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조달이 시험대”…제이피아이헬스케어, 혁신시제품 지정 효과 주목
스마트 디지털 토모신테시스 기술이 공공의료 영상장비 시장 재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제이피아이헬스케어가 개발한 디지털 X선 단층촬영 장비 스트릭시온이 조달청 혁신시제품으로 지정되면서, 그동안 대형 병원과 민간 중심으로 형성돼 온 영상의료기기 수요가 보건소와 중소 규모 국공립 의료기관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생겼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정을 디지털 토모신테시스가 저선량 영상진단 장비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제이피아이헬스케어는 X선 기반 스마트 디지털 토모신테시스 시스템 스트릭시온이 조달청이 주관한 2025년 제5차 혁신시제품에 최종 선정됐다고 29일 밝혔다. 혁신시제품 지정은 공공서비스 개선 효과와 기술 혁신성, 시장성을 종합 평가해 이뤄지는 제도로, 의료 영상 장비처럼 고가 장비의 초기 레퍼런스 확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스트릭시온은 X선을 여러 각도에서 빠르게 투사해 인체를 층층이 분리해 보여주는 디지털 토모신테시스 시스템이다. 전통적인 X선 촬영은 한 방향에서 조사된 X선이 여러 구조물을 한 화면에 중첩시키는 한계가 있어, 미세 병변이 다른 조직에 가려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토모신테시스는 다각도 촬영 영상 데이터를 재구성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단층에 가까운 입체 영상을 얻어, 기존 X선 대비 병변 검출률을 높이면서도 CT보다 낮은 방사선량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이번 장비는 영상 중첩을 줄이면서도 방사선 피폭량을 CT보다 크게 낮춘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CT는 수십에서 수백 장의 단층 영상을 얻는 대신 환자 피폭량이 높고 장비 가격과 유지비가 크다. 반면 디지털 토모신테시스는 제한된 각도 범위에서 다수의 X선 이미지를 획득한 뒤 소프트웨어로 재구성하기 때문에, 기존 단순 X선과 CT 사이 공백을 메우는 기술로 평가된다. 병원 입장에서는 흉부, 정형외과, 응급의학 등에서 선별진단용으로 활용해 CT 촬영 필요성을 줄이고, 환자 입장에서는 반복 검사 시 피폭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조달청 혁신시제품 지정에 따라 스트릭시온은 향후 최대 3년간 공공기관과 수의계약 체결이 가능해진다. 수의계약은 공개 경쟁 입찰 없이 제품 성능을 기준으로 직접 구매가 가능한 방식이라,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국공립 의료기관 영상장비 시장에서 초기 설치 물량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회사 측은 국공립 병원과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교체 주기가 도래한 기존 X선 장비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조달청은 혁신시제품을 직접 매입해 공공기관에 공급하는 시범구매 사업도 운영 중이다. 스트릭시온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진료 환경에 도입될 경우, 단순 전시용 레퍼런스를 넘어 영상 품질, 워크플로우, 유지보수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 이는 후속 조달 확대와 민간 병원 진출 시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될 수 있어, 제이피아이헬스케어 입장에서는 시장 검증과 매출 확대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구조다.
정부가 2030년까지 혁신제품 공공구매 규모를 3조원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점도 호재다. 내년 조달 예산이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공공의료 디지털 전환과 노후 영상장비 교체 수요가 맞물리면 스트릭시온 같은 국산 혁신장비에 대한 조달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혁신시제품 지정을 받은 국산 의료기기가 공공부문에서 성과를 보일 경우, 이후 민간 병원의 장비 교체 입찰에서도 국산 비중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 공략도 병행된다. 제이피아이헬스케어는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 지역 대형 파트너사들과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 현지 인허가를 마무리한 뒤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지역은 노후 아날로그 X선 장비 교체 수요와 저선량 디지털 영상장비 수요가 동시에 존재하는 시장으로, 토모신테시스 도입을 통해 한 단계 높은 영상 품질을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활성화되고 있다. 회사는 조기 레퍼런스를 확보할 경우 인접국 확산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미국 식품의약국 인허가 절차도 준비 중이다. 미국은 CT, MRI 등 고가 영상장비 보급률이 높은 시장이지만, 비용과 피폭량 문제로 중간 단계 영상 솔루션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디지털 토모신테시스는 흉부 암 검진, 정형외과 영상, 응급실 선별 진단 등에서 CT를 일부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장비로 활용될 수 있어, FDA 승인을 마칠 경우 글로벌 레퍼런스 확보에 중요한 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적으로는 이미 주요 영상장비 메이저 기업들이 유방 촬영과 흉부 진단 분야를 중심으로 토모신테시스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산 장비가 공공조달을 발판으로 실사용 데이터를 축적할 경우,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개선과 임상근거 확보 측면에서 경쟁사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셈이다. 다만 각국 규제기관의 인허가 심사와 방사선 관리 기준, 의료보험 수가 반영 여부 등은 여전히 상용화 속도를 좌우하는 변수로 남아 있다.
김진국 제이피아이헬스케어 대표는 이번 혁신시제품 선정이 스트릭시온의 기술력과 공공의료 현장 적용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공공조달시장 진입을 발판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성과를 가시화하고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산업계는 이번 디지털 토모신테시스 장비가 공공의료 현장에서 어느 수준의 임상 성과를 보여줄지, 그리고 공공시장 경험이 향후 글로벌 시장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