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스피 3.79 하락·환율 1,475원 돌파…외국인, AI 거품 우려에 10조원 순매도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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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와 환율, 가상자산 시장이 21일 동반 흔들렸다. 글로벌 증시 고평가 우려와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코스피가 4에 육박하는 급락세를 보였고, 원달러 환율은 1,470원대를 넘어섰다. 투자 심리가 급랭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과 함께 실물·금융 전반으로 불안이 번지는 양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1.59포인트, 3.79 떨어진 3,853.26에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인 가운데 반도체 업종이 낙폭을 키웠다. 삼성전자는 5.77 하락했고 SK하이닉스는 8.76 급락했다.

코스피 3.79% 급락·환율 1,475원 돌파…외국인 이달 10조원 순매도
코스피 3.79% 급락·환율 1,475원 돌파…외국인 이달 10조원 순매도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가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8,23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2조2,950억원 규모를 순매수하며 외국인 매물을 떠안았다. 외국인은 11월 들어 이날까지 누적 기준으로 10조원 이상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닥지수도 약세를 피하지 못했다. 코스닥은 전장 대비 27.99포인트, 3.14 떨어진 863.95로 장을 마감했다. 성장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 특성상 기술주 조정 이슈가 더 크게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증시 급락 배경에는 미국 시장의 기술주 조정이 자리하고 있다. 인공지능 관련 종목을 둘러싼 거품 논란이 재부각되면서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 매도세가 확대됐고, 이 영향이 아시아 시장으로 전이됐다는 분석이다. 20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84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지수는 1.56 내렸다.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 지수는 2.15 떨어졌다.

 

특히 AI 대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가 3분기 실적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음에도, 그동안 누적된 고평가 부담을 상쇄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시장에서는 성장 기대를 선반영한 기술주의 가격 조정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경계감도 제기된다.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2월 1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75~4.00 수준으로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어서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 선물시장은 현재 연준의 차기 회의 동결 가능성을 64.6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대학 연설에서 자산 시장과 관련해 고평가된 자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증가했다는 게 현재 인상이라고 언급하면서 자산 가격 조정 가능성에 대한 긴장을 키웠다. 미국의 9월 고용보고서도 혼조 흐름을 보이며 금리 인하 기대를 자극하지 못했다. 9월 비농업 일자리는 11만9,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실업률은 4.4로 상승했다.

 

환율 시장에서도 위험 회피 심리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21일 달러원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7.7원 오른 1,475.6원에 마감했다. 장 마감 직전에는 1,476.0원까지 상승하며 7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시절 관세 인상과 미중 무역 갈등 여파로 변동성이 확대됐던 지난 4월 9일 1,484.1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16 낮은 100.081을 기록했지만, 사흘 연속 100선을 상회하며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졌다. 같은 시각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39.18원으로, 전날 오후 3시30분 기준가 931.76원보다 7.42원 상승했다. 엔달러 환율은 0.35엔 하락한 157.15엔을 나타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국회 답변에서 인플레이션 상황을 전제로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고 밝히면서 엔달러 환율은 하락세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엔화 약세와 달러 강세가 동시에 나타나는 가운데 원화의 상대적 약세가 부각되며 신흥국 통화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에도 부담을 주는 모습이다.

 

가상자산 시장도 위험 자산 전반에 대한 회피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21일 오후 4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보다 1.54 낮은 1억2,791만원을 기록해 지난 4월 21일 이후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시가총액 2위 가상자산인 이더리움 가격 역시 같은 시각 1.77 하락한 416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시장 참여자들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통화정책 방향과 기술주 조정 강도, 환율 흐름이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 발언과 경기 지표 발표가 이어지는 만큼, 위험 자산 전반에 대한 보수적 대응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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