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당게 조사 부적절" vs "그냥 못 넘겨"…국민의힘, 한동훈 가족의혹 놓고 내홍 재점화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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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향배를 둘러싼 여권 내부 갈등과 국민의힘 지도부 내 세력 다툼이 다시 맞붙었다.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당원 게시판 사태를 놓고 당무감사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하자, 친한계와 친윤계가 정면 충돌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11월 28일 당원 게시판 관련 논란에 대해 공식 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2024년 11월 5일 전후로 발생한 당원 게시판 논란과 그 후속 조치 전반으로,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핵심 쟁점이다.

이 같은 조사 착수 소식이 전해지자 당 지도부 내부에서는 찬반이 격돌했다. 당 결집이 시급한 시점에 내부 감사를 진행하는 것은 부담이라는 친한계와, 논란을 명확히 짚고 가야 한다는 구주류 친윤계가 맞서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친한계인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11월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우 최고위원은 글에서 계엄 1년을 앞둔 시점에 당원 게시판과 김종혁 전 최고위원 관련 당무감사가 개시된 점을 언급하며 지금이 그런 조사를 할 타이밍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당이 외부 민생 현안과 정권 방어에 집중해야 할 때 내부를 향한 감사로 힘을 소진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반면 친윤계로 분류되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김 최고위원은 당원 게시판 문제는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당원들의 강력한 문제 제기에서 비롯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당 대표직에 있던 인사가 정권 성공을 위해 힘을 모으기보다, 내부에서 정권을 흔들 목적을 갖고 당원 게시판을 활용했다면 이를 외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대표를 지냈던 한동훈 전 대표를 겨냥한 메시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김 최고위원은 강원 춘천시청 앞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 연설에서도 같은 기조를 이어갔다. 그는 당원 게시판 조사가 장동혁 대표의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됐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조사는 당원들의 뜻에 따른 조치라고 재차 강조했다. 조사 정당성을 부각하는 동시에 지도부 책임론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친한계 인사들은 당무감사 개시 직후 긴급 회동을 검토했지만, 당장은 집단 행동을 자제하고 정국 추이를 지켜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친한계 인사는 통화에서 어차피 언젠가는 당무감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면서도, 지금 시점에서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역공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모임을 미뤘다고 설명했다. 대신 12월 21일로 예정된 한동훈 전 대표 북콘서트를 계기로 의견을 모으고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원 게시판 사태는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온라인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이 올라오고, 그 배후에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촉발됐다. 지도부 교체와 계파 갈등이 맞물린 가운데, 해당 의혹은 당내 권력 구도와 향후 대권 구상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당무감사위원회는 11월 28일 입장문을 통해 2024년 11월 5일 전후 당원 게시판 관련 논란과 이후 조치 전반에 대한 공식 조사 절차 착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조사 범위와 방식, 조사 대상자 소환 여부 등 구체적 절차는 향후 논의를 통해 확정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당무감사가 당원 여론 수습과 조직 안정에 기여할지, 아니면 계파 갈등을 재점화해 내홍을 심화시킬지에 대한 우려가 공존한다. 친한계는 내부 감사가 한동훈 전 대표와 그 측근을 겨냥한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고, 친윤계는 모호한 의혹을 방치할 경우 정권 정당성과 당 신뢰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내달 한동훈 전 대표 북콘서트가 친한계 결집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무감사 진행 상황과 조사 결과에 따라 친한계의 대응 수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여권 전반으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동훈 전 대표를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재점화될 경우 내년 정국 구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관련 사실관계 확인과 책임 소재 규명을 이어갈 계획이다. 국회와 정치권은 당원 게시판 조사가 여권 내 계파 갈등의 폭발 요인이 될지, 아니면 갈등 정리를 위한 계기가 될지 주시하면서 향후 정국을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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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한동훈#윤석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