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본법, 진흥 우선-규제 최소로 설계”…정부, 하위법령 초안 공개
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 발전과 안전·신뢰 기반 구축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AI기본법 하위법령 초안을 공식 공개했다. 내년 1월 국내 첫 AI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산업 진흥에 무게를 두면서도 핵심 분야에서는 최소한의 필수 규제만 도입하는 ‘스마트 규제’ 체계를 예고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를 ‘AI 산업 규범화와 글로벌 경쟁력’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8일 국가 인공지능전략위원회 첫 회의에서 AI기본법 하위법령의 구체적 제정 방향을 제시했다. 해당 초안은 올해 1월부터 시작된 민간전문가 80여 명, 산업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주체와의 74회 의견수렴을 거쳐 마련됐다. 시행령 1개, 고시 2개, 가이드라인 5개로 구분하며, AI 산업 지원과 규제의 기본 틀을 공식화했다.

이 초안은 AI 연구개발(R&D), 데이터 구축, 도입·활용 등 산업 육성 목적의 정부 지원 근거를 구체화하고, 기업 실무에 적용될 대상·기준·내용까지 명시했다. 특히 생성형 AI에는 사전 고지와 결과물 워터마크 부착을 의무화하되, 실사용 환경에서의 유연한 이행 방식을 허용해 사업자의 부담을 줄였다. 고영향 AI(기본권에 영향을 미치는 AI)에는 위험 평가와 영향평가, 완화조치 등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 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했다. 또 누적학습량 기준을 적용해 고성능 AI의 리스크 관리 책임도 강화했다. 예를 들어 10의 26제곱 FLOPS 이상 성능의 AI시스템은 별도의 위험 요소 진단과 긴급 대응 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AI 기술의 잠재 시장 확대와 함께, 기업 및 사회 수요자 입장에서는 규제 불확실성 완화가 가장 큰 변화로 꼽힌다. 과기정통부는 고시와 다섯 개의 세부 가이드라인으로 안전·신뢰 인증, 영향평가, 투명성 등 업계의 실질적 부담 요소를 명확하게 제시해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EU AI Act, 미국의 AI 규제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이번 정부안은 진흥 중심의 유연한 접근이 특징이다. 단, 주요 의무사항을 명문화함으로써 글로벌 투자자, 국내 스타트업, 기존 대기업 모두에게 등가의 진입 기준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시행 초기는 과태료 등 제재보다는 행정지도 중심 계도기간을 운영한다. 투명성 고지 미이행, 국내 대리인 미지정, 시정명령 불이행 등 위반 행위가 초기에는 사실상 규제 유예 효과를 갖게 된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안전·신뢰 인증, 영향평가 등에 대해 컨설팅과 비용 지원 등 인센티브도 제공할 계획이다. 2026년 관련 예산은 20억3000만원이 이미 책정됐다.
법안의 공개와 입법예고는 올해 10월, 최종 시행령·고시는 12월에 확정된다. 내년 1월 본격 시행에 앞서 산업과 시민사회 전반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절차도 예정돼 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제도 조화형 법제화가 실제 시장 안착의 관건이 될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윤리, 산업과 제도 간 균형이 새로운 AI 성장의 조건으로 떠오르는 국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