AI가 댓글과 뉴스 추천에 개입하는 정도가 커질수록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편향성 논란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AXZ의 포털 독립과 기술 재무장이 실제 트래픽과 수익 구조 개선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AI와 이용자 권리 보호 사이에서 어떤 운영 원칙을 세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