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UNRWA 활동 겨냥한 법 개정 즉각 폐기하라”…유엔 총장 경고에 이스라엘 국제 고립 우려

정하준 기자
입력

현지시각 기준 2025년 12월 31일, 뉴욕(USA) 유엔(UN) 본부에서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이 이스라엘(Israel) 크네세트(의회)가 통과시킨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활동 중단 법안 개정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번 조치는 가자지구를 포함한 점령 팔레스타인(Palestine) 지역의 인도주의 위기를 한층 악화시키며, 국제기구의 법적 지위와 활동 보장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국제사회의 갈등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구테흐스 총장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현지시각 2025년 12월 29일 이스라엘 크네세트가 채택한 개정안이 UNRWA의 운영 능력을 추가로 저해하고, 유엔으로부터 위임받은 임무 수행을 방해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해당 법 개정이 UNRWA의 현장 활동에 직접적인 제약을 가함으로써, 팔레스타인 난민과 가자지구 민간인에게 제공되는 필수 구호와 기본 서비스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이스라엘 의회가 UNRWA 활동을 제한하는 법안 개정을 강행하면서, 국제사회와 이스라엘 간의 외교적 갈등이 법적 공방을 넘어선 전면적 대립 국면에 들어섰다. (사진=톱스타뉴스)
▲ 이스라엘 의회가 UNRWA 활동을 제한하는 법안 개정을 강행하면서, 국제사회와 이스라엘 간의 외교적 갈등이 법적 공방을 넘어선 전면적 대립 국면에 들어섰다. (사진=톱스타뉴스)

구테흐스 총장은 UNRWA를 “유엔의 필수적인 구성 요소”로 규정하며, 이스라엘이 유엔 헌장과 ‘유엔 특권 및 면제에 관한 협약’에 따른 국제법적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약이 UNRWA의 재산, 자산, 직원에게 여전히 전면적으로 적용되며, 기구가 사용하는 재산은 불가침 영역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어 “회원국은 유엔 기구의 독립성과 기능을 저해하는 국내 입법을 피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스라엘을 겨냥했다.

 

성명은 특히 2025년 10월 22일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발표한 자문 의견을 인용했다. ICJ는 당시 의견에서 이스라엘이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활동하는 UNRWA와 그 직원들에게 부여된 특권과 면제를 전적으로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명확히 밝혔다. 유엔은 이번 개정안이 이러한 국제사법재판소의 해석과 상충할 소지가 크다고 보고, 이스라엘의 입법 행보가 국제법 준수 의지에 근본적 의문을 던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자지구를 둘러싼 인도주의 상황이 이미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는 가운데, 이번 법 개정은 구호 체계의 마지막 숨통까지 조이는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구테흐스 총장은 UNRWA가 팔레스타인 난민과 가자지구 주민들을 지원하는 데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재확인했다. 그는 UNRWA의 안정적 활동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803호(2025년)와 현장에서 추진 중인 가자 분쟁 종식 종합 계획의 효과적 이행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법안의 즉각적인 폐기를 촉구했다.

 

이스라엘 정부와 의회는 자국 안보 우려를 이유로 UNRWA에 대한 압박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왔다. 이스라엘 내 강경파 정치 세력은 UNRWA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 연계됐다고 주장하며, 예산 차단과 활동 범위 제한을 골자로 한 조치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유엔과 다수의 인도주의 단체들은 이 같은 주장을 근거 부족으로 평가하고, 안보 논리를 앞세운 정치적 압박이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실제로 집행될 경우,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등지에 구축된 UNRWA의 구호 물자 전달망과 교육·보건 서비스 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현지에 기반을 둔 구호 단체들은 이미 극심한 식량·의약품 부족과 전력난, 피란민 급증으로 대응 여력이 한계에 달했다며, 이스라엘의 조치가 현실화되면 “통제 불가능한 인도적 재난”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주권 국가의 안보 논리를 앞세운 이스라엘과 유엔 기구의 존립과 임무 수행을 지키려는 국제사회 간 입장 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유엔은 이스라엘의 조치를 명백한 국제법 위반에 가까운 행보로 규정하며 집요한 외교적 설득에 나서는 한편, 회원국들에게도 UNRWA에 대한 재정 지원과 정치적 지지를 강화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국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국가와 유럽(Europe) 주요국은 공식·비공식 채널을 통해 이스라엘에 우려를 전달하며, UNRWA 활동 보장을 공동 요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여론 역시 대체로 유엔 측 입장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서방 주요 언론은 이스라엘의 법 개정을 “국제기구를 겨냥한 전례 없는 압박”이라고 평가하며, 유엔 체제 전반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부 매체는 “UNRWA가 약화될 경우, 후발 난민 구호 구조도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며, 특정 분쟁 지역을 넘어선 글로벌 난민 정책에도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사태 전개는 이스라엘 정부가 국제사회의 법안 폐기 요구에 어느 정도 응할지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법 시행을 강행할 경우 유엔 기구와의 관계 악화는 물론, 주요 회원국과의 양자 관계에서도 마찰이 커지며 외교적 고립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동시에 가자지구 인도주의 위기가 한계점을 넘어설 경우, 국제형사재판소(ICC)나 추가적인 유엔 안보리 논의 등 새로운 법적·외교적 압박 수단이 테이블 위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입법 조치가 유엔 기구의 법적 지위와 활동 공간을 근본적으로 위축시키는 선례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UNRWA를 둘러싼 외교전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며, 이번 조치가 향후 국제 관계와 다자주의 체제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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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구테흐스#이스라엘#unrw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