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국소치료 확대 노린다…동아ST, 엘리델 단독 유통으로 피부과 경쟁력 강화
아토피 피부염 시장에서 국소치료 옵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동아ST가 한국메나리니와 손잡고 국소 칼시뉴린 억제제 엘리델크림의 국내 독점 유통과 판매에 나서면서다. 연간 100만명 규모로 집계되는 국내 아토피 환자 수요를 겨냥한 이번 제휴는, 외용제 중심의 중증도 이하 환자 치료 전략을 강화하려는 제약사의 시장 재편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보험 급여 환경과 국소 스테로이드 의존도 완화 흐름이 맞물리며, 비스테로이드 외용제 포지셔닝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아ST는 15일 동아ST 본사에서 한국메나리니와 엘리델크림의 국내 독점 유통 및 판매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계약 체결식에는 정재훈 동아ST 사장과 배한준 한국메나리니 사장을 비롯한 양사 관계자가 참석해 중장기 파트너십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계약으로 한국메나리니는 내년 1월 1일부터 엘리델크림의 국내 수입공급을 맡고, 동아ST가 종합병원, 병·의원 등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홍보·마케팅과 유통·영업을 담당하는 구조가 구축됐다.

엘리델크림은 글로벌 헬스케어 그룹 메나리니가 도입한 국소 칼시뉴린 억제제다. 칼시뉴린은 T세포 활성화에 관여해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를 촉진하는 단백질로, 억제제를 국소적으로 도포하면 피부에서의 면역 반응을 조절해 염증과 가려움 증상을 줄이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엘리델크림은 이러한 기전을 기반으로 한 비스테로이드 제제로, 경증에서 중등도 아토피 피부염의 2차치료제로 사용된다. 용법상 단기 치료뿐 아니라 증상 재발 시 간헐적 장기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소 칼시뉴린 억제제는 장기간 사용 시 피부 위축, 혈관 확장 등 부작용 우려가 있는 스테로이드 외용제를 보완하는 옵션으로 자리 잡아 왔다. 특히 얼굴, 목, 접히는 부위처럼 피부가 얇고 민감한 부위에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비스테로이드 제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엘리델크림은 이러한 수요 지점에 맞춰, 초기 스테로이드 치료 후 유지요법이나 특정 부위 장기 관리용으로 처방되는 패턴이 형성돼 있어,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적응 역할이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시장 환경도 엘리델크림의 입지 확대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아토피 피부염 환자 수는 약 100만명에 이른다. 소아·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환자 비중도 꾸준히 늘어나면서, 연령과 부위별로 차별화된 장기 관리 전략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양상이다. 기존에는 국소 스테로이드 중심 치료가 표준으로 자리 잡았지만, 피부장벽 보호와 장기 안전성을 중시하는 인식이 확대되며, 비스테로이드 국소제제에 대한 의료진과 환자 관심도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동아ST는 이미 국내 피부과 시장에서 제품 포트폴리오와 영업 인프라를 축적해 온 만큼, 엘리델크림 도입을 통해 시너지를 노린다. 동아ST는 손·발톱무좀 치료제 주블리아, 기미치료제 멜라논크림, 항히스타민제 투리온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제품을 통해 피부과와 소아청소년과를 중심으로 처방 네트워크를 구축해 온 경험이 있어, 엘리델크림의 시장 안착에 필요한 전문 학술 마케팅과 관계 기반 영업이 비교적 빠르게 전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이번 계약을 계기로 피부과 치료제 포트폴리오를 한층 다각화하고, 외용제와 경구제, 연고·크림 제형을 아우르는 종합 라인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국제적으로는 아토피 치료제가 국소제에서 전신 생물학적 제제와 JAK 억제제로 확장되는 양상이지만, 보험 재정과 환자 접근성 측면에서 중등도 이하 환자군을 중심으로 한 국소 외용제 수요는 여전히 견고한 시장으로 남아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고가의 혁신 치료제와 함께, 보험 급여가 가능한 외용제와 일반의약품 라인업을 병행하며 포트폴리오 전략을 짜고 있다. 한국메나리니 입장에서도, 국내에서 피부과 분야 비즈니스 범위를 넓히기 위해 영업력이 검증된 파트너와 협력하는 방식이 효율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규제 측면에서는 이미 허가된 외용제에 대한 유통·판매 파트너 전환 구조이기 때문에, 새 물질 도입에 따른 임상이나 허가 리스크보다는 시장 재포지셔닝과 브랜딩 전략이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다만 향후 약가 재평가나 보험 기준 조정, 제네릭 경쟁 등은 중장기적인 시장 변수로 남을 수 있다. 아토피 치료 영역에서 국소제와 전신제 간 적응증 경계, 병용 전략 등에 대한 임상 근거 축적도 처방 패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한국메나리니 배한준 사장은 이번 파트너십을 국내 환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치료제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전략적 단계라고 강조했다. 동아ST와의 협업을 통해 엘리델크림의 접근성과 가치를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재훈 동아ST 사장은 엘리델크림 도입을 통해 자사 피부과 포트폴리오가 강화되고, 더 많은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게 추가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동아ST와 한국메나리니의 협력이 국내 아토피 국소치료제 시장에서 브랜드 재정비와 학술 마케팅 경쟁을 촉발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생물학적 제제와 JAK 억제제 중심의 고가 신약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실제 환자 다수가 사용하는 국소 외용제 시장에서 어떤 조합이 표준 치료 패턴을 형성할지에 따라 산업 내 판도도 달라질 수 있다. 산업계는 이번 제휴를 계기로 국소제와 전신제, 디지털 피부 관리 솔루션이 어떻게 결합해 환자 경험을 재구성할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