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수입식품 선별검사…식약처, 공공 안전관리 혁신 주목
인공지능 기반 위험예측 기술이 수입식품 안전관리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도입한 AI 기반 수입식품 위험예측 검사 시스템은 통관 단계에서 위험도가 높은 물량을 우선적으로 선별해 검사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무작위에 가깝게 이뤄지던 기존 검사 방식에 데이터 기반 정밀 타깃팅을 결합한 셈이다. 공공 분야에 AI를 적극 적용해 행정 효율성과 안전 규제의 정밀도를 동시에 높인 사례로 평가되며, 공공 부문 AI 전환 경쟁의 분기점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공지능 기반 수입식품 위험예측 검사 시스템이 12월 3일 청주오스코에서 열린 2025년 공공 AI 대전환 챌린지 우수사례 왕중왕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8일 밝혔다. 공공 AI 대전환 챌린지는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행사로, 공공 영역에서 AI와 데이터 활용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한 혁신 사례를 선발해 시상한다. 올해 왕중왕전에는 실제 행정 현장에서 이미 성과가 확인된 9개 과제가 발표 대상에 올랐고, 식약처 사례는 수입식품 검사 업무 효율성과 안전성 제고 성과를 높게 인정받았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수입 단계에서 들어오는 식품 중 어떤 물량이 부적합 판정을 받을 위험이 더 높은지 사전에 예측하는 알고리즘에 있다. 식약처와 식품안전정보원은 다년간 축적된 수입식품 검사 데이터와 해외 위해정보를 빅데이터 형태로 통합했다. 과거 부적합 판정 내용, 사용 원재료 특성, 제품 유형, 수출국과 제조 환경, 해외에서 보고된 위해 사례 등 다양한 변수를 정제해 AI가 학습 가능한 형태로 구조화했고, 이를 기반으로 품목별 위험 예측 모델을 구축했다.
위험예측 모델은 통관 단계에서 적용된다. 시스템은 수입 신고가 들어오는 제품별 속성과 과거 통계 패턴을 비교해 부적합 가능성이 높은 건을 우선적으로 표시하고, 이들 가운데 무작위검사 대상을 자동 선별한다. 무작위 검사는 물리·화학·미생물학적 시험과 서류·현장검사를 포함하는 정밀 절차로, 전체 수입 물량 중 일부를 표본추출계획에 따라 검사하는 방식이다. AI를 통해 단순 비율에 따른 표본 추출이 아니라 위험도가 높을 것으로 예측되는 집단에 표본을 더 많이 배분하는 구조가 갖춰졌다는 점에서 기존 방식의 한계를 완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식약처는 특히 품목별 위해요소 특성을 반영한 개별 모델을 별도로 설계한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곡류, 수산물, 건강기능식품, 가공식품 등은 각각 잔류 농약, 중금속, 미생물, 특정 첨가물 등 주요 위해 요소가 다르다. 수입 국가별 제조·유통 환경, 과거 위반 유형과 빈도도 품목마다 차이가 크다. 식약처와 식품안전정보원은 이런 차이를 반영해 품목군별로 다른 변수 조합과 알고리즘 구조를 적용하고, 지속적인 데이터 업데이트를 통해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다.
시장성과 측면에서 보면, 수입식품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검사 인력과 예산에는 한계가 있는 구조다. 전량 검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물량을 골라 보다 정밀하게 들여다볼 것인가가 안전관리의 관건이 되고 있다. AI 위험예측 시스템은 검사 자원을 고위험 집단에 우선 배분하도록 지원해 동일한 인력과 예산으로 더 많은 위해 가능성을 사전에 걸러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수입업체 입장에서도 검사 기준이 이전보다 데이터와 통계에 기반해 일관성 있게 적용될 수 있어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행정 신뢰도 향상 효과도 기대된다.
글로벌로는 식품 안전 분야에서 AI 활용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국경 검역 단계에서 머신러닝을 이용해 통관 서류, 물류 패턴, 과거 위반 데이터를 분석하고 수입 검사 우선순위를 정하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수입식품 위험예측 시스템은 이러한 흐름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국내 식품안전관리 체계에 맞춘 품목별 정밀 예측 모델을 공공 시스템 내에 직접 구현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공공기관이 주도해 전 주기 식품안전 데이터와 해외 위해정보를 통합한 모델을 운영하는 사례로, 향후 다른 규제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책과 제도 측면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 수입식품 안전 관리는 식약처가 맡고 있지만, AI 도입과 데이터 인프라 구축에는 행정안전부의 공공 데이터 정책, 개인정보와 기업 비밀 보호 규정, 국제 협약에 따른 정보 공유 기준 등이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다. 공공 AI 대전환 챌린지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것은 단일 기관 성과를 넘어, 정부 차원에서 안전 규제에 디지털 기술을 본격 도입하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한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AI 예측 결과를 행정 처분이나 통관 제한에 어떻게 반영할지, 사람이 최종 판단을 어떻게 개입시킬지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 정비도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이 시스템이 축산물, 농산물, 건강보조식품 등 보다 다양한 품목군으로 확대될수록 학습 데이터 규모와 예측 정확도가 함께 높아질 것으로 본다. 동시에 국제 표준과의 정합성, 알고리즘 투명성, 예측 결과에 대한 설명 가능성 등을 확보하지 못하면 산업계와 소비자 신뢰 확보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식약처는 대상 품목을 지속적으로 넓히고, 분석 모델을 고도화하는 한편, 국민이 수입식품을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목표로 AI와 빅데이터 기반 안전관리 혁신을 이어간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산업계는 이러한 기술과 제도 혁신이 실제 수입식품 안전 수준을 얼마나 끌어올릴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