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제제 임상 첫 승인”…비체담, 퇴행성질환 치료제 과학화 신호탄
한의약 기반 신약 후보물질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승인을 획득하면서, 한방 치료제가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할 계기를 마련했다. 31일 한국한의약진흥원 산하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에 따르면, 국내 한방 전문 제약회사 비체담이 개발한 퇴행성 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BCD101’이 제1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전통 한의약 처방을 현대 신약 개발 프로세스에 접목, 과학적 근거와 표준 제조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IND 승인은 한의약이 오랜 임상 경험과 치료 효능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부족과 제조 표준화 미흡 등으로 제도권 의약품 시장에 진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BCD101은 안전성, 안정성, 유효성, 품질 규격 등 신약 평가에 필수적인 자료를 사전 확보해, 기존 한방제제 대비 과학적 검증 단계의 진입장벽을 실질적으로 넘었다는 평가다. 나아가 원료 표준화, 제조 및 품질관리(CMC) 연구와 비임상 자료 축적까지 병행하며 글로벌 의약품 개발 기준에 근접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특히 이번 기술은 국내 한의약 분야에서 처음으로 임상시험 단계까지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입하게 된 사례다. 비체담은 충북대학교병원 임상시험센터와 연계해, 제1상에서 안전성과 내약성, 약동학적 특성을 확인한 뒤 후속 임상 확대 및 글로벌 진출 전략 수립에 주력할 계획이다. 환자 맞춤 치료제 개발과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비체담은 최근까지 누적 2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신약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중국, 일본 등에서 전통의학의 현대화 및 과학적 검증을 앞세워 한방제제 신약 경쟁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번 IND 승인은 국내 한의약 기반 신약개발 분야에서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산업적 함의가 크다. 한의약 혁신신약의 제도권 진입과 표준화 노력이 향후 현장 치료효과 연구와 해외 진출 가속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최근 정부 역시 한의약 산업을 도약시킬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 지원을 지속하면서, 안전성·유효성 검증, 제조 표준화, 국제 공인 인증 등 후속 과제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한의약 신약의 임상 데이터 확보와 규제 당국 승인 경험이 축적되면, 국내 신약 산업의 다양성과 국제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산업계는 한방제제의 과학적 인프라 확충과 글로벌 시장 진출이 본격화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술의 스케일업과 제도적 지원의 균형이 새로운 성장의 조건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