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정치권·특검 동시에 압수수색”…15시간 강제수사로 본 자금 로비 의혹
통일교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통일교 주요 시설과 정치권, 특검 사무실 등 10여 곳을 동시 압수수색하며 15시간 넘는 강제수사를 진행했다. 회계 장부와 휴대전화, 전산 자료 등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수사의 무게중심은 본격적인 자금 흐름 추적으로 옮겨졌으나, 상징적 물증으로 지목된 고가 시계와 대규모 현금 뭉치의 실체는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은 15일 오전 9시께 경기 가평 통일교 천정궁, 서울 용산구 통일교 서울본부, 서울구치소 수용실, 서울 청파동과 여의도 일대, 서울 종로구 특검 사무실 등 10곳에 수사관들을 동시에 투입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16일 새벽 0시 40분께 압수수색 종료를 공식화했으며, 시작 시점으로부터 약 15시간 40분 동안 수색이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압수수색 영장에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금품 수수 혐의 피의자로 각각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2018년 무렵을 전재수 전 장관의 현금 2천만 원과 1천만 원대 시계 수수 시점으로, 2020년 4월 총선 무렵을 임종성 전 의원과 김규환 전 의원의 수천만 원대 자금 수수 시점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통일교 천정궁과 산하단체인 천주평화연합 사무실 등에서는 관련 보고서와 회계 자료 확보에 수사력이 집중됐다. 경찰은 통일교 조직 내 자금 집행 구조와 정치권으로의 자금 이동 경로를 회계 기록과 전산 파일을 통해 추적하고 있다. 특별전담수사팀 관계자는 확보된 자료를 토대로 “금품 전달 경위와 구체적 액수, 전달 경로에 대한 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강제수사에서도 ‘명품 시계’로 불린 고가 시계는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은 전재수 전 장관의 자택과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을 11시 20분께부터 오후 3시 5분까지 수색했으나, 통일교 측에서 건넸다고 지목된 시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2018년 전후 통일교 자금 운용과 관련해 거론된 280억 원 규모 현금 뭉치 관련 자료 역시, 자료 보존 연한과 방대한 분량 등의 이유로 확보 난도가 높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핵심 물증 확보에는 한계를 드러냈지만, 경찰은 회계 장부와 통신 기록 등 주변 증거를 바탕으로 간접·우회 추적에 나섰다. 수사팀은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과 이메일, 메신저 기록 분석을 통해 금품 수수 정황과 지시 체계를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관련 인물들에 대한 소환 조사 역시 확보 자료 분석 결과를 토대로 단계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경찰 수사망은 통일교를 넘어 과거 특검으로까지 확장됐다.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웨스트 내 민중기 특검 사무실에는 수사관들이 투입돼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을 포함한 관련 수사 자료 전반을 확보했다. 통일교 의혹을 수사했던 특검팀이 한학자 총재 개인금고에서 발견된 막대한 현금과 관련해 직무유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경찰은 당시 특검이 확보했던 압수물 목록과 이번 강제수사로 확보한 자료를 대조해 수사 누락 지점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압수수색에는 23명 규모의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 인력과 함께 경찰청 안보수사국 인력이 추가 투입됐다. 다만 국회의장의 해외 일정으로 국회 통지 절차가 지연되면서, 전재수 전 장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시작이 현장 도착 후 약 2시간가량 미뤄지는 진통도 발생했다. 경찰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국회 통보와 사무실 봉인 등의 과정을 거친 뒤 수색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사 범위와 방향을 두고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통일교와 정치권의 오랜 유착 의혹을 규명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과거 특검 수사의 적정성과 책임 소재에 대한 재검증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관련 인사들에 대한 소환 조사 시점과 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적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수사가 단발성 비리 규명에 그칠 것이 아니라, 종교단체와 정치권 사이 자금 거래 구조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자금법의 사각지대, 제3자 명의 계좌 활용, 회계 투명성 부족 등이 반복적으로 문제로 떠오른 만큼, 제도 개선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다.
경찰은 확보한 회계 자료와 휴대전화, 전산 파일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이어가며 자금 흐름과 금품 전달 경위를 분석하고 있다. 분석 결과에 따라 관련자 소환 조사와 추가 압수수색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통일교와 정치권, 특검을 한 축으로 묶은 이번 수사가 구조적 유착 의혹을 어디까지 규명할 수 있을지, 향후 수사 결과와 제도 개선 논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자금 흐름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추가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