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장 이탈 유도" vs "궁예식 관심법"…추경호 구속심사서 계엄 공방 격돌
비상계엄 선포를 둘러싼 책임 공방과 함께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과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법정에서 정면 충돌했다. 비상계엄 해제 표결 과정에서 추 전 원내대표가 여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출석을 막았는지를 두고 양측 주장이 날을 세우면서 향후 수사와 정치권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은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추 전 원내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협력할 목적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특히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제어해야 할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추 전 원내대표는 계엄 선포 당일인 당시 오후 11시22분께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에 협조해 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은 뒤, 국민의힘 의원총회 집결 장소를 세 차례 바꾸며 계엄 해제 표결을 저지하려 했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 집결을 요구했음에도 추 전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당사 집결을 거듭 공지해 의원들의 본회의장 출석을 방해했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또 "어떻게든 본회의장으로 와 달라"는 한동훈 당시 대표의 요청에도 추 전 원내대표가 "거기에 민주당도 있고 공개된 장소인데 밑에서 여러 상황을 정리하고 올라가도 되지 않냐"며 본회의장 안에 있던 의원들의 이탈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추 전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 대신 원내대표실에 머물며 상황을 조율하려 했다는 취지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같은 날 밤 11시55분께 국회의원 전원에게 본회의 집결을 지시한 점도 특검팀은 문제 삼고 있다. 특검팀은 우 의장의 지시에도 추 전 원내대표가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에서 국민의힘 중앙당사로 변경한 것은 계엄 해제 표결을 지연 또는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추 전 원내대표가 윤 전 대통령의 전화를 받기 전 홍철호 당시 정무수석비서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통화하면서 "국무위원들이 모두 계엄에 반대하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이를 통해 추 전 원내대표가 계엄의 위법성과 정치적 위험성을 인식하고도 다른 의원들에게 공유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조은석 특검팀은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동훈 당시 대표 간 갈등 구도를 언급하며, 여권 내에서 사실상 계엄 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던 인물이 추 전 원내대표였다고 보고 있다.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대통령과 국회 사이를 중재할 수 있는 핵심 고리였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추경호 전 원내대표는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가 "직접적 증거 없이 짜맞추기 식으로 구성된 궁예식 관심법"에 가깝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자신이 계엄에 동조했거나 표결을 방해했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추 전 원내대표 측은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의원들에게 국회 본회의장 맞은편에 위치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으로 집결하라고 공지했다며, "의원들을 국회 인근으로 모이게 한 상황에서 표결 방해를 했다는 특검 주장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에 대해 "담화 내용을 미리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취지의 언급만 있었고, 특검이 주장하는 계엄 협조 요청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검의 주장을 두고 "명백한 반대 증거를 무시한 궁예식 관심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당사 집결 공지를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출입이 통제된 상황에서 일부 의원들을 당사에 모아 계엄과 관련한 당내 총의를 모으기 위한 조처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 출입이 가능한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원들을 안전한 장소로 모으는 것이 필요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방어 논리를 폈다.
한동훈 전 대표의 요구를 거부했다는 특검 주장에 대해서도 추 전 원내대표는 "한 전 대표와 의견을 교환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회 출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의총 장소를 다시 국회로 옮기고, 한 전 대표 등과 함께 국회로 이동했다고 반박했다는 전언이다.
추 전 원내대표는 더 나아가 원내대표실과 국회 본회의장이 물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거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국회의원은 각자가 헌법 기관"이라며 "원내대표가 개별 의원의 표결 참여를 물리적으로 가로막을 권한도, 명분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적으로 표결 방해 범죄 성립이 어렵다는 취지다.
우원식 의장의 본회의 집결 지시 이후 의총 장소를 당사로 변경한 경위를 두고도 양측은 충돌했다. 특검팀은 이를 두고 본회의 표결을 피하려 한 정황이라고 해석하는 반면, 추 전 원내대표 측은 "경찰의 국회 재봉쇄로 출입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라며 실무적 조치였다고 맞서고 있다. 추 전 원내대표 측은 "본회의장 안에 있던 의원들의 이탈을 유도한 사실은 없다"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구속심사에서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 한동훈 전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한덕수 전 국무총리, 홍철호 전 정무수석비서관 등 핵심 인물들과의 통화·지시 관계를 촘촘히 제시하며 계엄 이행 과정에서의 권한 구조와 책임 소재를 부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추 전 원내대표는 시간대별 문서와 문자 공지, 이동 동선 등을 통해 "실제 행동을 보면 특검의 의도와 다른 결론이 나온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향후 내란 관련 수사 방향과 정치권 공방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영장이 발부될 경우 여권 핵심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기각될 경우 특검 수사 동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뒤따를 수 있다. 정치권은 계엄 책임 공방을 놓고 더욱 거센 충돌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법원 결정은 이르면 3일 새벽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와 정치권은 계엄의 위법성과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쟁을 다음 정기국회와 향후 특별위원회 논의로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어서, 관련 쟁점은 당분간 정국 한가운데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