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모스크바 한복판에 북한 승리식당 문 열어"…유엔 대북 제재 정면 위반 논란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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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제재를 둘러싼 국제 갈등과 북러 밀착이 모스크바 도심에서 다시 맞부딪쳤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해외 노동자 고용을 금지한 뒤에도 러시아 수도 중심가에 북한 식당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제재 위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27일 주북러시아대사관 텔레그램에 따르면 러시아 자유민주당 레오니트 슬루츠키 위원장과 양국 유관기관 관계자들은 26일 모스크바 시내에서 열린 승리식당 개업식에 참석해 축하 행사를 진행했다. 모스크바 한복판에 새 북한 식당이 문을 연 셈이다.

축사에 나선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러시아대사는 양국 협력 강화를 강조하며 승리식당 개업을 환영했다. 행사에 참석한 인사들은 평양냉면, 김치 등 북한 음식을 함께 시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승리식당을 소개하며 "조선요리 비법을 알고 있는 우수한 4명의 요리사들이 만드는 가장 맛있는 요리를 맛볼 수 있다"고 전했다.

 

대사관이 올린 사진에는 북한 전통 음식뿐 아니라 모둠회와 바닷가재 등 고급 해산물이 대형 접시에 화려하게 차려진 모습이 담겼다. 테이블에는 고급 양주와 와인도 함께 놓여 있어, 고급 횟집을 연상케 하는 수준의 접대를 선보인 것으로 보인다.

 

승리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대부분 북한에서 파견된 여성들로 추정된다. 흰 정장을 입은 여종업원들이 전자기타와 색소폰을 연주하고, 한복 차림의 종업원은 장구와 가야금 등 전통 악기 연주와 노래 공연을 선보였다. 북한 식당 특유의 공연형 영업 방식이 모스크바에서도 그대로 재현된 모습이다.

 

그러나 승리식당 운영 방식은 대북 제재를 둘러싼 국제 규범과 정면으로 충돌할 소지가 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7년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를 통해 북한 노동자에 대한 회원국의 신규 고용 허가를 금지하고, 기존 파견 노동자도 송환하도록 요구했다. 이 결의는 북한 해외 노동자 임금이 체제 유지와 무기 개발을 뒷받침하는 외화벌이 수단이라는 판단에 기반해 마련됐다.

 

그럼에도 러시아에서 북한 식당이 새로 문을 열고, 북한 국적 종업원이 전면에 나선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제재 위반 의혹이 제기된다. 승리식당 운영이 북한 인력 고용과 직접 연계될 경우, 유엔 안보리 결의 취지에 반하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 내 북한 식당 개점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늘어나는 분위기다. 미국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지난 9월 모스크바에 평양관이라는 북한 식당이 문을 열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에서 북한 식당이 새로 문을 연 것은 고려가 개점한 지 약 15년 만이었는데, 여기에 승리식당까지 더해지면서 북러 경제 협력의 상징적 장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승리식당 개업이 단순한 외식업 확대가 아니라, 대북 제재 국면 속에서 북한의 전통적인 외화벌이 모델이 러시아를 축으로 되살아나는 신호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맞서 북한과 관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유엔 제재를 우회하거나 무력화하려는 실험장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따라붙는다.

 

한편 한국 정부와 미국 등 주요국은 북러 군사협력과 제재 이행 문제를 놓고 러시아를 향한 경고 수위를 높여 왔다. 모스크바 도심 북한 식당 확대가 외화벌이와 인력 파견 확대의 물적 근거가 될 경우, 향후 외교 채널에서 제재 이행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가 승리식당을 포함한 러시아 내 북한 식당 운영 실태를 어떻게 점검하고 대응할지 주목된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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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식당#북한식당#러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