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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병동에 근육데이터 더한다…대웅제약, 통합 모니터링로 병원 업무경감 노린다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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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병원 병동 운영 방식을 바꾸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웅제약이 병상 모니터링 전문기업과 웨어러블 생체신호 기업과 손잡고 스마트병동 통합 솔루션 구축에 나서면서, 입원 환자 데이터를 활용한 정밀진단과 의료 인력 업무 경감 가능성에 관심이 모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병원 스마트화 경쟁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웅제약은 씨어스테크놀로지, 엑소시스템즈와 스마트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의 공동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3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협약의 핵심은 씨어스테크놀로지의 인공지능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와 엑소시스템즈의 근육 활성 신호 분석 솔루션 엑소필을 연동한 통합 플랫폼 구축이다.  

씽크는 병상에 설치된 다양한 센서를 통해 혈압, 혈당, 심전도, 산소포화도, 체온 등 생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환자 상태 변화를 분석하는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여기에 엑소필이 수집하는 근육 활성 신호가 더해지면서, 근기능 저하와 관련된 질환 위험을 보다 정교하게 파악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표다.  

 

엑소필은 엑소시스템즈가 자체 개발한 생체신호 수집 기술을 기반으로 신체에 생리학적 전기 자극을 제공하는 웨어러블 의료기기다. 근전도 등 근육 관련 신호를 측정하면서 동시에 전기적 자극을 가해 재활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디지털 방식으로 수집된 근육 활성 데이터는 병상 모니터링 플랫폼으로 전송돼, 다른 바이탈 사인과 함께 통합 분석 대상이 된다.  

 

특히 이번 통합 솔루션은 기존 스마트병동 시스템이 혈압, 혈당, 심전도 등 순환기 중심의 지표에 치우쳐 있던 한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근육 활성 정보가 더해지면 고령 환자의 근감소증 위험이나 뇌졸중, 척수성 근위축증 등 신경근육계 질환자의 상태를 병상에서 지속 추적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환자가 검사실로 이동하지 않고 병상에 누운 상태에서 근기능 평가와 전기 치료를 동시에 받는 구조로, 고위험군 환자의 낙상 방지와 기능 저하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협약에 따라 대웅제약은 병원과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솔루션 도입 추진을 맡는다. 구체적으로 마케팅 활동, 사업설명회 운영, 신규 병원 유치 등 영업 전반을 담당해 플랫폼 확산을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기존 제약 영업 네트워크와 디지털 헬스케어 경험을 활용해, 단일 기기 판매가 아닌 병동 단위의 통합 솔루션 공급 모델을 본격화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씨어스테크놀로지는 씽크와 엑소필을 연동하는 통합 플랫폼 공동 개발을 담당한다. 병상별로 수집되는 혈압, 심전도, 체온 같은 전통적 바이탈 데이터와 근육 활성 신호를 하나의 대시보드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역할이다. AI 알고리즘을 통해 다차원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는 기능을 강화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엑소시스템즈는 엑소필 기기의 기술적 안정성 확보와 병원 환경에 적합한 제품화, 상용화를 맡는다. 의료기관 내 감염 관리 기준과 전자 의무기록 시스템 연동 등 실제 병원 현장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설계와 인증 전략을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 회사는 그동안 근감소증, 뇌졸중, 척수성 근위축증 등 신경근육계 질환의 생체신호 분석 기술을 축적해 왔으며, 이를 기반으로 더 많은 질환 영역으로 데이터 해석 범위를 넓혀가겠다는 방침이다.  

 

스마트병동은 입원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병상과 간호 스테이션, 중앙 통제실을 디지털로 연결하는 병원 인프라를 뜻한다. 최근에는 단순 모니터링 수준을 넘어, 인공지능 기반 예측 모델과 디지털 치료 기술을 결합해 의료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추세다. 특히 인력난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간호 인력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병상당 관리 효율을 높이는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대웅제약-씨어스테크놀로지-엑소시스템즈 협력은 스마트병동 플랫폼에 근육 데이터를 포함한 새로운 바이오마커 층을 추가하는 시도로 평가된다. 병원이 축적한 혈압, 혈당 같은 전통적 지표와 근육 활성 데이터를 결합하면, 단기적인 위기 징후뿐 아니라 장기적인 기능 저하 추세까지 파악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특히 근감소증은 고령 환자의 입원 기간, 재입원율, 재활 성과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조기 진단과 개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원격 모니터링과 병원 내 스마트병상 시스템이 이미 경쟁적으로 도입되는 흐름이다.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심부전, 만성 폐질환, 수술 후 회복기 환자를 대상으로 병원과 가정에서 연속 모니터링을 결합하는 시범 사업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근육 활성처럼 기능성 지표를 병상 수준에서 상시 수집해 AI 분석과 연계하는 사례는 아직 초기 단계로, 이번 국내 협력이 차별화된 레퍼런스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규제 측면에서는 통합 솔루션에 포함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의료기기 인허가 전략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엑소필과 같은 웨어러블 전기 자극 기기는 의료기기 품목허가가 필요하며, AI 기반 병상 모니터링 소프트웨어는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로 분류될 수 있어 데이터 안전성, 알고리즘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 병상에서 실시간 수집되는 생체 데이터는 민감정보에 해당해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설계가 필수 과제다.  

 

대웅제약은 이번 프로젝트를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확장의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제약사가 축적한 질환별 임상 지식과 실제 처방 데이터를 병상 모니터링 플랫폼의 분석 모델과 결합하면, 약물 반응 예측이나 합병증 위험도 평가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로 확장할 여지도 있다. 다만 병원 전산 시스템과의 연동, 의료진 업무 흐름 변화에 대한 저항 등은 상용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변수로 남는다.  

 

이창재 대웅제약 대표는 3자 협력이 스마트병동 플랫폼 분야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각 사의 핵심 역량을 융합해 의료 현장에 실질적 가치를 제공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지속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영신 씨어스테크놀로지 대표도 엑소시스템즈와 협업을 기반으로 잘 설계된 사업모델을 추진해 내년 임상 현장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후만 엑소시스템즈 대표는 신경근육계 질환 분석 기술을 더 많은 질환 영역으로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병상 단위의 데이터 수집과 AI 분석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어느 수준까지 수용될지, 또 병원 경영 효율과 환자 치료 성과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의 정교함 못지않게 의료진과 환자가 체감하는 효용, 병원 운영 구조 변화에 대한 합의가 스마트병동 확산의 성패를 가를 변수로 거론된다.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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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씨어스테크놀로지#엑소시스템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