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철 전 차관 ‘해병대 질책 문자’ 수사”…특검, 윤석열 외압·박정훈 표적 의혹 정조준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을 둘러싼 수사 외압 의혹이 정치권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며, 대통령실 관여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표적 논란이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신 전 차관은 사건 당시 국방부 2인자로, 대통령 직속 라인과의 연계 가능성을 놓고 정치적 파장이 커지는 양상이다.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은 9월 10일 오전 서초동 사무실에서 신범철 전 차관을 조사했다. 신 전 차관은 출석 자리에서 “고인과 유가족께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우리나라나 군을 위해 진실이 밝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제가 아는 사실을 다 이야기할 것이고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혐의자와 죄명을 빼라’고 지시한 적 있었는지, 대통령실의 수사 개입 사실을 알았는지 등 핵심 현안 질문에는 “나중에 진실은 다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만 답했다.

신범철 전 차관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해병대 질책 문자’의 주인공으로 지목됐으나,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지난해 8월 1일 김계환 전 사령관이 본인에게 “혐의자, 혐의 내용, 죄명 빼고 수사 용어를 조사로 바꾸라고 해라. 왜 해병대는 말하면 듣지 않는 것”이라는 문자 내용을 읽어줬으며, 신 전 차관이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신 전 차관은 해당 문자의 작성을 부인했다.
특별검사팀은 2023년 8월 2일 국방부 현안 회의 도중 신 전 차관이 대통령실을 다녀온 사실을 확인하는 등,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간 교감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같은 회의에서 박정훈 대령에 대한 항명죄 입건 지시가 내려진 사실도 파악했다. 박 대령은 채상병 사망 사건 초동조사를 주도하며, 상부의 이첩 보류 명령에도 불구하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해 결국 항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번 특검 수사는 ‘VIP 격노’ 보고와 관련해 대통령실-국방부로 이어진 수사 외압의 실체와 그 명령 체계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거나, 대통령실과 국방부 지휘부가 교감해 사건의 피의자들을 특정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신 전 차관 진술과 증거 확보가 향후 국방부,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치권은 이번 특검 조사 결과에 따라 당사자 및 책임 범위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채상병 사건을 둘러싼 대통령실 외압 의혹이 재점화되면서 정국은 다시 긴장 국면을 맞고 있다. 특검팀은 신 전 차관에 대한 추가 조사와 함께 대통령실과 국방부 간 문서·지시 전달 경로에 대한 수사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