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질서 지키는 것, 보수정당의 할 일"…장동혁, 박정희 생가 찾아 강경 보수 행보
정권 심판론과 체제 수호론이 맞붙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으며 강경 보수 노선을 재확인했고, 당내에서 제기되는 개혁·중도 행보 요구와는 거리를 둔 발언을 쏟아냈다.
장 대표는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자유민주주의와 헌정질서 체제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체제를 지키는 것은 보수정당이 당연히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혁·중도 행보가 필요하다는 일부 당내 의견을 묻는 질문에 "체제가 무너지는데 제1야당으로서 입을 닫는다면 보수정당의 존재 의의가 없다"고 반박했다.

장 대표는 전날 원외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언급한 대여투쟁 발언을 다시 꺼냈다. 그는 "우리끼리의 싸움을 하기 전에 이재명과 더불어민주당과 싸워야 한다"고 했던 발언의 취지를 두고 "무도한 이재명 정권과 의회 폭거를 계속하는 민주당과 싸울 때"라며 "제대로 싸우는 게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을 강하게 겨냥하며, 당내 갈등보다 대여투쟁을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지방선거 경선 룰을 둘러싼 논의에 대해서도 보수 지지층 결집에 방점을 찍는 기류를 드러냈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에서 지방선거 경선 시 당심 반영 비율을 기존 50퍼센트에서 70퍼센트로 상향하는 방안을 제안한 데 대해 "최종적으로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로서 당성을 강조해왔고 당원 권리를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그런 차원에서 제안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의 박정희 생가 방문은 전통적 보수 상징 공간을 찾은 행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생가 방명록에 한자로 "유지경성, 대한민국을 위해 한강의 기적을 국민의 기적으로"라고 적었다. 이어 취재진에게 "박 전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을 통해 근대화를 이룬 대통령"이라고 평가하며 "대한민국이 또 다른 차원에서 위기를 맞았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힘으로 국민의 기적을 이뤄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지난 22일부터 지방을 돌며 대여투쟁 메시지를 강화하고 있다. 그는 "이재명 정권을 향한 민생 레드카드"라는 표어를 내걸고 부산, 울산, 경남 창원에 이어 이날 경북을 찾았다. 전통적 지지 기반으로 꼽히는 영남권을 연이어 방문하며 핵심 지지층 결집을 꾀하는 행보로 읽힌다.
민생 행보도 병행했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경북 김천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농산물 가격하락 및 이상기후 피해 농가 간담회에 참석해 농업 현장의 어려움을 부각했다. 그는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농사짓고 새로운 작물을 도입해 소득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정부 대책이 부족하고, 국민 아픔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1야당 대표로서 정부의 농정 대책을 정면 비판하며 민생 이슈를 전면에 올린 셈이다.
한편 국민의힘 안팎에선 장 대표가 강경 보수 메시지와 당심 강화 방안을 연이어 내놓는 흐름을 두고 지방선거 전략과 직결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선에서 당원 비중이 커질수록 핵심 지지층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장 대표가 당내 기반 확대와 결속을 동시에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농업, 물가, 이상기후 등 민생 현안을 둘러싼 여야 공방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장 대표가 지방 순회 간담회를 이어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도 정부·여당 책임론을 강화하고 있어 정치권은 민생 의제를 두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