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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노로바이러스 경보”…의료계, 어패류 생식 자제 촉구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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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로바이러스가 겨울철 식중독의 핵심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연말 연초 모임이 늘면서 굴과 조개 등 어패류를 날로 섭취하는 문화가 유지되는 가운데, 적은 양으로도 감염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 특성상 방심할 경우 집단 발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의료계와 보건 당국은 특히 12월부터 2월까지를 고위험 시기로 보고, 철저한 손 씻기와 어패류 완전 가열 조리를 기본 수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산업·정책 차원에서는 겨울철 식품 안전 모니터링과 외식·급식 현장의 위생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노로바이러스는 급성 위장염을 일으키는 전염성 바이러스로, 극히 적은 양의 바이러스만으로도 감염이 발생한다. 환자와의 직접 접촉뿐 아니라 환자가 오염시킨 식기, 조리 도구, 손을 거친 음식물을 통해서도 쉽게 전파되기 때문에 개인 위생과 조리 환경 관리가 방역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통상 식중독은 고온 다습한 여름철에 많다고 인식되지만, 실제 데이터는 겨울철 위험이 더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보고된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환자는 4279명이다. 같은 기간 전체 식중독 발생 건수 가운데 약 49%가 12월부터 2월 사이에 집중돼 겨울이 사실상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의 성수기로 나타났다. 계절성 바이러스 특성과 함께 연말 회식, 신년 모임 등으로 인한 외식 증가, 굴·조개류 생식 관행이 맞물리면서 감염 위험을 키우는 구조다.

 

노로바이러스의 생존력과 환경 저항성은 기존 세균성 식중독과 뚜렷이 다르다. 영하 20도에서도 생존할 만큼 저온에서도 활성을 유지하고, 일반적인 조리 온도나 수돗물에 포함된 염소 농도로는 쉽게 사멸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겨울철에도 충분한 가열 조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바이러스가 그대로 남을 수 있고, 차갑게 제공되는 음식이나 샐러드, 과일, 얼음 등도 2차 오염의 매개가 될 수 있다. 특히 굴과 조개를 날로 먹는 문화는 노로바이러스가 축적된 패류를 그대로 섭취하게 만드는 통로가 될 수 있어 감염내과 전문의들이 반복적으로 위험성을 강조하는 영역이다.

 

감염 후 평균 잠복기는 12시간에서 48시간으로, 비교적 짧은 편이다. 잠복기를 거친 뒤 갑작스럽게 증상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자는 전날 또는 이틀 전 섭취한 음식과의 연관성을 놓치기 쉽다. 연령에 따라 대표 증상도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 소아에서는 반복적인 분출성 구토가, 성인에서는 묽은 설사가 주로 보고된다. 여기에 권태, 두통, 발열, 오한, 근육통 등 전신 증상이 동반되며, 구토와 설사가 겹치면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

 

현재 노로바이러스에 작용하는 특이 항바이러스제나 항생제는 상용화돼 있지 않다. 대부분의 환자는 2일에서 3일 이내에 자연 회복되지만, 이 기간 동안 체액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김정연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이 발생했을 때의 1차 대처로 충분한 수분 섭취를 강조한다. 그는 이온 음료나 보리차처럼 전해질과 수분을 함께 보충할 수 있는 음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당분과 탄산이 많은 음료나 과일 주스는 장내 삼투 환경을 악화시켜 탈수 증세를 더 심하게 만들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고령층, 임산부, 항암 치료 환자나 만성질환자로 대표되는 면역저하자는 상대적으로 짧은 구토·설사만으로도 급격한 탈수에 빠질 수 있어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김 교수는 경증 탈수 단계에서는 경구용 수액을 통한 보정이 가능하지만, 구토가 심해 물조차 삼키기 어렵거나 설사가 계속되는 경우에는 정맥 주사로 수액을 공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증상이 심하거나 3일 이상 호전 없이 지속될 경우에는 지체 없이 의료기관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과 수액 치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예방 측면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여전히 기본 위생 수칙이다. 노로바이러스는 70도에서 약 5분, 100도에서 1분 이상 가열했을 때 효과적으로 사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굴과 조개류, 기타 어패류는 겨울철에도 반드시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냉장 보관한 과일이나 채소는 흐르는 물에 여러 차례 세척하고 가능하면 껍질을 벗겨 섭취하는 방식으로 오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연말 모임과 회식 자리에서는 술잔과 식기, 수저를 여러 사람이 돌려 쓰는 관행이 노로바이러스 전파 통로가 될 수 있어, 개인별 식기 사용을 유지하는 것이 안전하다.

 

손 위생은 전파 고리를 끊는 최소한의 방어선이다. 김정연 교수는 노로바이러스 예방의 기본 전략으로 흐르는 물에 비누를 이용해 30초 이상 손을 씻는 습관을 강조한다. 특히 화장실 사용 후, 음식을 조리하기 전, 외출 후에는 반드시 손 씻기를 실천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알코올 손 소독제만으로는 특정 상황에서 충분한 효과를 보장하기 어려운 만큼, 물과 비누를 이용한 기계적 세척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으로 평가된다.

 

공중보건과 식품 안전 관리 측면에서는 겨울철 노로바이러스 모니터링 체계 고도화가 요구된다. 식품안전 당국과 지자체는 학교 급식, 기업 단체급식, 외식 업소, 수산물 유통·가공 현장에 대한 정기 점검을 강화하고, 노로바이러스 검출 시 신속한 역학 조사와 정보 공유를 통해 집단 발병을 최소화해야 한다. 동시에 소비자 대상 예방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손 씻기와 완전 가열 조리 등 생활 속 실천 행동을 확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계절적 요인과 식습관이 크게 변하지 않는 한 겨울철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반복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와 의료계, 규제 당국이 데이터 기반 감시 체계와 현장 위생 관리 standard를 정교하게 다듬어 나갈 때, 계절성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식품과 감염관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결국 개인의 위생 습관과 조리 문화 개선이 노로바이러스 방역의 첫 관문이 되고 있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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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로바이러스#김정연#식품의약품안전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