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게 논란 중간 발표, 인격 살인 논란 촉발”…국민의힘, 한동훈 가족 연루 공방 격돌
당내 권력 갈등과 지도부 책임론이 겹치며 국민의힘이 거센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당원게시판 논란을 두고 당무감사위원회가 중간 조사 결과를 내놓자, 친한계와 친윤계가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12월 9일 당원게시판 이른바 당게 사태와 관련한 중간 조사 결과를 언론을 통해 밝혔다.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한동훈 전 대표 및 가족 명의로 게시된 것으로 알려진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 중이라며, 당원 명부 대조 결과 한 전 대표 가족과 동일한 이름을 쓰는 3명의 당원이 모두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번호 끝자리가 같으며, 이 가운데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한 것으로 파악됐다고도 밝혔다.

당무감사위는 이 설명 과정에서 한 전 대표 가족의 실명을 드러냈다. 작년 11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이 당원게시판에 올라왔고, 그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둘러싸고 진행돼 온 조사에서 당무감사위가 대중 앞에 구체적 신상 정보를 제시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친윤석열계 일부 인사들은 중간 조사 결과를 근거로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기막힌 우연의 일치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확률이 있을까”라며 “지금이라도 한 전 대표는 가족의 여론 조작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하길 바란다”고 적었다. 그는 10일에도 추가 글을 통해 “범인이 드러나자 당무감사위원장을 공격하는 친한계가 하는 짓이 이재명 민주당과 똑같다”고 주장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에 맞서 친한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 체제가 비상계엄 사과 논란 등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해 당게 사태를 다시 꺼내들었다는 비판이다. 박정훈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위원장이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직격한 뒤 “당원 정보 공개는 명백한 법 위반이고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하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듯 가족 실명까지 공개한 것은 명백한 인격 살인”이라며 “명백한 개인정보 침해이자 민주적 절차와 정당 운영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신지호 전 전략기획부총장 역시 “단 하루 만에 당을 쿠팡보다 못한 조직으로 만든 이 위원장, 입장 표명하셔야죠”라고 비난했다.
친한계 밖 비주류 인사들도 당무감사위 발표 방식을 문제 삼았다. 대구시장 출신 권영진 의원은 YTN에 출연해 “왜 중간 수사 결과까지 발표해야 되며, 특정인들 개인 이름을 다 나열하는 건 온당치 않다. 그야말로 인격 살인”이라며 “장 대표가 저 부분은 당무위원장을 호되게 질책하고 꾸짖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식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한 전 대표의 당원게시판 논란이 가족 실명까지 거론되는 상황으로 번지며 당 전체에 불필요한 소모전을 만들고 있다”며 “내부 분열은 더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당 지도부 반응은 갈렸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채널A 유튜브 정치시그널에서 “이 문제가 당 내분 불씨로 계속 남아 있는 상황이기에 대다수 당원은 빨리 털고 가자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 대표가 가족으로 의심되는 분을 동원해 대통령을 공격했다면 떳떳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한 전 대표가 반드시 대답해야 한다”고 말해 의혹 해명을 촉구했다.
반면 친한계로 분류되는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이번 조사가 특정 정치세력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당원 정보에 대해 이렇게 안이한 생각을 갖고 있다니 당무감사위원장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양향자 최고위원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무감사위원장 임명 때부터 우리 당이 굉장히 큰 소용돌이에 휘말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익명의 당게를 갖고 정치보복하는 인식을 주는 일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한동훈 전 대표는 문제의 당원게시판 글 성격을 강조하며 맞섰다. 그는 전날 SBS 유튜브에 출연해 “익명이 보장된 게시판에서 익명의 당원이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비판하는 사설과 칼럼을 올렸다는 건데 그거 안 되나. 당 익명 게시판이 원래 대통령이나 권력자를 비판하는 곳 아니냐”며 “어이없는 퇴행”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가족 연루 의혹을 정치적 탄압으로 규정하며 정면 대응에 나선 셈이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게 사태가 계파 갈등을 키우는 뇌관이 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 초선 의원 모임은 해당 사안을 두고 의견을 모으기 위해 12월 16일 회동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당무감사위 조사와 별개로 개인정보 보호와 당내 민주주의 절차에 대한 원칙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당무감사위 최종 조사 결과와 한 전 대표 측의 추가 대응에 따라 계파 갈등이 더 격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홍이 장기화할 경우 내년 선거 전략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당무감사위 발표 수위 조정과 당내 중재 논의를 병행할지 고심을 이어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