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IoT로 급식 위생감시"…식약처, 집단급식소 조기 관리전환
AI와 사물인터넷 같은 디지털 위생관리 기술이 집단급식 산업의 안전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정부가 음식점에 적용해 온 위생등급제를 학교와 산업체 등 집단급식소로 조기 확대하면서, 센서 기반 모니터링과 데이터 분석을 결합한 스마트 위생관리 수요가 커질 전망이다. 업계는 이번 조치를 식중독 예방 중심의 선제적 관리로 전환하는 분기점으로 보고, 관련 IT·바이오 솔루션 시장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당초 2028년으로 계획돼 있던 집단 위탁급식소 위생등급제를 적극행정을 통해 내년부터 앞당겨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대상은 학교, 병원, 산업체, 사회복지시설 등 다수 인원이 동일한 식사를 제공받는 시설로,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대규모 집단식중독으로 이어지기 쉬운 고위험 군이다. 정부는 위생등급제 조기 도입으로 급식소 전반의 위생 수준을 끌어올리고, 국민이 보다 안전한 급식 환경을 이용할 수 있도록 관리 강도를 높인다는 목표다.

위생등급제는 일정 기준에 따라 조리 환경, 종사자 위생, 식재료 보관, 온도 관리 등 요소를 종합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기존 음식점에는 상중하 3단계 등급 구조가 적용돼 왔지만, 식약처는 소비자와 영업자의 이해도를 높이고 현장 활용도를 키우기 위해 등급 체계를 단일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등급 구조를 단순화하면 평가 항목과 지표를 고도화하기 쉬워지고, 디지털 수단을 결합한 정량 평가도 도입하기 수월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조치는 디지털 위생관리 기술의 확산과 맞물린다. 최근 일부 급식 위탁업체와 지자체는 조리실과 냉장고에 사물인터넷 온도 센서를 설치하고, 클라우드 기반 관제 시스템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정해진 온도 범위를 벗어나면 관리자에게 즉시 경고 알림을 보내는 구조로, 과거 사후 점검에 의존하던 방식보다 선제 대응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위생등급제가 집단급식소까지 확대되면, 이런 IoT 센싱과 데이터 기반 관리가 평가 지표와 연동될 여지도 커진다.
AI 기반 위험 예측 기술과의 결합도 관심을 모은다. 축적된 위생 점검 기록과 센서 데이터, 식중독 발생 이력 등을 AI가 학습하면, 특정 메뉴 구성과 계절, 조리 인원, 이용자 특성에 따라 사고 가능성이 높은 패턴을 조기에 경고하는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여름철 냉채류 제공 시 과거 사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리 공정과 보관 시간을 자동 점검하거나, 병원·요양시설처럼 면역저하자가 많은 시설에는 더욱 보수적인 위생 기준을 적용하도록 권고하는 방식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학교 급식과 공공 급식 영역에서 스마트 위생관리 도입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일부 유럽 국가와 미국 지방정부는 급식 조리실에 디지털 로그북과 온도 센서를 의무화하고, 중앙 서버에서 위생지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위생평가 플랫폼을 통해 점수화된 지표를 공개해 학부모와 시민이 직접 확인하도록 하는 모델도 늘고 있다. 국내 집단급식소 위생등급제 조기 도입은 이와 같은 글로벌 흐름과 발맞춰, 평가 체계와 디지털 인프라를 동시에 정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제도 확산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위생등급제에 디지털 수단을 연계하려면 센서와 네트워크 장비, 데이터 플랫폼 구축 비용이 수반되는데, 영세 급식소나 소규모 복지시설의 경우 투자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 급식 종사자의 디지털 문해력 격차도 변수다. 단순히 장비를 설치하는 수준을 넘어, 표준화된 데이터 형식과 상호운용성, 정보보안 기준을 갖춘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개인정보와 건강정보가 결합될 수 있는 환경에서는 데이터 최소 수집과 비식별 처리도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다.
규제와 제도 역시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야 하는 과제로 꼽힌다. 위생등급제 평가 항목에 IoT 측정값이나 AI 분석 결과를 어느 수준까지 반영할지, 식당 운영자의 책임 범위와 솔루션 제공 기업의 책임 범위를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데이터 오남용과 알고리즘 오류에 따른 잘못된 경고나 평가가 발생했을 때 구제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식약처와 관계 부처가 위생등급제 고시 개정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평가 모델과 인증 기준을 포함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집단급식소 위생등급제가 조기 시행되면 급식 위생관리 솔루션, 식중독 예측 AI, 센서·클라우드 연계 플랫폼 등 IT·바이오 융합 서비스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현장의 인력·예산·기술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 지원과 표준화 정책이 병행돼야 제도가 실질적 예방 효과를 내겠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계는 디지털 기술이 뒷받침된 새로운 위생등급제가 실제 급식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