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터무니없이 고평가”…‘빅쇼트’ 버리 경고에 미 증시 거품 논쟁 재점화
현지시각으로 1일, 미국(USA) 뉴욕 금융시장에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공매도 투자로 이름을 알린 마이클 버리가 전기차 업체 테슬라(Tesla)의 주가와 경영진 보상 구조, 인공지능(AI) 열풍 전반에 거품이 심화됐다고 경고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발언은 미국 증시를 이끌어온 대표 성장주에 대한 회의론을 다시 부각시키며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자극하고 있다.
로이터와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버리는 지난달 30일 발행한 자신의 투자 뉴스레터 ‘카산드라 언체인드’에서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터무니없이 고평가돼 있으며, 오랜 기간 그런 상태가 이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지시각으로 1일 기준 테슬라 주가가 고평가 구간에 머물고 있다며, 실적과 무관하게 과도한 기대가 반영된 가격이라고 주장했다.

버리는 특히 테슬라가 자사주 매입을 시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매년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이 약 3.6%씩 희석되고 있다고 추산했다. 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역대 최대 규모의 보상안이 이 같은 주식 희석 문제를 앞으로도 지속시킬 구조라고 지적했다. 버리는 “머스크의 보상 구조가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는 지난달 초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향후 회사 시가총액 8조5천억달러 돌파 등 특정 경영 목표 달성 시 머스크 CEO에게 1조달러 규모의 주식을 지급하는 초대형 보상안을 승인했다. 시장에서는 머스크의 공격적 성장 전략을 뒷받침하는 동력이라는 평가와 함께, 지나친 주식 보상으로 기존 주주들의 희석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돼 왔다.
야후 파이낸스 집계에 따르면 테슬라의 현재 시가총액은 약 1조4천300만달러로 전 세계 상장사 가운데 10위권에 올라 있다. 로이터는 테슬라 주식이 주당 예상 순이익(Forward EPS)의 약 209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USA) 대표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구성 종목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22배 안팎과 비교해 9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수치는 전기차·AI·자율주행 등 미래 성장 스토리에 대한 기대가 가격에 크게 반영돼 있음을 보여준다.
테슬라의 1일(현지시각) 종가는 430.14달러로, 최근 6개월 사이 주가가 25.5%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강한 상승세 속에서 버리의 경고가 더해지며 향후 조정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국 투자자들에게도 직접적인 파장을 미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 투자자들의 테슬라 보유 규모는 267억5천만달러, 한화 약 39조3천775억원에 달한다. 테슬라는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주식으로, 가격 변동이 국내 가계 자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버리는 2008년 미국(USA) 금융위기 발생 전 미국 주택시장과 연계된 자산 가격 하락을 예견하고 주택담보부증권(MBS)에 대한 공매도 전략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둔 인물이다. 그의 투자 과정은 이후 영화 ‘빅 쇼트’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고, 이른바 ‘위기 예언자’ 이미지가 굳어졌다. 과거 사례 때문에 버리의 발언은 시장에서 상징성이 크게 부각되는 편으로, 이번 테슬라·AI 거품 경고 역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심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버리는 최근 인공지능 산업 전반에도 과열 조짐이 뚜렷하다고 경고해왔다. 특히 AI 대표 수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Nvidia)와 팔란티어(Palantir)의 주가 하락에 베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성장주 전반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일부 미국(USA) 금융 매체들은 버리의 포지션 공개 이후 AI 관련 종목에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전하며, “AI 랠리의 피로감이 쌓인 상황에서 상징적 인물이 던진 경고가 심리적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테슬라는 전기차 업체를 넘어 AI 기반 자율주행, 에너지 저장, 로봇 기술 등 복수의 미래 산업을 대표하는 상징주로 간주돼 왔다. 로이터와 CNBC 등 주요 매체는 테슬라의 밸류에이션을 두고 “고성장 기술주의 전형적 논쟁 사례”라고 평가하며, 성장 잠재력과 실적, 금리 환경 간 불균형이 언제 어떻게 조정될지가 핵심 변수라고 지적했다. CNN은 버리의 발언을 인용하며 “테슬라와 AI 거품 논쟁이 2000년대 닷컴 버블 논쟁을 연상시킨다”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버리의 테슬라 고평가 및 주식 희석 관련 주장에 대한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일론 머스크 CEO는 과거에도 단기적인 주가 등락보다는 장기 비전과 혁신 역량을 강조해 왔으며, 팬덤에 가까운 개인투자자 지지층을 기반으로 성장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고금리 기조와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치는 가운데, 과도한 성장 기대가 실적과의 괴리를 낳을 경우 조정 압력이 한꺼번에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금융시장 일각에서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버리의 경고가 반드시 금융위기 재현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거품 논쟁이 심화될 경우 성장주 중심의 미국(USA) 증시 구조와 글로벌 자금 흐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해외 개인투자자들이 테슬라 등 소수 기술주에 집중 투자해온 만큼,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때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버리의 경고 이후 테슬라와 AI 대표주들의 실적과 주가 흐름이 실제로 어떤 궤적을 그릴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