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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행, 나무에 기대어 삶을 그리다”…숲과 함께한 이들, 여름밤 위로→깊은 뿌리의 이야기를 건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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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행, 나무에 기대어 삶을 그리다”…숲과 함께한 이들, 여름밤 위로→깊은 뿌리의 이야기를 건네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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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저녁, 온기를 품은 숲길 사이에서 EBS ‘한국기행’이 사람과 나무, 그리고 인생의 뿌리에 대해 천천히 질문을 던진다. 도시의 소란을 잠시 비우고 나무 곁에 삶을 내려놓은 이들은 각기 다른 사연과 꿈을 안고 살아가는 이웃이자 가족이다. 방송은 계절의 흙내음과 초록의 바람 아래,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나무처럼 고요하지만 힘 있는 존재들의 일상에 다가가며 따스한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첫 번째 여정에서는 은퇴 후 5만 평 숲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박주원 씨 부부가 등장해, 비와 햇살, 바람와 나뭇잎 사이에서의 소박한 행복을 보여줬다. 모노레일 소리에 묻혀 숲 속 이웃들과 펼치는 도시락 식탁, 연잎밥과 꽃 샐러드를 나누는 순간, 부부의 하루는 한 폭의 그림처럼 잔잔하게 흘러간다. 욕심 대신 맑음을 안고, 나무와 깊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 속에서 이들의 황혼은 숲에 스며드는 듯했다.

“숲에 기대어 삶을 나누다”…‘한국기행’ 나무를 닮은 사람들, 여름날 위안→인생의 뿌리를 만지다 / EBS
“숲에 기대어 삶을 나누다”…‘한국기행’ 나무를 닮은 사람들, 여름날 위안→인생의 뿌리를 만지다 / EBS

이어지는 두 번째 이야기는 충북 괴산에서 미선나무에 평생을 바친 우종태 씨, 그리고 노래로 바나나 나무에 말을 거는 전북 고창의 김용태 씨의 여름날 풍경을 따라간다. 미선나무와의 운명을 받아들인 삶, 그리고 가족과 작은 갈등마저 웃음으로 넘기는 ‘미선이 아빠’의 사랑이 그려진다. 또한 땀방울이 번지는 바나나 밭에서 돼지고기 수육과 바나나 셰이크로 에너지를 채우는 장면에서는, 작은 변화에도 순정을 거는 삶의 깊이가 묻어난다.

 

세 번째 ‘아흔넷, 엄마의 정원’에서는 해남의 문홍식 씨가 노모를 위해 꾸린 4천 평의 정원에서 피어나는 가족의 역사가 담겼다. 아흔넷 엄마와 함께 걷는 ‘어머니의 길’, 각자의 이름이 붙은 꽃과 나무들이 시간을 품은 채 여름 햇살 아래 일렁인다. 손수 마련한 그늘 아래 굽은 허리로 걸음을 옮기는 어머니의 뒷모습에, 오래된 과수원의 기억과 아들의 효심이 조용히 녹아든다.

 

네 번째 장면에서는 수백 년의 나이를 지닌 마을의 나무들이 특별한 이야기를 품는다. 담양의 느티나무 아래 마을을 지키는 ‘할아버지 문인석’, 그리고 진천 버즘나무에 얽힌 종의 전설이 전해지면서, 나무는 마을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주는 살아 있는 다리가 된다. 여름날에도 변함없이 마을 사람들을 모으는 이 나무들은, 세월의 흐름에 맞서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킨다.

 

마지막 여정은 담양에서 3대째 이어온 쥘부채 장인 김대석, 정명순 부부의 삶과 함께한다. 수많은 대나무 사이에서 땀과 손길로 쥘부채를 완성해온 부부의 세월은, 자연과 가족, 자부심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에어컨이나 선풍기보다 오래 견디는 부채처럼, 이들의 사연 역시 단단한 생의 힘으로 흐른다.

 

이처럼 ‘한국기행’은 초록의 계절을 따라 나무와 사람, 그리고 가족과 이웃의 긴 시간을 비춘다. 숲에 밀착해 살아온 이들의 땀과 숨결은, 여름밤 시청자들의 마음에도 조용한 쉼표를 남긴다. 각기 다른 사연이 모인 다섯 편의 여정은 8월 4일부터 8월 8일까지 밤 9시 35분, EBS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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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행#박주원#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