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돕는기술로 사회문제 푼다…카카오임팩트, 대학 연계 플랫폼 구축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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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대학 현장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카카오의 기업재단 카카오임팩트가 주관하는 테크포임팩트캠퍼스가 올해 5개 대학과 함께 프로젝트 기반 수업을 마무리하면서다. 학생들이 비영리 현장과 직접 연결돼 솔루션을 설계하고, AI 분석 모델과 센서·모듈을 결합해 프로토타입까지 구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산업계는 “사회문제 해결형 AI 인재 양성의 시험대”로 보고 있다.

 

카카오임팩트는 올해 연세대, 한양대, 한국과학기술원, 서울대, 가천대 등 5개 대학과 함께 테크포임팩트캠퍼스를 운영했으며, 5일부터 12일까지 대학별 성과발표회를 열어 결과를 공유한다고 8일 밝혔다. 테크포임팩트캠퍼스는 학생과 비영리 기관을 연결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 솔루션을 기획·개발하도록 설계된 프로젝트형 수업으로, AI 시대에 필요한 돕는 기술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운영 일정은 2025년 기준으로 봄학기에 연세대와 한양대, 가을학기에 한국과학기술원, 서울대, 가천대에서 각각 진행됐다. 성과발표회는 5일 한국과학기술원을 시작으로 10일 서울대, 11일 가천대 등에서 순차적으로 열린다. 발표회에서는 팀별 프로젝트 결과 공유와 프로토타입 시연, 멘토단 피드백, 우수 프로젝트 시상이 포함된 구조로 기획됐다.

 

올해 프로그램에는 두 학기에 걸쳐 총 202명의 대학생, 11명의 사회혁신가, 44명의 카카오멘토가 참여했다. 이들이 함께 발굴한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는 총 40개로, 생활환경, 이동권, 환경, 지역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했다. 주요 사례로 연세대의 탈부착형 종이팩 자동 분리수거 모듈, 한양대의 전동보장구 수리 이력 통합 관리 시스템, 한국과학기술원의 이동약자 접근성 데이터 고도화 솔루션, 서울대의 제로웨이스트 샵 적용 솔루션, 가천대의 지역 언론 활성화 서비스 등이 소개됐다.

 

특히 연세대와 한양대 팀은 1학기 동안 프로토타입 개발을 완료해 실제 현장 적용을 앞두고 있다. 종이팩 분리수거 모듈의 경우 이미지 인식 기술과 센서를 결합한 자동 분류 알고리즘을 활용해, 기존 수작업 중심 분리수거 과정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전동보장구 수리 이력 관리 시스템은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베이스와 모바일 인터페이스를 결합해 정비 이력 추적성과 유지보수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비영리 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 수요처와의 테스트 배치 논의도 병행 중이다.

 

지난 5일 한국과학기술원 대전 본원에서 열린 성과발표회에는 류석영 카카오임팩트 이사장, 유승협 한국과학기술원 전기및전자공학부 학부장, 학생 39명을 포함해 총 64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한 학기 동안 수행한 돕는 기술 프로젝트를 공유하고, 실제 적용을 위한 보완점을 논의했다. 사회혁신가와 카카오멘토는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적 완성도, 문제 적합성, 확장 가능성 등에 대해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공했다. 발표 후에는 혁신기술상, 사회가치상, 공감인기상 등 세 개 부문에서 우수 프로젝트가 선정됐다.

 

이번 기수에서는 기술 활용 방식도 한 단계 진화했다. 학생들은 단순한 AI 도구 응용을 넘어, 데이터 수집과 전처리, 모델 선택, 성능 검증 등 개발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며 AI 분석 모델을 구현했다. 예를 들어 이동약자 접근성 데이터 고도화 프로젝트는 도로 경사, 보도 폭, 턱 높이 등 실측 데이터를 수집해, 접근성 점수를 산출하는 알고리즘을 설계했다. 여기에 위치 기반 서비스와 시각화 도구를 결합해 사용자 관점의 경로 추천까지 구현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켰다.

 

소프트웨어 중심이던 기존 대학 프로젝트와 달리, 센서·모듈을 포함한 하드웨어 결합 시도가 늘어난 점도 특징이다. 종이팩 자동 분리수거 모듈에는 광학 센서와 모터 제어 장치가, 환경 데이터 측정 프로젝트에는 온습도 및 미세먼지 센서가 활용됐다. 카카오임팩트 측은 실제 설치 가능성, 유지보수 비용, 장애 대응 방안 등 운영 관점까지 검토해 학생들이 상용화 관점의 기술 기획을 경험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교육 설계 측면에서도 현장 밀착도가 강화됐다. 카카오임팩트와 대학은 프로젝트 출발점인 문제 정의 단계부터 커리큘럼을 재구성해, 사회가 실제 필요로 하는 영역을 우선 탐색하는 구조로 바꿨다. 학생들은 필드 트립, 현장 조사, 사용자 인터뷰, 비영리 기관 미팅 등을 통해 문제의 원인과 이해관계자를 파악한 뒤, 기술이介입할 지점을 설정했다. 결과적으로 해결 대상이 추상적 사회문제에서 구체적 서비스 시나리오로 좁혀지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평가다.

 

실무형 도구 도입도 눈에 띈다. 협업 관리, 이슈 트래킹, 시제품 설계 등에는 실제 기업에서 사용하는 도구가 사용됐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버전 관리, 태스크 분배, 코드 리뷰 등 산업 현장과 유사한 개발 문화를 경험했다. 한국과학기술원 측은 이런 방식이 졸업 후 연구실, 스타트업, 대기업 등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적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테크포임팩트캠퍼스를 기술과 사회가 만나는 테스트베드이자, AI와 IoT 기술을 활용한 공공·비영리 영역 디지털 전환 모델로 주목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대학과 재단, 빅테크 기업이 협력해 데이터 기반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카카오임팩트의 시도가 본격적인 민간 주도 모델로 평가된다.

 

향후 정책·제도와의 연계도 과제로 남아 있다. 학생 프로젝트가 장애인 이동권, 폐기물 관리, 지역 언론 활성화 등 공공정책과 맞닿아 있는 만큼,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규제 환경과 예산 구조에 따라 실제 도입 속도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접근성 데이터 서비스는 공공데이터 플랫폼과의 연동, 개인정보 보호 이슈, 표준화 문제 등을 해결해야 대규모 확산이 가능해 보인다.

 

카카오임팩트는 내년부터 전공과 무관하게 더 많은 학생이 IT 기술 기반 사회문제 해결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특히 지역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과학기술원, 울산과학기술원, 광주과학기술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 4대 과학기술원과의 협력을 추진하고, 전국 대학·학과로 돕는 기술 프로젝트를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역별로 상이한 이동권, 환경, 보건, 교육 격차를 기술 프로젝트와 연결해, 지역 맞춤형 솔루션 발굴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류석영 카카오임팩트 이사장은 테크포임팩트캠퍼스의 핵심 가치를 교육과 실험을 통한 기술 확산이라고 강조했다. 류 이사장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대학 수업과 현장 실험을 통해 축적되면, 장기적으로는 사회문제 해결형 AI 인재가 전국적으로 양성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내년에는 대학, 정부, 현장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돕는 기술 기반 인재 생태계를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러한 시도가 실제 현장 적용과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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