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 처방 필요하다”…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 국회서 의견 밝혀
의약품 성분명 처방을 둘러싼 의료계와 약사단체 간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이 국회에서 성분명 처방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부 인사 임명을 둘러싼 사퇴 요구와 개인정보 유출, 건강보험 통계 오류 등 현안에서도 이목이 집중됐다.
정기석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10월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질의에 “성분명 처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 이사장은 “다만 제가 평생 환자 보면서 느낀 것은 어떤 약은(같은 성분이라도) 효과에 차이가 있다”고 강조, 임상적 차이를 고려한 신중한 접근도 주문했다.

정기석 이사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호흡기내과 전문의로 질병관리본부장, 한림대 성심병원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약의 ‘제품명’이 아닌 ‘주성분명’으로 처방전을 작성하고, 약사가 동일 성분을 포함한 여러 제품 중에서 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번 정기국감에서 성분명 처방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뜨거워졌다. 특히 국회에는 의약품 수급 불안정 상황에서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하고, 미준수 시 형사처벌까지 가능하게 하는 약사법·의료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동일 성분이라도 임상 반응은 다르다”며 전문적 진료권 침해를 우려,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건보공단의 개인정보 유출 및 중국인 가입자 건강보험 재정수지 통계 오류에 대한 사과도 이어졌다. 정기석 이사장은 “유출 사고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유출된 분들에 통지는 완료했으며, 앞으로 더욱 주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9월 1일 시스템 오류로 장기요양기관 관련자 182명의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또한 2020년 중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 통계가 적자(239억원)로 발표됐다가 올해 들어 흑자(365억원)로 정정된 점에 대해 정 이사장은 “저희가 잘못했다”고 답변했다.
정기석 이사장과 강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에 대한 정치적 책임론도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라는 이유로 자진 사퇴를 거론했으나, 정 이사장은 “잘 유념하겠다”고만 짧게 답했다. 강중구 원장 역시 “심사평가원 발전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성분명 처방제 도입을 포함한 보건정책 현안을 중심으로 치열한 논쟁을 이어갔다. 국회는 수급 불안정 의약품 관리 및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를 계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