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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윤리 교육 전국 확대…KT, 청소년 디지털 시민 역량 강화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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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청소년 교육의 무게추가 코딩에서 윤리로 옮겨가고 있다. 통신기업 KT가 전국 단위로 AI윤리 교육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기술 활용 능력뿐 아니라 알고리즘 편향과 개인정보 보호 같은 윤리 이슈를 정규 교육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를 데이터·AI 주도권 경쟁에서 사회적 신뢰를 선점하기 위한 선제 대응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KT는 디지털 포 굿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와 공동 개발한 AI윤리 교육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청소년 대상 AI역량 교육과 AI윤리 교육을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29일 밝혔다. 디지털 포 굿은 디지털 환경의 혜택은 키우고 중독, 혐오 표현, 개인정보 침해 같은 부작용을 줄이겠다는 KT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새 교육과정의 설계에는 KT 리스폰서블 AI 센터가 직접 참여했다. 리스폰서블 AI 센터는 KT 내부에서 AI윤리 정책과 검증 프로세스를 담당하는 조직으로, 알고리즘 개발 단계부터 서비스 출시 이후 운영까지 AI가 사람에게 미칠 영향을 점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커리큘럼에는 이 조직이 정립한 AI윤리 정의와 핵심 가치, 내부 점검 기준이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반영됐다.

 

교육 내용은 단순 이론 전달보다 체험형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 학생들이 실제 서비스 사례를 통해 추천 알고리즘의 편향, 딥페이크와 생성형 AI의 위험, 데이터 오남용 같은 문제를 직접 토론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뉴스 추천 결과가 특정 관점에 치우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해보거나, 초상권을 침해하는 합성 이미지를 판별하는 활동을 통해 AI 활용의 책임 범위를 스스로 정의하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이런 접근은 AI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이용자가 아니라, 원리와 한계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활용하는 디지털 시민을 키우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KT는 본격 확대에 앞서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시범 교육을 진행해 효과를 검증했다. 11월 한 달 동안 서울 시내 4개 학교, 약 28개 학급을 대상으로 새 AI윤리 커리큘럼을 적용했다. 수업 참여도와 학생 설문, 교사 피드백 등을 토대로 이해도와 태도 변화를 분석했고, 이후 전국 확산 과정에서 난이도 조정과 사례 보완에 반영할 계획이다. 교육청과의 협력 구조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향후 다른 시도교육청으로의 확산도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프로그램은 KT가 이미 운영 중인 디지털 시민 교육의 업그레이드 버전 성격도 있다. KT와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는 2022년부터 아동·청소년용 디지털 윤리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해 전국 초등학생과 중학생 약 13만 명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디지털 시민 교육을 실시해 왔다. 당시에는 스마트폰 사용 습관, 온라인 따돌림, 저작권 보호 등 전통적인 디지털 리터러시 주제가 중심이었지만, AI 기술 대중화에 맞춰 교육 범위를 알고리즘 이해와 윤리 문제로 확장하는 흐름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최근 몇 년 동안 청소년 대상 AI윤리,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자체 프로그램이나 학교와의 협력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AI가 초래할 수 있는 차별과 감시, 노동 대체 이슈를 중등 교육에서 다루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EU AI 법안 논의와 맞물려 책임 있는 AI 활용 교육이 공교육의 한 축으로 편입되는 흐름이 감지된다. 국내에서는 아직 공통된 국가 수준의 AI윤리 교육 기준이 정교하게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 대기업과 대학, 교육청이 함께 만든 커리큘럼이 사실상의 레퍼런스로 기능할 가능성도 있다.

 

AI윤리 교육의 산업적 파급력도 무시하기 어렵다. 알고리즘 투명성, 데이터 활용 동의, 설명 가능한 AI 요구가 강화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 스펙만큼이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경쟁력으로 직결되고 있다. 청소년기부터 AI의 한계와 위험을 학습한 세대가 소비자와 개발자로 성장할 경우, 기업에는 보다 높은 수준의 책임성과 설명 의무가 요구될 공산이 크다. KT처럼 서비스 기업이 교육 현장에 직접 개입하는 이유가 기술 발전과 사회적 기대 사이의 간극을 미리 줄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국내 정책 환경 측면에서도 디지털 교육의 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교육부는 이미 인공지능·소프트웨어 교육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고, 과기정통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AI 데이터 활용 규제와 윤리 가이드라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다만 학교 현장에서는 코딩과 수학 중심의 AI 수업이 많아, 차별과 편견, 개인정보 보호처럼 윤리 영역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사례는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공공 가이드라인과 민간 기업의 실무 경험이 결합된 커리큘럼이 공교육의 빈틈을 메워줄 수 있다고 본다.

 

ESG 경영 패러다임과도 연결된다. 통신·플랫폼 기업에게 AI윤리와 디지털 격차 해소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투자자와 규제기관이 지켜보는 핵심 지표로 떠올랐다. KT가 청소년 AI교육을 사회공헌에 그치지 않고, Responsible AI 센터의 내부 기준과 연동한 점은 향후 자사 AI 서비스 신뢰도 제고와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AI 개발 윤리성 평가가 각종 인증과 조달, 파트너십의 전제 조건이 되는 흐름도 관찰된다.

 

오태성 KT ESG경영추진실장은 청소년이 AI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책임감 있게 활용하도록 돕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디지털 격차 해소와 건전한 디지털 활용 문화 확산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KT의 행보가 국내 AI윤리 교육의 기준선을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릴지, 그리고 이러한 시도가 실제로 사회적 신뢰와 시장 경쟁력으로 환산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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