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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인도·태평양 도전과제 함께 해결해야” 김케빈, 동맹 역할 확대 강조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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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의 역할과 범위를 둘러싼 전략 구상이 다시 부상했다. 주한미국대사관을 이끄는 김케빈 주한미국대사대리가 한미 안보 협력의 중심축을 한반도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으로 넓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와 대만해협 정세가 직접 언급되며 동맹의 새로운 과제가 부각되는 양상이다.

 

김케빈 대사대리는 28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힐호텔에서 한미동맹재단이 주최한 한미동맹포럼에 초청연사로 참석해 “무엇보다도 공동의 도전과제를 한반도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중요한 건 한반도, 그리고 인태지역의 억지력을 강화하고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한미가 직면한 위협에 대한 공통 인식과 평가의 필요성도 짚었다. 김 대사대리는 “그렇기에 우리가 직면하는 위협에 대해 함께 평가하는 게 중요하다”며 “연합된 위협 평가를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군사·안보는 물론 경제안보까지 포함한 포괄적 협력 구조를 전제로 한 동맹 운용 원칙을 제시한 셈이다.

 

최근 발표된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에 대한 평가도 나왔다. 그는 해당 문서를 두고 “무역, 경제, 국방, 외교와 한미 공동의 미래 비전까지도 다 다루고 있으며 한반도뿐 아니라 인태지역 비전까지도 담은 문서”라며 “동맹이 다루는 의제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정상 차원의 합의가 북핵·미사일 문제를 넘어 역내 공급망과 첨단 기술, 해양안보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발언이다.

 

발언의 맥락엔 미국이 한미동맹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축으로 활용하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김 대사대리는 “미국의 미래는 한국에, 한국의 미래는 미국에 달렸다”며 상호 의존성을 강조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다시 제조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이를 위해 한국의 능력과 기술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첨단 제조·반도체·배터리 등에서 한국과 미국이 전략적 파트너라는 점을 부각한 대목이다.

 

포럼에서는 한미동맹의 역할이 중국 견제까지 확장되는지에 대한 질문도 제기됐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중국의 2027년 대만 점령 가능성’을 언급하며 견해를 묻자, 김 대사대리는 “가능성에 대해선 말씀드릴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중국 군사 능력은 크게 증대되고 있고 대만은 중국 정부의 주요 관심사”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군사력 팽창과 대만 문제의 민감성을 동시에 지적한 셈이다.

 

다만 그는 대만해협에서의 갈등 억지와 평화 유지가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 대사대리는 “어떠한 일이 일어나든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해협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인태 지역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적인 군사 시나리오 언급을 피하면서도 미국의 관여 의지를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도 언급됐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피스 메이커’”라고 규정하며 “모든 옵션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옵션도 예외로 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제재 강화부터 대화·협상, 정상 간 외교까지 다양한 수단을 동시에 검토하는 전략이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이날 포럼에서 나온 메시지는 한미동맹이 더 이상 북한만을 상정한 양자 군사동맹에 머무르지 않고, 중국과 대만해협, 인도·태평양 전체를 포괄하는 다층적 안보 협력 틀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미동맹재단과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인도·태평양 전략 속 한미 공조의 세부 과제와 함께, 역내 긴장 고조 시 한국의 역할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과 외교가에선 한미동맹의 전략적 지평 확대가 향후 한국 외교의 선택지를 좁힐 수 있다는 우려와, 오히려 역내 질서 재편 과정에서 발언권을 키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정부 외교당국은 인도·태평양 지역 현안을 둘러싼 한미 협력의 구체적 방향을 놓고 후속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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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케빈#한미동맹#트럼프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