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씨 아래 사색에 잠긴다”…의성 고즈넉한 여행지에서 찾는 힐링의 시간
요즘은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서 나만의 휴식을 찾는 여행자가 많아졌다. 예전엔 관광지의 화려함을 좇는 게 여행의 전부였다면, 지금은 마음을 내려놓고 자연에서 머무르는 순간이 일상이 됐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 변화는 바쁜 삶에 쉼표를 찍으려는 현대인의 달라진 태도를 보여준다.
흐린 날씨 속에도 진득한 초록이 살아 있는 경상북도 의성군. 이곳은 8월 28일 아침에도 29.1°C, 이따금 옅은 바람이 지나가는 약간은 습한 기운이 감돈다. 한낮이면 33°C까지 오르기도 하는 이 뜨거운 여름 끝자락에 의성의 산사, 능, 고택을 찾는 사람들은 느긋하게 여유를 즐긴다. SNS상에서도 “한산해서 좋다”, “느린 걸음으로 풍경을 즐긴다”는 인증글이 종종 눈에 들어온다.

고운사처럼 긴 역사를 품은 사찰부터 조문국 사적지 그리고 사촌전통마을까지, 이곳은 각각 다른 풍경과 감상을 선사한다. 단촌면에 자리한 고운사는 천년 세월을 견뎌온 고찰로, 산길을 오르면 숲에 둘러싸인 정적과 전각들이 구석구석 펼쳐진다. 나뭇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 사람이 많지 않은 산사의 평온함 속에서 여행자는 저마다 생각에 잠긴다. 물론 지난 3월 산불로 일부 건물이 훼손되는 아픔도 있었다. “안타깝지만 남겨진 공간에서 오히려 무겁고 깊은 평화를 느꼈다”는 방문자들의 소감도 이어진다.
조문국 사적지는 광활한 고분군과 초원이 맞닿아 있어 풍경만으로도 특별하다.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역사적 숨결과 넓은 푸른 언덕을 걸으며, “마치 다른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이라고 표현하는 여행자들도 있다. 사람이 붐비지 않는 고요함 덕분에 머릿속 번잡함마저 잠시 잊는다.
의성 점곡면 사촌마을은 수백 년을 버텨온 고택과 고목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만취당, 영귀정 같은 한옥 건물과 푸근한 마루는 옛사람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았다. 실제로 “햇살이 뜨거운 낮엔 시원한 한옥 마루에 앉아 잠시 쉬는 게 여름 최고의 사치”라는 체험 후기도 많다. 낙엽이 깔린 골목을 거닐다 보면, 현재와 과거가 어울려 흐르는 기분이 찾아온다.
전문가들도 이런 ‘느림의 여행’을 추천한다. 한옥문화연구소 관계자는 “현대인의 피로는 빠른 감각에서 비롯됩니다. 의성처럼 조용한 마을과 사찰, 넓은 초원에서 걷는 시간은 내면의 평화를 회복시키는 힘이 있다”고 조언했다.
공감 댓글들 역시 “사람 많은 데보다 수수한 시골 마을이 더 위로가 된다”, “사진보다 내 눈으로 직접 풍경을 기억하고 싶다”며, 자연이 주는 단순한 평온함에 손을 내민다.
여행은 어느새 목적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됐다. 단순한 ‘관광’에서 벗어나 느리게 걷고, 오래된 건물과 숲에서 차분히 머무는 의성의 여행은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을 그 안에서 조금씩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