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자율주행·UAE스마트도시”…오토노머스에이투지, 중동 시범사업→상용화 분수령
국산 자율주행 기술이 아랍에미리트 시장 진입을 공식화하며 중동 스마트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경쟁의 전면에 나섰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인공지능·스페이스테크 기업 스페이스42와 함께 아부다비에 자율주행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아부다비와 두바이를 축으로 한 상용화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20일 밝혔다. 합작법인 출범은 이재명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 일정에 맞춰 열린 한-아랍에미리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공식 발표되며 양국 간 미래 모빌리티 협력의 상징적 사업으로 부각됐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와 스페이스42는 합작법인 설립을 위해 총 4백만달러를 공동 출자하고, 8백만달러 규모의 아부다비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공동 수주해 본 사업의 재정적 기반을 마련했다. 양사는 레벨4 자율주행차 보급 확대와 더불어 기존 차량을 자율주행차로 전환하는 레트로핏 모델을 핵심 축으로 삼아,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을 절제하면서도 자율주행 차량의 숫자를 빠르게 늘리는 전략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차량과 도로 인프라, 각종 도시 설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V2X 통신 기술과 관련 서비스 패키지를 결합해, 도시 단위에서 작동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설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 실행은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화된다. 양사는 기아와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멀티 퍼포즈 전용 플랫폼인 PV5 차량 5대를 투입해 아부다비와 두바이에서 자율주행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차량 스스로의 인지·판단 성능과 더불어 현지 도로 환경, 기후 조건, 교통 패턴을 정밀 분석하고, 레트로핏 패키지의 현지 적용성 검증과 운영 데이터 축적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는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현지 정부와 공동 워크숍,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해 제조와 인프라 기반 확충 방안을 구체화하고, 아부다비·두바이를 교두보로 삼아 중동 전역으로 상용화를 확대하는 단계적 로드맵을 가동한다는 구상이다.
규제와 제도, 운영체계의 정합성 확보도 사업의 중요한 축으로 제시됐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와 스페이스42는 아부다비 투자청과 스마트·자율주행차 산업 클러스터인 SAVI 등 현지 기관과 협력해, 대규모 상용화를 앞둔 자율주행차의 운행 기준, 안전 인증, 데이터 관리, 보험·책임 구조를 포괄하는 법·제도 틀과 운영 시스템을 공동 개발할 방침이다. 중동 주요 도시가 자율주행 셔틀과 로보택시, 물류 운송 등 다목적 서비스를 동시에 추진하는 만큼, 기술 수준만큼이나 규제 정합성과 행정 수용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시장 선점의 관건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국산 자율주행 스타트업이 글로벌 대형 완성차나 빅테크가 주도하는 중동 시장의 초기 상용화 프로젝트에 합작사 형태로 직접 참여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주로 차량 공급이나 개별 솔루션 제공에 머문 것과 달리, 도시 단위 프로젝트 기획과 운영 시스템 설계까지 포괄하는 사업 구조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사업의 전략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레벨4 이상 고도 자율주행과 레트로핏 모델, V2X 인프라를 묶어 하나의 패키지로 제시하는 모델은, 인구 밀집과 관광·물류 수요가 높은 중동 도시들에서 비용 대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이번 합작법인 설립을 계기로 국내에서 축적해온 자율주행 알고리즘, 관제 시스템, 정밀지도 연동 기술을 아랍에미리트의 위성·스페이스테크 역량과 결합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온·사막 환경, 잦은 모래바람 등 중동 특유의 기후와 도로 조건에서 안정적인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센서 융합 기술과 원격 모니터링, 위성 기반 측위 고도화가 병행돼야 하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한국 기업의 기술 포트폴리오를 한 단계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자율주행차가 스마트시티, 스마트포트, 스마트물류 등 인접 산업과 결합될 경우, 도시 인프라 전반을 묶는 통합 플랫폼 경쟁에서 한국 기업의 존재감도 한층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는 한국 자율주행 기술의 중동 진출을 첫 단추로 평가하며, 스페이스42와의 협력을 통해 안전성과 신뢰성을 갖춘 자율주행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한국 스타트업이 아랍에미리트의 자율주행 상용화에서 실질적인 사업 주체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중동을 향후 글로벌 확장의 전략 허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을 둘러싼 규제 경쟁과 표준 경쟁이 가속하는 가운데, UAE에서의 성공 경험이 향후 한국의 자율주행 수출 전략과 외교·산업 협력 정책에 의미 있는 선례로 남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